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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에 불길 급격히 번져..." 연료 가득 찬 에어부산 여객기 날개 타기 전 진화

입력
2025.01.30 19: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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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부산 이륙 지연, 기내 선반서 불 시작
화재 발생 후 10여 분 만에 전원 탈출
탑승자 176명...하마터면 또다시 대형 참사

지난 28일 오후 부산 강서구 대저동 김해국제공항 내 이륙 대기 중이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하고 있다. 부산=뉴스1

지난 28일 오후 부산 강서구 대저동 김해국제공항 내 이륙 대기 중이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하고 있다. 부산=뉴스1

설 전날이었던 지난 28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이륙이 지연된 홍콩행 에어부산 여객기(BX391편)가 화재로 반소됐다. 승객과 승무원 176명은 화재 발생 10여 분 만에 비상탈출해 사망자는 없었지만 하마터면 또다시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사고였다. 항공유가 가득 찬 양 날개로 불길이 확산하기 전 진화에 성공한 것도 화재 피해를 줄이는 데 일조했다.

30일 부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BX391편은 당초 28일 오후 9시 55분 출발 예정이었지만 이륙 지연으로 오후 10시 15분쯤 주기장에서 대기 중이었다. 이 무렵 여객기 뒤쪽 갤리(주방)에 있던 승무원이 오버헤드빈(머리 위 선반)에서 연기와 불꽃이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승무원이 연기와 불꽃을 발견하기 전 이미 불이 난 것으로 보여 최초 발화 시간은 특정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당시 다수의 탑승객들도 기내 수하물을 두는 선반에서 "타닥타닥"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새어 나오는 것을 목격했다. 특히 일부 승객과 승무원은 기내 28열의 선반 틈 사이에서 불꽃이 나오는 것을 봤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최초 발화 지점 등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지만 28열이나 부근 선반에서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승무원이 소화기를 들고 왔지만 오후 10시 15분 이후 연기가 기내에 번지며 선반에서 불똥이 떨어지는 등 상황이 심각해졌다. 기장은 비상탈출을 선포했고, 승무원과 승객들이 함께 비상구를 개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객들이 앞다퉈 외부로 연결된 비상 슬라이더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승객 김동완(42)씨는 "앞쪽 열에 앉아 있었는데 뒤에서 '불이야' 하는 소리가 들렸고, 연기가 계속 밀려와 급히 대피했다"고 전했다.

여객기에 탑승했던 승객 169명(외국인 22명)과 승무원 6명에 정비사 1명까지 176명 전원은 비상탈출에 성공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7명이 경상을 입어 응급 처치를 받거나 병원으로 옮겨졌다. 탑승자들이 여객기에서 모두 빠져나왔을 때 기내 후미 내부에서는 불길이 치솟았다.

부산소방재난본부 119종합상황실에 화재 신고가 접수된 시간은 오후 10시 26분이었고, 본격적인 진화는 6분 정도 지난 10시 32분쯤 시작됐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불이 동체 뒤쪽에서 앞쪽으로 번지는 속도가 당시 강풍의 영향으로 빨랐다"고 말했다. 김해공항에는 이날 오전 11시 강풍주의보가 발효됐고, 화재 당시에도 초속 10m의 강한 바람이 불었다. 조금만 대피가 늦었어도 대형 참사가 발생할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김해국제공항 내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 시간대별 상황. 그래픽=김대훈 기자·사진=독자제공

김해국제공항 내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 시간대별 상황. 그래픽=김대훈 기자·사진=독자제공

이륙을 앞둔 여객기 양 날개에는 16톤가량의 항공유가 가득 차 불길이 확산하면 대규모 폭발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이에 소방당국은 동체의 불길이 날개 쪽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데 주력했다. 물탱크차 21대, 펌프차 13대, 방수탑차 1대, 화학차 6대 등 모두 68대의 장비와 160명가량의 인원이 진화에 투입됐다. 불은 동체를 태우고 오후 11시 31분쯤 완전히 꺼졌다. 소방당국은 "만약 연료탱크로 불길이 번져 폭발이 발생했다면 화재를 진압하던 대원들과 공항 관계자들도 위험했을 것"이라고 했다.

화재 발생 원인 등을 밝히기 위한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와 관계 기관들의 합동 감식도 항공유를 먼저 빼낸 뒤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추가 화재로 인한 폭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항철위는 김해공항에 도착한 프랑스 사고 조사위원회 관계자와 논의를 거친 뒤 항공유 제거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부산= 권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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