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도 왔어요”…성남 LH 사옥에 1800명 몰려든 사연
2025.02.14 18:00

LH가 신축매입약정 사업 설명회를 개최한 1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LH 경기남부지역본부 인근 오리역 일대는 커다란 주차장으로 변했다. 전국에서 건설업계 관계자 1,800여 명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지하철 공영주차장이 가득 차자 골목마다 불법주차 차량이 늘어섰다. 주차를 포기한 차량에서 나이가 지긋한 직원만 하차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도 보였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만들어낸 웃지 못할 풍경이다. 신축매입약정은 LH가 내놓은 건설 경기 부양책이다. 민간이 임대주택을 건설하면 준공 후 매입한다고 약속하는 방식이다. LH는 민간 사업안을 심사하고 시설·사업성이 기준에 부합하면 약정을 체결한다. 중소 건설사에 일감을 제공하는 한편, 비아파트 공급난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지난해 민간이 신청한 신축매입약정은 무려 24만5,000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주택 3만8,531호의 약정이 체결됐다. 올해 약정 목표치는 5만 호 이상이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불황 여파가 여실히 드러났다. 좌석이 부족해 참석자 상당수가 장시간 서서 설명을 들었지만 자리를 뜨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다. 발표 주제가 바뀔 때마다 참석자들이 귀엣말을 나누며 손익을 계산해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현장에서 만난 김 대표는 “경기가 비교적 괜찮았던 2, 3년 전에는 LH 설명회에 오는 사람이 드물었다”며 혀를 찼다. 제도 실효성을 의심하며 주저하는 반응도 군데군데 나타났다.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엔 절차가 복잡하다는 것이다. 사업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까다롭다는 불만도 적잖았다. 질의응답에서는 LH가 요구하는 대로 정밀한 사업안을 수립했다가 약정 체결에 실패하면 설계비만 날리는 꼴이란 하소연이 반복적으로 나왔다. 부산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이정희(44)씨는 ”LH가 ‘이것 때문에 안 된다, 저것 때문에 안 된다’고 나오면 괜히 돈만 날린다는 우려가 현장에 많다”며 “약정 체결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공사비를 나중에 보전해준다는 방식(공사비 연동형 방식)은 도박이나 마찬가지"라며 탄식하는 참석자도 있었다. LH도 불만을 인지하고 있다. 공공주택사업 특성상 준수할 사안이 많고 사업자가 문서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복병’도 있다. 예컨대 지방자치단체 요구에 따라 주택 옥상에 정원을 설치한다면 난간 높이를 반드시 토양을 고려해 더 높여야 하는 식이다. 자전거 보관대를 설치할 때 자전거를 거치한 상태의 동선을 고려하지 않아 문제가 되기도 한다. 다만 LH는 사업성을 높이려 임대주택 질을 양보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설명회에서 “LH 본사 가이드라인(권고안)을 따랐는데도 지자체 인허가를 통과하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면서 “사업안을 수립하기 전에 반드시 LH 자문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