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용 빨간약&연고, 강아지한테 사용해도 되나요?
안녕하세요 경기도 최초 피어프리 전문가 인증 블루베어동물병원 대표원장이자 반려인인 신성우 수의사입니다. 병원에 방문할 수 없는 시간에 반려동물에게 응급 상황이 생기면 당황하게 되죠. 오늘 사연자님도 많이 놀라고 걱정되셨을 걸로 생각됩니다. 보통 집에 우리를 위한 응급키트를 구비하고 있는 경우는 많지만 반려동물을 위한 응급키트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용 응급키트를 사용하자니 적합하지 않을 것 같고, 방치하자니 상처가 커질까 두렵기도 합니다. 오늘은 반려견에게 사람용 의약품을 사용해도 되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빨간약의 정식 명칭은 포비돈 요오드(Povidone iodine)입니다. 상처, 화상, 궤양이나 피부의 염증 부위를 살균 소독하는 약으로, 곰팡이, 바이러스, 원충류, 세균류 등 거의 모든 병원균을 살균하는 광범위한 살균 효과를 가졌어요. 이 밖에도 외용제, 질좌제, 인후 스프레이제, 가글제 등에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유의 붉은 색깔 때문에 빨간약이라는 별명이 붙어 대명사처럼 불리고 있죠. 다만 빨간약은 자극감, 발진, 부종, 피부 변색, 과민증, 피부 가려움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요. 장기간 사용 시 오히려 상처 치유가 저해될 수 있으며 갑상선 호르몬 교란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갑상선 기능 이상 환자, 신생아 및 영아, 임부, 수유부는 사용하지 않도록 안내됩니다. 그렇다면 거의 모든 병원균에 살균 효과가 있다는 빨간약. 강아지한테 사용해도 될까요? 저는 '사용 가능하지만 처방을 받아서 쓰는 것이 더 좋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동물 병원에서도 반려동물들에게 포비돈 요오드를 처방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다만, 이때의 빨간약은 약국에서 구매하는 빨간약과 다릅니다. 보호자들이 약국에서 구매하는 사람용 빨간약은 7.5%, 10% 등의 농도를 가졌으며, 사용 부위나 증상에 따라 추천되는 농도가 달라집니다. 반려동물의 경우도 상황에 따라 약의 농도가 달라집니다. 보통 동물 병원에서 사용하는 경우는 포비돈 요오드 원액에 정제수를 섞어서 반려동물용으로 희석해서 드립니다. 반려동물의 상처 부위마다 빨간약의 희석비율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정 급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사람용 빨간약을 사용하겠지만 웬만해선 처방을 받아서 쓰시는 게 좋습니다. 어쩔 수 없이 사용하게 되었다면 다음 사항을 꼭 주의해 주세요. 먼저 과량 사용 시 장기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에 응급상황에서만 일시적으로 사용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소독 성분에 의해 가려움증이나 따가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사람도 상처 부위에 빨간약을 발랐을 때 따가움이나 발열감을 느낄 때가 있죠. 반려동물에게 사용할 수 있는 농도보다 진하게 사용을 한다면, 오히려 더 큰 고통을 주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사람용 연고도 반려동물에게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과 강아지는 피부의 pH(산성도, 피부의 피지막이 갖고 있는 산의 양)가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피부는 약한 산성을 띄는 반면, 강아지의 피부는 약알칼리성입니다. 또한 강아지의 피부 각질층은 사람에 비해 얇고 예민합니다. 이처럼 피부에 직접 바르는 연고 역시 사람의 피부에 맞춘 성분과 용량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강아지에게는 과한 용량으로 자극을 줄 수 있습니다. 그 안에 들어있는 항염증 성분, 항생 성분 때문에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는 걸로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사용 시 여러 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방부제가 없는 인공눈물의 경우, 단발적으로 사용하는 데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공눈물을 사용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눈을 자극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반려동물이 눈이 불편해하면 집에서 가장 먼저 해줘야 할 것은 인공눈물을 사러 가는 것이 아니고 넥칼라를 씌워서 자극을 못 하게 하는 게 먼저입니다. 간혹, 반려동물이 열이 나는 것 같다, 쳐지는 것 같다 해서 집에 있는 상비약(해열제, 소화제, 사람 감기약)을 먹이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는 쓸 수 있는 약보다 쓰면 안 되는 약이 더 많습니다.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약한 증상을 치료하겠다고 사람용 약들을 씀으로써 되돌리지 못할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사용 가능한 사람용 약품도 있지만 동물병원에 방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용 응급키트를 미리 준비해두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수의사로서 반려동물들의 약을 처방할 때 꽤나 오랜 시간 고민합니다. 어떤 아이는 A라는 약을 써야 할 때가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럴 때 A라는 약이 어떤 장기에 영향이 가는지를 다각도에서 검토하죠. 대안인 B라는 약이 있으면 그 약효가 상대적으로 떨어짐에도 써야만 하는지도 고민할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의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오래오래 건강하게 함께할 수 있게, 정말 많은 부분을 생각해 처방을 내린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이 여러분의 슬기로운 반려 생활에 도움이 되시길 바라며 마무리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