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좋아서 불꽃축제 하는데 동물 눈치까지 봐야 돼?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정윤영(45)씨는 이달 5일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2024 서울세계불꽃축제’와 관련, '불꽃놀이에 대한 반려동물 행동 인식조사'를 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정씨는 수년 전부터 축제 때 극심한 소음과 반려동물이 입는 피해로 영등포구와 서울시에 불꽃축제를 중단할 것과 실시하더라도 피해사례를 조사해줄 것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소용이 없어 조사를 시작하게 됐다. 지금까지 모인 응답은 287개. 정씨는 "응답 중에는 반려견 실종뿐 아니라 반려동물이 심장마비로 사망한 경우 등 반려동물이 입는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100만 명의 관람객이 운집한 것으로 집계되는 불꽃축제가 동물뿐 아니라 인간, 환경에 피해를 미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은 해외에서 실시된 불꽃축제가 동물과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연구를 제시하며 불꽃 대신 드론(무인항공기)이나 발광다이오드(LED) 기술을 이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논평을 내고 "해외에서는 이미 불꽃놀이의 소음과 빛으로 인한 동물의 피해와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며 대체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카라는 호주 커틴대의 연구를 인용 "대규모 불꽃놀이 행사들이 야생동물의 이동 또는 번식 행동이 있는 시기와 일치해 야생동물의 개체 수에도 영향을 미치며 장기적인 피해를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내에서도 10월은 철새의 이동 시기로 장거리 비행을 하는 새들의 생존에 큰 위협이 된다"고 전했다. 뉴질랜드의 한 조사 결과에서는 반려동물의 74.5%가 불꽃놀이에 대한 두려움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불꽃놀이의 강한 소음과 빛은 반려동물에게 큰 고통을 준다는 것이다.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장은 "개와 고양이의 청력이 사람보다 뛰어나고,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진동까지 느낄 수 있다는 건 잘 알려져 있다"며 "이들에게 불꽃축제는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극심한 공포심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새들에게는 직접적으로 상해를 입힐 수 있다"며 "해외의 경우 새들의 이동이나 번식 시기를 고려해 행사를 조정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라에 따르면 생태보고로 알려진 갈라파고스 제도에서는 소음을 내는 폭죽이 금지돼 있으나, 올해 1월 신년맞이 불꽃놀이가 진행되면서 에콰도르 정부가 갈라파고스 국립공원 관리 책임자를 해임하기도 했다. 불꽃놀이의 피해는 비단 동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달 13일 신복자 서울시의회 의원이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 행사 직후 측정된 미세먼지 수치는 서울시 평균보다 무려 10배 이상 높았다. 카라는 "사람의 건강에도 해로울 뿐 아니라 불꽃놀이로 인해 배출되는 이산화질소, 산화질소 등 유독성 화학물질은 환경 오염까지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불꽃놀이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드론, LED쇼로 대체하는 추세다.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는 불꽃축제 대신 독립기념일(7월 4일)을 축하하는 드론쇼를 진행하기도 했다. 박 원장은 "동물, 인간,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불꽃축제는 중단해야 한다"며 "기술을 활용해 훨씬 더 화려하고 무해하면서도 남녀노소뿐 아니라 동물도 다 즐길 수 있는 축제로의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