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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보란 듯 핵 역량 과시한 김정은에… 백악관 "비핵화 목표 불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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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화 손짓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역량 과시로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미 백악관도 참지 않았다. ‘북한 비핵화’라는 집권 1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가 바뀌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식으로 짐짓 김 위원장 비위를 건드린 것이다. 이미 세 차례 만난 두 정상이 상대 의중을 엿보며 신경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29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핵물질 생산기지와 핵무기 연구소를 현지지도한 자리에서 국가가 주권을 지키고 발전을 도모하려면 “핵방패의 부단한 강화”가 “필수불가결”하다며 “우리 국가의 핵대응태세를 한계를 모르게 진화시키는 것은 우리가 견지해야 할 확고한 정치군사적 입장”이라고 밝혔다. 핵 포기 의사가 없음을 거듭 천명한 것이다.
이는 김 위원장과 다시 정상 외교를 하고 싶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제안에 대한 응답 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출범 첫날인 20일(이하 현지시간) 북한을 ‘핵 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한 데 이어 23일 공개된 미국 방송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다시 연락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럴 것”이라며 김 위원장에 대해 “똑똑한 남자”라고 칭찬했다. 그러나 화답이 돌아오지는 않은 셈이다.
이에 백악관의 선택은 ‘자극 맞불’이었다. 브라이언 휴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김 위원장 핵시설 방문 보도 뒤 이뤄진 본보 질의에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처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확인한 것은 처음이었다. 휴스 대변인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좋은 관계였고, 그(트럼프)의 강인함과 외교술의 조합은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사상 첫 (북미) 정상급 공약을 이끌어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첫 북미 정상회담을 열고 합의문에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공약한다’는 문장을 넣었다.
그러나 협상 가능성이 희박해졌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아직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북한 정책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다. 정책이 구체화할 때까지 북한 비핵화는 잠정 목표인 셈이다. 김 위원장 역시 “세계적으로 가장 불안정하며 가장 간악한 적대국들과의 장기적인 대결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면서도 미국을 특정하지는 않았다. 수위를 조절한 것이다.
미국 전문가들은 협상 재개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편이다. 현재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선임고문으로 활동 중인 시드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관은 29일 본보 인터뷰에서 “비핵화 목표와 별도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의지는 분명하다”며 “생존 위협을 느끼거나 한미 동맹을 깨고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지 않는 한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재개할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도 이날 본보에 “김정은의 협상 의제에 비핵화가 없는 만큼 모든 북미 협상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 군축이나 핵동결에 관한 것이 될 텐데 트럼프에게 북한의 핵 보유를 합법화할 의지가 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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