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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北 비핵화' 비웃듯 김정은 핵시설 시찰…"스몰딜 압박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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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2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물질 생산기지와 핵무기 연구소를 현지 지도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미국도 같은 날 북한에 대한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겠다는 뜻을 공식 재확인했다. 전문가들은 북한과 미국 모두 핵을 두고 물러설 의지가 없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역설적으로 대화 의지가 강하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고 풀이했다.
30일 대북전문가들은 북한이 김 위원장의 핵 시설 방문 소식을 전한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를 겨냥한 ‘기획성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9일 오전 김 위원장의 현지 지도 사진과 함께 “핵대응태세를 한계를 모르게 진화시키는 것은 우리가 견지해야 할 확고한 정치군사적 입장”이라는 발언을 전했다. 이 소식은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도 실렸다.
비슷한 시점 미국 또한 북한 비핵화 의지에 방점이 찍힌 강경 메시지를 내놨다. 브라이언 휴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28일(현지시간) 북한 비핵화 관련 본보 질의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와 마찬가지로 2기 때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북한 비핵화 방향성을 공식화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 등이 북한을 '핵 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하자 비핵화 정책 폐기 우려가 나왔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도 (미사일 발사 등) 직접적 방법이 아닌 간접적인 방법으로 북미 간 협상을 위한 서사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하면서 "북미 모두 역설적으로 대화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이후 약 4개월 만에 핵물질 생산 시설을 공개했다. 이는 ①북한의 핵시설 포기 의사가 없음을 드러내고 ②비핵화 협상을 전제로 한 ‘빅딜’보다 핵 군축 협상 등 ‘스몰딜’에 응하겠다는 메시지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자극적인 행동 방식이 아닌, 보여주기 방식으로 핵 능력을 과시하면서 미국의 반응을 떠보려는 전략"이라며 "올해 핵무기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놓은 후 내년 북미 간 핵 군축 협상을 하겠다는 전략적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향후 벌어질 북미 협상의 판 자체를 우리가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라며 이를 "스몰딜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했다.
다만 북한이 이번 보도를 통해 공개한 시설이 영변이나 강선이 아닌 ‘제3의 핵시설’일 경우 미국 셈법 또한 한층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보도 사진을 보면 벽과 바닥재 등 내부 시설이 지난해 9월 공개한 핵물질 생산시설과 다르고 통로의 폭이나 밸브의 형태도 다른 모습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도 사진상 시설물은 평양 남서쪽 강선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9월 공개 시설보다 낡았다”며 “우라늄 농축시설은 짧은 기간에 건설 및 설치가 가능해 이번에 공개된 현지 지도 시설은 영변 또는 ‘제3의 시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추측했다. 이어 그는 "북한이 앞으로도 다른 모습의 시설들을 공개해 (핵무기) 생산능력이 높아졌음을 드러냄으로써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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