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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무장관 후보가 쏘아 올린 '반도체 보조금' 발언...삼성·SK 또 가슴 졸인다

입력
2025.01.30 16:10
수정
2025.01.30 16:1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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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후보자
반도체 보조금 확정 계약 이행 "말할 수 없다"
한국 정부는 "후보자의 신중한 답변"

경계현 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사장이 2024년 7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한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공장 공사 현장 모습. SNS 캡처

경계현 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사장이 2024년 7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한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공장 공사 현장 모습. SNS 캡처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조금 및 대출금 지출 일시 중단 조치'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는데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후보자의 반도체 보조금 관련 발언까지 더해지자 국내 반도체 업계가 긴장감 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산업·무역 정책을 총괄할 러트닉 후보자는 29일(현지시간)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반도체법 보조금을 받기로 미국 정부와 확정한 계약을 이행(honor)하겠냐는 질문에 "말할 수 없다"며 "내가 읽지 않은 무엇을 이행할 수 없다"며 유예 또는 축소 지급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각 기업이 상황을 면밀히 파악 중"이라면서도 "삼성전자 등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관련 투자를 한 기업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기 위해 370억 달러 이상의 최종 투자 규모를 결정하고 2024년 12월 상무부와 47억4,500만 달러의 직접 보조금을 받는 계약을 맺었다. 건물 상당 부분이 지어졌지만 투자의 핵심이라 할 반도체 설비는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금이 어느 정도 투입됐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집행 시기, 규모에 따라 영향을 피할 수 없지만 그보다 파운드리 사업의 성패를 가를 고객사 유치가 보조금보다 더 중요한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테일러 공장의 준공은 2026년 예정이지만 고객사의 발주 규모나 보조금 집행의 규모와 시기 등에 따라 조정될 가능성은 있다.

인디애나주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패키징 시설을 건설하기로 한 SK하이닉스에는 최대 4억5,800만 달러의 직접 보조금이 책정됐다. 이 공장에서는 이르면 2028년 하반기부터 제품을 만든다. 아직 공장 부지 외에 투자금이 집행되지 않아 삼성전자보다도 유동성에 여유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7월 기자간담회에서 "상대적으로 우리(SK하이닉스)는 미국 반도체에 대한 투자가 그렇게 크지 않아 큰 리스크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보조금을 안 준다면 우리도 다시 생각해 볼 문제"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러트닉 후보자의 이날 발언을 '공직 후보자의 신중한 답변'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러트닉 후보자 발언의 취지는 반도체법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아 구체적으로 답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후보 역시 반도체법을 '반도체 제조를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기 위한 훌륭한 착수금'이라고 평가했다"며 "국가가 맺은 계약이라 단순하게 취소될 사안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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