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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지지율 급상승이 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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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요즘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의 특이점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의 상승세다. 정치인 지지율은 눈뭉치와 같아서 지지율이 지지율을 만든다. 김문수라는 이름이 한동안 오르내릴 거란 얘기다.
24일 발표된 한국갤럽 정기조사에서 김 장관 지지율은 11%였다. 17일 7%, 10일 8%에 이어 같은 조사에서 첫 10%대 진입이다. 갤럽은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은가”를 주관식으로 묻는다. 지지율이 적극적 선택의 결과라는 의미다. 후보군을 객관식으로 불러주는 한국리서치 등 4개 조사기관의 전국지표조사(NBS)에선 더 높다. 23일엔 14%, 16일엔 13%였다. 여론조사 오차범위 내 격차는 통계학적으로 의미 없다고 하지만, 거의 모든 조사에서 숫자상으로 김 장관이 보수 진영 1위인 경향은 분명하다.
73세 아스팔트 보수 정치인의 돌출적 부상이다. 김 장관 지지자들은 어디 있을까. 한국에서 가장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인 서울역 대합실로 찾아가봤다. “김문수 좋게 본다”는 다섯 명을 찾는 데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렸다. 호감의 이유는 "비겁하지 않고 강하다"로 모아졌다.
김 장관을 보수의 구원자로 띄운 결정적 장면은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 중에 나왔다. “내란 사태를 국민 앞에 사죄하라”는 야당 의원 요구에 한덕수 국무총리와 장관들이 일어나 몇 번이고 허리를 숙일 때 김 장관은 꼿꼿하게 앉아 있었다. 표정에 흔들림도 없었다. 보수가 버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끝까지 반대하고, 삭발까지 하며 문재인 전 대통령 하야를 요구한 것도 그의 ‘자산’으로 쌓였다.
지난해 8월 장관 취임 이후 극우세계에서 김 장관은 이미 대안이고 스타였다. 전광훈 목사가 김문수 대통령론을 띄웠다. 유튜브와 SNS를 검색하면 “빨갱이 척결 적임자” “윤석열보다 낫다”는 ‘찬사’가 수두룩하다. 주목받지 않았을 뿐 지지율 1, 2%는 꾸준히 나왔다. 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 6일과 20일 갤럽 조사에서도 2%였다. 이달 5일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주필인 언론사에서 김 장관 지지율이 11%라는 튀는 결과를 낸 것을 기점으로 지지율이 불어났다.
“궤멸하지 않으려면 일단 뭉쳐 있어야 한다"는 보수의 전략적 판단이 김 장관 지지율 상승의 동력이라고 전문가들은 본다. 대선까지 지속가능한 지지율은 아니라는 뜻이다. “제주 4·3은 무장 폭동” “세월호 추모는 죽음의 굿판” “쌍용차 노조는 자살특공대” 같은 기다란 망언 리스트를 보유한 그가 보수 간판이 돼 중도층으로 확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 장관은 얼마 전 “내가 대선 후보로 오르내리는 것이 안타깝다. 우리 사회가 상당히 답답하고 목마르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노동운동가에서 우파 정치인으로 전향한 뒤 30년간 맹렬한 권력 추종자로 살아온 그가 기회를 놓칠 리 없다.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거나 킹메이커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한때 대권을 꿈꿨고, 전광훈 목사와 창당까지 했던 그다.
국민의힘은 방관 중이다. 지략가로 통하는 여권 인사는 최근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의로워서 권력을 잡는 것이 아니다. 권력이 정의로운 것이다.” 김문수부터 홍준표, 오세훈, 한동훈, 안철수, 유승민, 이준석 등을 전부 싸움 붙여 가장 경쟁력 있는 대선 후보를 뽑는 것을 최고의 시나리오로 그는 꼽았다. 김 장관과 선을 긋기보다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정치는 생물이고, 권력은 내일을 모른다더니, 극우와 손잡고 주류 정치무대를 영영 떠난 듯했던 김 장관이 무시 못할 변수로 대선 판에 등장했다. 보수와 극우의 경계가 흐려지고 극단주의에 불이 붙을 토양이 만들어졌다. 사회의 퇴행이다. 그 퇴행을 당장 막기 어려운 것이야말로 답답하고 목마른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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