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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원이 "족치라" 지시하자... 문상호 "체포용품 사오면 돈 줄게"

입력
2025.01.17 16:40
수정
2025.01.17 16:4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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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노상원·문상호 기획한 선관위 장악
민간인이었던 노상원 "내가 수사단장 될 것"
"야구방망이 사무실에... 위협하면 다 분다"
선관위 직원을 '선거 조작한 범죄자'로 칭해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이 지난해 12월 10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선거관리위원회 병력 파견 경위에 대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이 지난해 12월 10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선거관리위원회 병력 파견 경위에 대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불법계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장악에 앞장섰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이 '체포조' '양심고백 압박조' 등 구체적인 임무를 부대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지시를 받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선관위 침투를 계획했고, 문 전 사령관은 '행동대장' 역할을 했다. 문 사령관은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 구성원으로 모은 부대원들에게 "(선관위 직원들은) 선거를 조작한 범죄자이므로 정당한 공무를 집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문 전 사령관의 공소장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선관위를 장악하는 일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노상원 전 정보사령관-문상호 정보사령관'을 통해 계엄 두 달 전부터 구체적으로 설계됐다. 문 사령관은 국회에 출석해 "노상원 전 사령관을 잘 모른다"고 말했지만, 이들은 계엄 전에 치밀하게 선관위 접수를 준비했다.

12·3 불법계엄 사태를 사전에 모의한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지난해 12월 24일 서울 은평구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민간인 신분인 노 전 사령관은 박근혜 정부에서 정보사령관을 지낸 인물로 육군사관학교 선배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도와 포고령을 작성하는 등 계엄을 사전에 기획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스1

12·3 불법계엄 사태를 사전에 모의한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지난해 12월 24일 서울 은평구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민간인 신분인 노 전 사령관은 박근혜 정부에서 정보사령관을 지낸 인물로 육군사관학교 선배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도와 포고령을 작성하는 등 계엄을 사전에 기획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스1


김용현 국방부 장관 당시 후보자가 지난해 9월 2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김용현 국방부 장관 당시 후보자가 지난해 9월 2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김 전 장관이 문 사령관의 인사문제를 해결해주며 밀접한 관계로 발전했다. 문 사령관은 정보사령부 군무원 군사기밀 유출 사건 때문에 인사조치될 뻔했는데, 김 전 장관이 무마시켜줬다. 김 전 장관은 이후 문 사령관에게 "노상원 장군이 하는 일을 잘 도와주라"고 지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문 사령관에게 (2024년) 10월 14일 "대규모 탈북 징후가 있으니 임무 수행을 잘하는 인원을 선발하라"고 지시했고, 11월 9일에는 카페에서 만나 "조만간 계엄이 선포될 것이다. 합동수사본부 수사단이 구성될 텐데 내가 단장을 맡을 것이고, 노태악(중앙선관위원장)은 내가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은 2018년 후배 성추행으로 불명예 전역했지만, 현역 군 장성을 부하처럼 대했다. 노 전 사령관은 11월 17일 오후 3시쯤 경기 안산 롯데리아로 문 사령관과 정성욱 정보사 대령을 불러 "부정선거와 관련한 놈들을 다 잡아서 족치면 부정선거가 사실로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 주문을 충실히 따랐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정 대령에게 "일단 체포용품(케이블 타이, 송곳, 안대 등)을 구입해오면 내가 돈을 주겠다"며 "(김용현) 장관님 지시니 따라야 하지 않겠냐"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 정 대령은 이런 내용을 김봉규 정보사 대령에게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이틀 전인 12월 1일에도 정보사 관계자들에게 "노태악은 내가 확인하면 된다"며 "야구방망이는 내 사무실에 갖다 놓아라"라고 지시했다. 그는 "제대로 이야기 안 하는 놈은 위협하면 다 분다"라며 직접 심문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선관위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장면이 담긴 내부 CCTV를 6일 공개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제공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선관위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장면이 담긴 내부 CCTV를 6일 공개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제공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지난해 12월 27일 '12·3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한 혐의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구속기소 했다. 사진은 검찰 특수본이 이날 보도 참고 자료를 통해 공개한 비상계엄 당시 선관위 직원 체포조가 준비한 도구. 검찰 특별수사본부 제공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지난해 12월 27일 '12·3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한 혐의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구속기소 했다. 사진은 검찰 특수본이 이날 보도 참고 자료를 통해 공개한 비상계엄 당시 선관위 직원 체포조가 준비한 도구. 검찰 특별수사본부 제공

계엄 당일에도 이들은 치밀하게 움직였다. 노 전 사령관은 이날 점심쯤 "오늘 저녁 9시에 과천청사 일대에서 대기하라"고 지시했고, 계엄 선포 직전인 오후 9시 30분에도 "(언론에서) 속보가 나오면 선관위에 들어가서 통제하고 전산실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계엄 선포 직후인 오후 10시 27분에 부대원들을 불러 모은 문 사령관은 "이미 비상계엄이 선포됐으니 의심하지 말고 주어진 임무를 철저히 준비하면 된다"며 말했고, 선관위 직원 30여 명의 명단을 불러주면서 "해당 인원은 선거를 조작한 범죄자이므로 정당한 공무를 집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사령관은 이후 부대원 36명을 모아 △A조(선관위 직원 수용·취조 공간 확보) △B조(내부 방송 송출 임무) △C조(선관위 직원 전체 명단 및 조사실 확보) △D조(선관위 홈페이지에 '부정선거 관련 신고 및 양심고백을 하라'는 공지글 게시) 등 4개조로 나눠 구체적인 임무를 부여했다. 하지만 이들의 계획은 국회에서 계엄 해제가 의결되면서 실패했다.


조소진 기자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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