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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수처 차장의 尹 조사는 예우?... 알고 보니 "수사검사들 도착 못 해서"

입력
2025.01.17 16:00
수정
2025.01.17 16:22

체포 현장 나갔다 尹보다 늦게 도착
이대환·차정현 부장 외 지휘부 공석
고질적 인력난에 차장검사 긴급 투입

15일 한남동 관저에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수사처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15일 한남동 관저에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수사처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15일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도착한 뒤 처음 마주한 검사는 공수처 2인자인 이재승 차장이었다. 당초 이대환 부장검사와 차정현 부장검사가 조사하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상급자인 이 차장이 첫 대면 조사에 나섰다. 사안의 중대성과 현직 대통령 예우 차원이란 분석이 많았지만, 실제로는 담당 검사들이 청사에 늦게 도착하면서 빚어진 일이었다.

1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이 15일 체포된 뒤 경기 과천의 공수처 건물에 도착했을 당시 조사를 맡기로 한 이대환·차정현 부장검사는 청사 내에 없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현장을 지휘하기 위해 오전 4시부터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로 출동한 후 복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오전 10시 33분에 체포된 뒤 호송차량이 아닌 경호차량에 탑승했다. 경찰과 경호처 호위를 받았기에 막힘이 없었고, 20분 만인 오전 10시 52분쯤 공수처에 도착했다.

하지만 두 부장검사는 현장 상황을 마무리하고 윤 대통령보다 늦게 출발했다. 용산 관저에서 과천의 공수처까지는 보통 차량으로 30~40분 이상 걸린다. 두 부장검사가 윤 대통령을 체포한 뒤 최대한 신속하게 출발했더라도 오전 11시를 훌쩍 넘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공수처 지휘부에서 윤 대통령을 맞이할 수 있었던 사람은 오동운 처장과 이재승 차장뿐이었다.

공수처에는 오동운 처장과 이재승 차장을 제외하면 12명의 검사가 있다. 부장검사급이 배치돼야 하는 수사기획관과 수사 1·2·3·4부, 인권수사정책관 등 6개 자리 가운데 이대환·차정현 부장검사가 있는 수사 3·4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공석이다. 수사기획관과 인권수사정책관에는 각각 검사 1명이, 수사 1·2부에는 인력이 전무하다. 이대환 부장검사가 공수처 비상계엄 태스크포스(TF) 팀장을 겸하고 있고, 차정현 부장검사가 이 사건 주임검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공수처 지휘부가 모두 내란 수사에 투입된 셈이다.

결국 체포시한 48시간 내에 200쪽 분량의 질문지를 바탕으로 윤 대통령 조사를 마치려면 청사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던 이재승 차장이 직접 나서야 할 상황이었다. 실제 이 차장은 윤 대통령이 도착한 지 8분 만에 티타임 없이 곧바로 조사를 시작했다. 뒤늦게 도착한 두 부장검사는 오전 조사가 끝난 뒤 오후 2시 40분부터 순차적으로 윤 대통령을 조사했다.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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