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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려받지 말자, 오명도 미래도

입력
2025.03.11 18:00
26면
2 0

편집자주

88년생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젊치인 에이전시 뉴웨이즈 이사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5일 서울 국회 앞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등이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전세사기특별법 연장과 추가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서울 국회 앞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등이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전세사기특별법 연장과 추가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달에도 월급이 들어왔다. 생활비, 고정비, 비상금, 적금을 나누고 나면 남은 돈은 많지 않다. 결혼식 등 경조사 비용이 늘거나, 병원비 지출이 생겨서 수십만 원을 갑자기 써야 하면 긴장이 된다. 식비부터 줄여야 하니 도시락을 싸기 시작한다. 월급은 빠듯, 미래는 불안. 정치는 날더러 선진국 세대라는데 이게 정말 선진국 세대의 삶인지 의문이 든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2023년 6월 이후 집계된 전세사기 피해자는 2만7,372명. 올해도 매달 1,000명씩 피해자가 생기고 있다. 피해자의 대다수가 2030 세대다. 조직적 범죄가 아닌 일반적인 보증금 미반환은 구제 대상에도 못 들어간다. 전세사기 특별법은 올해 5월 만료될 운명이다. 예방과 해결을 위한 근본 대책은 마련되지 못한 채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한때 우린 영끌족이라 불렸다. 실제는 다르다. 집값이 크게 오른 2020~2022년 집을 구매한 2030 세대 중에 영끌에 해당하는 사례는 3.8%에 불과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빚이 전혀 없는 경우가 영끌족보다 2.8배 더 많았고, 가족 도움을 1억5,000만 원 이상 받은 경우는 5.1배 더 많았다. 살 만한 사람이 집을 산 경우가 더 많았다는 거다. 정치는 뭘 했나. 대출 조건 완화 등으로 가계 부채를 부추겼다. 더 오래 거주할 수 있는 집에 대한 논의는 알아서 사라졌다.

43만 명의 2030 세대가 구직 활동을 안 하고 그냥 쉬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가 커졌고 안정적인 직장을 향한 경쟁이 치열해졌다. 부모 찬스가 없으면 빈곤 집단이 된다. 2030 세대인 기초생활수급자가 2018년 16만5,452명에서 2024년 23만8,784명으로 무려 44%가 늘었다고 한다. 휴대전화 요금 연체 건수와 액수도 2030 세대가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많다 한다.

물려받을 게 없는 2030 유권자에게 정치는 오명만 물려주고 있다. 능력에 민감한 공정 세대, 영끌족, 워라밸을 따지는 세대, 애는 안 낳고 개만 사랑하는 세대… 다 틀렸다. 적어도 저성장 시대에 부모 찬스가 없이는 전환이 어렵고 주거와 일자리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안전망이 부재한 현실을 말하지 않고 하는 평가는 다 틀렸다. 기성 정치의 시선에서 진짜 문제를 가리는 방식의 평가라는 점에서 '물려받은' 진단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설명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하고 내면화했고 때로는 남녀를 나누며 안에서 분열해 왔다.

이 한계를 벗어날 때다. 물려받지 말자. 현실을 진단할 언어도, 미래를 만들어 갈 정책도. 대선이 다가오니 2030 세대가 캐스팅 보터라는 걸 의식한 탓인지 여야는 언제나처럼 청년 정책을 관장하는 기구를 만들겠다고 공언한다. 선거가 끝나면 미래 세대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정치적 해법은 쏙 들어가고 조직화된 집단의 표심을 얻을 수 있는 정책이 주가 된다. 오명도 미래도 물려받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원하는 요구를 분명히 하고 냉소가 아니라 변화를 요구하는 실천이 필요하다. 정책과 대안의 부재를 그대로 떠안을지 새로운 미래를 만들지. 우리는 택할 수 있다.


곽민해 젊치인 에이전시 뉴웨이즈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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