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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쌓아온 게 물거품 된다"고 했지만... 계엄 버튼 누른 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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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불법 계엄을 선포하기 직전에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70년 쌓아온 것이 물거품 된다"고 간곡히 말렸지만 선포를 강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전 집무실에서 계엄을 만류한 참모들에게 "외교나 경제에 영향이 있는 걸 안다, 오래 생각했다"며 "이거(계엄)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우리 와이프도 모른다. 비서실장도 모르고 수석도 모른다. 와이프가 굉장히 화낼 것 같다"고 말했다.
3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본부장)에 12월 3일 국무회의 상황에 대해 상세히 진술했다. 이 전 장관은 국무회의 전후 상황과 자신의 당일 행적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며 회의실 내 위치도까지 그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장관은 계엄 선포 당일 오전에 김장행사를 위해 울산을 찾았다. 울산으로 가기 전에 이 전 장관은 오전 10시 서울에서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국무회의가 끝나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이 전 장관 집무실로 찾아와 "(대통령께서) 오늘 (오후) 9시쯤 들어오라고 하시던데?"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전 장관은 평소 김 전 장관과 통화하는 사이가 아니라고 했다. 이 전 장관은 인사 문제와 관련해 상의하는 줄 알고 서울로 상경하는 시간을 앞당겨 오후 5시 43분 KTX를 타서 서울에 오후 8시 3분쯤 도착했다. 이후 이 전 장관은 곧바로 대통령 집무실로 이동했다.
오후 8시 40분, 집무실에는 윤 대통령이 중앙에 있었고,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 전 장관이 있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 전 장관이 도착하자 "국무총리도 들어오라고 하지"라고 말했고, 한덕수 전 총리와 김영호 통일부 장관, 조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들어왔다. 집무실에는 문건이 있었는데 '비상계엄'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조 장관은 윤 대통령을 강하게 말렸지만, 윤 대통령은 자기 뜻을 굽히지 않고 "다 나가 있으라"라고 말했다.
국무위원들은 계엄이 선포되는 걸 알고 망연자실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국무위원들은 서로에게 "큰일났다" "미리 아셨어요?"라고 말했고, 한 국무위원은 "행안부 장관이 가서 말씀 좀 드려보라"고 했다. 이에 이 전 장관은 집무실로 들어가 "이거 진짜 안 됩니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습니다. 국무위원 전원이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윤 대통령은 요지부동이었다. 윤 대통령 옆에는 김 전 장관이 있었다.
국무위원들은 이후 국무회의는 거쳐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 전 장관은 경찰에 국무회의를 열게 된 배경에 대해 "대통령이 오후 10시 KBS 생방송으로 나간다고 했으니 어떻게 해서든 시간을 늦춰서 대통령 생각을 재고할 수 있도록 해보자는 생각이었다"고 진술했다.
국무회의가 결정되자,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홍철호 정무수석비서관, 김주현 민정수석비서관 등이 대접견실로 함께 모였다. 정 실장은 대접견실 중간에 앉으면서 "비상계엄 안돼!"라고 했고, 이 전 장관은 정 실장에게 윤 대통령을 좀 말려보라고 했다고 한다. 이 전 장관은 정 실장과 함께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가는 홍 정무수석의 어깨를 치며 "잘 좀 말려보라"고도 했지만, 윤 대통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후 10시가 다가오자 윤 대통령은 대접견실로 나왔다. 국무위원들은 그때까지도 윤 대통령을 말리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그러나 '일방통행'이었다. 윤 대통령은 자리에 앉더니 "경제 외교 문제를 내가 왜 생각 안 했겠냐. 나도 정말 생각 많이 했다"며 "국무위원 한 사람이 느끼는 위기의식 책임감과 국가를 총괄하는 대통령이 인식하는 상황과 책임이 다르다"고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꺾었다.
이 전 장관은 경찰 조사 내내 계엄 선포를 미리 알았더라면 말렸을 것이라고 후회했다. 이 전 장관은 "지금 단계에서 알게 된 흠결을 그때 알았더라면 대통령경호처가 막을지언정 내가 몸을 써서라도 막았을 것" "사전에 낌새를 알았다면 대통령을 어떤 식으로든 뜯어말렸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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