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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문재인 만나 "통합" 외쳤지만... 친명-비명계 신경전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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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통합과 포용을 다짐했다. 비이재명계 잠룡들이 이재명 일극체제에 견제구를 본격화하며 친이재명계와 비명계 간의 분열 조짐이 일자 서둘러 집안단속부터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민생 경기 회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관련해서도 민주당 방안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도 피력하며 정부에 협조를 요청했다. 민생과 통합 행보로 반이재명 정서를 정면돌파하고, 답보하는 지지율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복안이다.
이날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에 위치한 문 전 대통령 사저에서 진행된 두 사람의 회동은 애초 예상(50분)을 훌쩍 넘겨 1시간 40분 가까이 진행됐다. 지난 9월 회동 당시와 비교해도 두 배 넘는 시간이다. 이날의 핵심 메시지는 통합과 포용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총선을 거치며) 민주당에서 일부는 떠나갔고, 대다수는 그대로 있지만 이 대표에 대해 조금 거리를 두는 분들이 있는데 이런 분들을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 배석자가 전했다. 이에 이 대표도 "공감한다. 그런 행보를 하겠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이 대표가 0.73%로 패배했던 점을 상기시키며, 진영을 아우르는 포용이야말로 대선 승리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고 한다. 조승래 수석대변인도 회동을 마친 뒤 문 전 대통령이 "민주당뿐 아니라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국민을 대상으로 적극 통합하고 포용하는 태도를 보여달라"고 주문했고, 이 대표도 "통합과 포용에 힘쓰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비명계 주자들의 '이재명 흔들기'가 본격화되며 친명계와 비명계의 해묵은 갈등이 꿈틀대는 시점에서 문 전 대통령을 찾았다. 전날 친문재인계 적자인 김경수 전 지사는 페이스북에 "2022년 대선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와 총선 과정에서 당을 떠나신 분들이 많다"며 "진심으로 사과하고 기꺼이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이 대표의 사과를 촉구했다. 지난해 총선 당시 불거진 이른바 비명횡사 공천을 정면으로 꺼내들어 이 대표를 작심 비판한 것이다. 김 전 지사는 "일극체제, 정당 사유화라는 아픈 이름을 버릴 수 있도록 당내 정치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명계는 발끈했다.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이날 설 민심 기자간담회에서 "당의 단결과 통합을 지켜가는 것이 제일 중요한 과제이자 가치"라며 에둘러 비판했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지난 대선 패배 이유 중의 하나로 당이 통합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많이 있다"면서 "그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잘 살펴봐야 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친문계 의원들이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 대표와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지 못하면서 대선에서 졌다며 책임론을 꺼내든 것이다. 정진욱 의원은 "사면 복권에 대한 감사 표시, 충성 표시를 저렇게 하는 것이냐"고 적었다. 김 전 지사가 본인을 사면해준 윤 대통령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는 취지인데 당내에서도 "너무 나갔다"는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다만 이날 회동에선 김 전 지사의 사과 발언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대신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듯한 발언도 나왔다. "민주당뿐 아니라 대한민국 차원"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이 "1기 행정부와 소통했던 노하우와 지혜 같은 것들이 있다"며 이를 전수해주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한 배석자는 조기대선의 경우 인수위가 없는 만큼 외교 문제는 미리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을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건넸다고 전했다.
통합과 포용을 다짐한 '명문 회동'에도 '불안한 이재명 독주체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이 대표에 대한 2심 선고에서 당선 무효형이 나온다면 상당히 지장이 있을 것"(전날 SBS 유튜브)이라며 사법리스크를 정면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박용진 전 의원도 "윤석열이 탄핵되면 다음은 무조건 민주당이 되는 걸까. 이재명 1극 체제만 극복되면 대선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일까"(30일 페이스북)라며 민주당의 적극적인 체질변화를 주문했다. 대표실 관계자는 "지금은 불법 내란 세력에 맞서 똘똘 뭉쳐 싸워야 할 때"라며 "이 대표 역시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면 당내 주자들을 아우르는 통합 행보를 본격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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