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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도 갈 곳 없는 가자 난민들… 구호기구 활동 중단까지

입력
2025.01.30 19:19
수정
2025.01.31 00:3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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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북부서 쫓겨난 팔레스타인인들 귀환
"모든 것이 파괴됐다... 집 흔적조차 없어"
이스라엘, 난민기구 활동 중단에 "사형 선고"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지구 북부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휴전한 이스라엘이 27일(현지시간)부터 가자지구 북부로 귀환을 허용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맞이한 건 폐허뿐. 이에 다시 다른 지역으로 탈출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중동권 알자지라 방송 등은 보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자지구 난민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제공해온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활동이 30일부터 중단되면서 가자지구 주민들의 불안과 공포는 한층 더 커졌다.

29일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에서 부서진 건물 및 잔해가 보이고 있다. 자발리야=AP 연합뉴스

29일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에서 부서진 건물 및 잔해가 보이고 있다. 자발리야=AP 연합뉴스


"50만 명 귀환"했으나... 폐허가 된 북부

하마스가 운영하는 언론사무소는 29일 오후 "지난 72시간 동안 50만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실향민이 알라시드 및 살라딘 도로를 이용해 가자지구 북부 지역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가자지구 북부에는 가자지구 인구 약 230만 명 중 110만 명가량이 거주했으나, 이스라엘이 국경과 가까운 가자지구 북부에 공격을 집중하며 주민 상당수가 쫓겨났다.

현재 가자지구 북부 대부분의 지역은 정착이 불가한 상태라고 외신들은 잇따라 전하고 있다. 알자지라는 30일 가자지구 북부 중심 도시인 가자시티 등을 포함한 여러 도시를 둘러본 뒤 "공공시설부터 주거용 건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파괴됐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며 "어느 지역에서는 지도상에 있는 주거 지역 전체가 사라졌고 집의 흔적조차 남지 않은 곳도 있다"고 보도했다. 상수도 등 기반 시설도 파괴된 상태다.

이에 북부 주민 상당수는 다시 남쪽으로 대피하고 있다. 알자지라 소속 기자인 하니 마흐무드는 "몇몇 가족들은 완전히 파괴된 집 앞에 몇 시간 동안 서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를 고민했다"며 "가자지구 북부에서 주민들이 얼마나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가자지구 중부 등 다른 지역도 물과 음식 등 필수 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인 것은 마찬가지다.

29일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에서 부서진 건물 및 잔해가 보이고 있다. 자발리야=AP 연합뉴스

29일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에서 부서진 건물 및 잔해가 보이고 있다. 자발리야=AP 연합뉴스


"지원 어쩌나"... UNRWA 활동 중단시킨 이스라엘

이런 가운데 UNRWA의 동예루살렘 사무소마저 30일 문을 닫았다. UNRWA의 '행정 허브' 역할을 해 온 동예루살렘 사무소 운영이 중단되면 가자지구 난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어려워진다. UNRWA는 개전 이후 15개월 동안 가자지구 주민 약 190만 명에게 식량을 전달하고, 160만 명에게 1차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인도적 지원 측면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해 왔다. 가자지구 남부 주민인 아부 나엘 하무다는 "UNRWA가 없어지는 건 우리에게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이스라엘은 줄곧 'UNRWA가 하마스와 연루돼 있다'고 주장해 왔다.

주변국은 가자지구 난민의 자국 유입을 우려하고 있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29일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추방이나 이주는 우리가 참여할 수 없는 불의이자 이집트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가자지구가 전쟁으로 황폐해졌으니 팔레스타인 주민을 이집트나 요르단 등 주변 아랍권 국가로 이주시키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반박 차원이기는 했으나 가자지구 주민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19일부터 42일간 진행되는 1차 휴전도 여전히 불안한 분위기다. 하마스는 30일 오후 이스라엘인 3명과 태국인 5명 등 인질 8명을 추가 석방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수감자 110명 석방을 한때 보류하면서 어깃장을 놨다. 이스라엘인 인질을 국제적십자에 인계할 때 팔레스타인 군중이 적십자 차량을 흔드는 등 소란이 벌어졌다는 이유였다. 이날 석방 대상이었던 수감자는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감옥에서 풀려났다.

2차 휴전을 위한 협상도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는 29일 이스라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만나 가자지구 주민들의 아랍 국가 이주 및 2단계 휴전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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