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사고기 블랙박스, 활주로 2㎞ 전 바다 위에서 멈췄다

27일 항철위 예비보고서 발간
사고 이후 첫 정식 보고서
블랙박스 멈춘 지점과 시간 담겨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공개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고기 비행경로와 블랙박스 중단 지점. 항철위 제공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고기 블랙박스 기록이 활주로에 2㎞ 접근한 해상부터 4분7초간 멈춘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는 27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예비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사고 이후 항철위가 처음으로 공표한 정식 조사 보고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기는 지난달 29일 오전4시30분쯤 태국 스완나품 국제공항에서 이륙했다. 이후 8시54분43초에 무안국제공항 관제탑과 착륙을 위해 교신했고, 관제탑은 착륙을 허가했다. 당시(오전 9시기준) 무안국제공항 날씨는 시정은 9,000ｍ며 구름은 4,500피트(약 1.37㎞)에 조금 있는 수준이라 사고기 운항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바람은 110도 방향에서 2노트(약 3.7㎞)로 불고 있었다.

급박한 상황은 착륙 허가 약 3분 후 시작됐다. 관제탑은 8시57분50초에 사고기에 '조류 활동을 주의하라'는 교신을 보냈다. 8시58분50초에는 사고기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가 기록을 멈췄다. 당시 사고기는 원래 착륙하려던 방향인 01활주로의 시작점(활주로 최남단)에서 남쪽으로 약 1.1NM(해리) 떨어진 바다 위를 비행하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터로 환산하면 약 2,037ｍ다.

블랙박스 기록이 멈추고 6초 뒤, 사고기 조종사는 조류 충돌로 인한 메이데이(비상 선언)를 보내면서 고도를 높여 복행했다. 이후 활주로 왼쪽 상공으로 비행하다가, 오른쪽으로 선회한 뒤 당초 내리려던 활주로 반대 방향인 19활주로에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로 동체 착륙했다. 동체착륙 직후인 9시2분57초 둔덕과 충돌했고, 화재와 폭발이 연이어 발생했다.

항철위 조사 결과 두 엔진 모두에서 가창오리의 깃털과 혈흔이 발견됐다. 그러나 정확한 조류 충돌 시점이나 충돌한 조류 개체 수, 다른 조류가 포함됐는지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항철위는 엔진를 분해 검사할 계획이다. 조류 충돌이 블랙박스를 비롯한 항공기 장치 기능 이상에 미친 영향과, 복행 및 착륙 활주로 변경의 배경 등도 추후 조사를 통해 드러날 전망이다. 항철위 관계자는 "예비보고서에 수록된 정보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최종 보고서에는 수정된 내용이 담길 것"이라며 "모든 과정을 공정하게 진행해 사고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항철위 예비보고서는 사고 조사 당국이 국제민간항공협약에 따라 초기 조사 상황 공유 차원에서 사고 발생 30일 이내에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및 사고 관련국에 보내도록 규정돼 있다. 항철위는 이를 사고기의 기체 및 엔진 제작국인 미국과 프랑스 외에 사망자가 발생한 태국에 제출했으며, 항철위 홈페이지에도 게재했다.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