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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에게 없는 건 '2017년 이재명'… 8년 전 문재인과 달라진 처지

입력
2025.01.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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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갤럽 여론조사로 본 '대통령 탄핵' 정국
야권, 2017년엔 '경쟁' 2025년엔 '독주 체제'
여권, 2017년엔 '분열' 2025년엔 '반 이재명'
尹 탄핵 찬성 75%→59%… 朴 탄핵 땐 유지

편집자주

여의'도'와 용'산'의 '공'복들이 '원'래 이래? 한국 정치의 중심인 국회와 대통령실에서 벌어지는 주요 이슈의 뒷얘기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24년 2월 4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자택에서 문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24년 2월 4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자택에서 문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2017년 설 직전 한국갤럽 여론조사 1위 문재인. 3월 10일 박 전 대통령 탄핵안 선고. 5월 10일 대선.’

‘2024년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2025년 설 직전 한국갤럽 여론조사 1위 이재명.’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12·3 불법계엄' 선포 이후의 정치 상황은 2016년 말~2017년 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데칼코마니입니다.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 절차를 밟으면서 여야가 조기대선을 준비하기 시작하고,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가 있다는 사실까지요.

2017년 설 명절을 앞두고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1위를 했던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이후 5월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면서 ‘대선 재수’에 성공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2022년 대선에서 고배를 마신 뒤 줄곧 대선주자 1위 자리를 꿰차고 있다는 점까지는 유사한 흐름입니다.

하지만 ‘대선 주자 1위’를 제외하고는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처지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당시와 비교해 당내 경쟁이 없는 반면, 상대 진영은 치열한 '반 이재명' 경쟁을 하고 보수 지지자들도 8년 전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으려 똘똘 뭉쳐 있습니다. ‘별의 순간’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이 대표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힙니다.

2017년 4월 8일 더불어민주당 경선 직후 경선주자였던 최성(왼쪽부터) 전 고양시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호프집에서 만나 건배를 나누며 화합을 다짐했다. 연합뉴스

2017년 4월 8일 더불어민주당 경선 직후 경선주자였던 최성(왼쪽부터) 전 고양시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호프집에서 만나 건배를 나누며 화합을 다짐했다. 연합뉴스


이재명에겐 ‘이재명·안희정’이 없다

2025년의 이 대표에게 없는 것은 ‘2017년의 이재명’입니다. 2017년 설 직전 진행된 한국갤럽의 1월 둘째 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 전 대통령이 31%로 전체 후보 중 1위를 달렸고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가 12% 지지율로 야권 후보 중 2위였습니다. 민주당의 경선 전까지 이 대표의 선명성이 분위기를 이끌었고, 이후 상대적으로 중도층에 소구했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치고 올라오면서 3파전을 형성했습니다.

이후 민주당 경선이 끝난 이후에는 문 전 대통령 지지율이 40%대까지 올랐습니다. 문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더 선명한 이 대표, 더 중도적인 안 전 지사의 지지 세력이 똘똘 뭉친 것이죠. 문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직후 경쟁자들과 가졌던 ‘호프타임’이 이를 상징합니다.

하지만 지난 24일 발표된 올해 1월 넷째 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 대표가 31%로 가장 앞서고 있다는 점 외에는 공통점을 찾기 힘듭니다. 여러 잠룡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지만 아직 8년 전처럼 유의미한 경쟁을 하는 수준은 아닙니다.

민주당 내에서는 김동연 경기지사(1%)가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고, 계엄 이후로 시계를 확장해 봐도 우원식 국회의장(2024년 12월 3주 기준 1%) 정도가 있습니다. 야권 전반으로 확장을 해도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2%)만 있을 뿐입니다. 당시 누렸던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대목입니다.

한국갤럽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한국갤럽 1월 넷째 주 조사(단위 : %)
한국갤럽

윤석열 사라지니 ‘이재명 잡기 경쟁’만

보수 진영의 대선 레이스도 2017년과 2025년은 전혀 다른 흐름입니다. 2017년에는 정치권 밖에 있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망론’이 거세지면서 ‘제3세력’으로서 기대를 받았고, 이는 보수의 분열로 이뤄졌습니다. 1월 둘째 주 까지만 해도 반 전 사무총장의 지지율은 20%로, 문 전 대통령에 앞서는 일부 여론조사도 있었습니다. 보수층의 지지는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5%)이 차지했고, 뒤늦게 대선 레이스에 합류한 홍준표 당시 경남지사가 이 배턴을 이어받았습니다. 그사이 보수진영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쪼개졌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보수진영이 아직은 분열되지 않은 채 치열한 내부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1월 넷째 주 기준으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11%)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5%) △홍준표 대구시장(4%) △오세훈 서울시장(3%)이 이 대표의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여기에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도 국민의힘 주자로 꼽힙니다. 국민의힘 소속은 아니지만, 야권인데도 보수진영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있습니다.

이 대표의 독주체제가 길어지다 보니 보수의 목표도 ‘이재명을 이길 후보 찾기’로 단순해졌습니다. 윤 대통령이 체포, 구속되면서 ‘내란 심판 선거’라는 야권의 시대정신이 희석되고이재명이냐 아니냐’는 여권의 프레임이 부각되고 있다는 거죠. 지금은 김 장관이 보수진영에서 가장 앞서나가지만, 상대적으로 중도에 가까운 후보가 선출되고 분산된 표가 한데 뭉친다면 이 대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인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한 가운데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단체 집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인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한 가운데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단체 집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보수는 2017년을 떠올린다

윤 대통령 탄핵을 바라보는 시선도 2017년 박 대통령 탄핵 당시와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광장의 열기가 ‘이명박근혜’(이명박+박근혜) 정권 심판을 내걸었던 당시와 비교해 덜한 측면도 있지만, 당시 무기력했던 보수가 이번에는 더 적극적으로 변신한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일종의 학습효과로 볼 수 있죠.

설 연휴 직후인 2017년 2월 둘째 주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찬성한다는 응답이 79%로, 국회의 탄핵안 통과 직전인 2016년 12월 둘째 주(81%)와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설을 앞둔 올해 1월 넷째 주 조사에서는 탄핵 찬성 여론이 59%에 그쳐, 탄핵안 통과 직전인 지난해 12월 둘째 주(75%)보다 대폭 줄었습니다.

여론조사에서 ‘나는 보수’라고 응답한 사람의 비중 차이에서 여기에 대한 힌트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016년 말 박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뒤 대선까지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스스로의 정치성향을 ‘보수’라고 응답한 비율은 단 한 차례도 30%를 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탄핵안 통과 직전 24.5%까지 줄어들었던 보수층 응답자가 설 직전에는 35.4%까지 대폭 늘어났습니다. 8년 전에는 보수층에서도 탄핵 찬성 여론이 63%(반대 32%)에 달했던 반면, 이번에는 보수층의 탄핵 찬성 여론이 27%(반대 69%)에 그친 것도 큰 차이입니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됩니다.

정치 도산공원 연재 문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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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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