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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믿을 트럼프"… 유럽에서 쏟아지는 '트럼프 2.0 대비책'

입력
2025.01.2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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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프랑스 "트럼프 시대... 유럽, 더 단합을"
그린딜·ESG 보고 등 규제 완화 필요성 제기
"방위비 높여야" 대미 안보 의존 축소 요구도
"X 쥐고 유럽 여론 호도"... 머스크 견제 본격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에 발맞춰 유럽에서 '트럼프 대응책'이 쏟아지고 있다. 군사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체제를 뒤흔들 것에 대비해 "유럽도 자체 군사력을 키우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게 대표적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내건 트럼프 행정부하에서 유럽의 산업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각종 규제를 철폐·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본격화하고 있다.

"뒤처질라"... '단결' 촉구한 유럽 양강

독일 도이체벨레 등에 따르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국 우호를 위해 1963년 체결한 '엘리제 조약' 62주년을 기념하는 차원에서 열렸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에 불러올 파장을 논의하고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해 유럽 양대 강국이 뭉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의 새 행정부가 출범한 지금, 유럽은 더 단합하고 강해질 필요가 어느 때보다 커졌다"며 "유럽은 유럽의 이익을 명확히 하고 이를 유럽의 가치와 수단으로 지켜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숄츠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에) 명백한 도전인 만큼 유럽이 더 강해지고 회복력을 가져야 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러한 맥락에서 프랑스와 독일은 유럽연합(EU)에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의 완화를 압박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CSRD는 기업의 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ESG) 책임 강화를 위해 관련 보고 제출을 의무화한 법이다. 양국이 CSRD 적용 범위 축소 및 시행 연기를 요구하는 건 미국이 자국 산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외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천명한 상황에서 유럽이 스스로를 옥죄어선 안 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규제 완화 필요성은 올해 상반기 EU 순회의장국을 맡은 폴란드에서도 제기됐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22일 유럽의회 연설에서 "그린딜을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린딜은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세부 정책을 담은 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당일 파리기후변화협약 재탈퇴를 결정한 지금, 유럽이 기후 목표만을 좇다가 자체 산업 경쟁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게 투스크 총리 주장이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22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 의사당에서 올해 상반기 유럽연합(EU) 순회의장국을 맡은 데 따른 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스트라스부르=EPA 연합뉴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22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 의사당에서 올해 상반기 유럽연합(EU) 순회의장국을 맡은 데 따른 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스트라스부르=EPA 연합뉴스


"유럽, 생존 위해 무장해야"... 방위비 증대 여론 ↑

유럽이 자체적인 군사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도 잇따르고 있다. 나토 회원국을 겨냥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5%를 국방비로 할당하라'고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 압박을 외면할 게 아니라, 오히려 적극 수용해 대미 안보 의존도를 줄이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투스크 총리는 '트럼프의 귀환'과 관련해 "유럽이 안보상 안락했던 시절은 끝난 셈"이라며 "군사비 지출 증가를 위해 어떻게 자금을 조달할지 등을 유연하면서도 창의적으로 고민하자"고 말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방위청 연례회의에 참석해 "우리는 우리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며 EU를 탈퇴한 영국과의 방위 협력 강화를 촉구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2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독일 나치를 연상케 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2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독일 나치를 연상케 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기술 억만장자, 민주주의 훼손..." 머스크 견제

본인 소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를 무기 삼아 국제사회 여론을 쥐락펴락하려 하는 '트럼프의 최측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견제하는 방안도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해 △SNS 알고리즘 및 사용자 정보에 대한 EU의 접근성 확대 △SNS 최고경영자 책임 강화 등을 담은 규제 방안 마련을 EU 회원국들에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체스 총리는 "경제 권력에 만족하지 않는 소수의 기술 억만장자가 이제 우리의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방식으로 정치 권력까지 얻으려 한다"며 머스크를 비판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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