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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를 떠나 합치된 외교안보 노선부터 밝혀야"...트럼프 2기 정부 향한 한미 전문가들의 해법

입력
2025.01.24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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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전문가 7인 인터뷰>
"한국, 국내정치 안정이 최우선"
"주요 현안 두고 정책 기조 일관성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열린 실내 대통령 취임 퍼레이드 행사에 참석해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열린 실내 대통령 취임 퍼레이드 행사에 참석해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내각이 시작됨에 따라 세계 각국이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 대한 대응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12·3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탄핵 정국으로 정상 간 소통은 물론 외교안보 관련 논의에서도 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손발이 묶여 있다.

이에 전직 외교관료와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22일 한국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최소한 외교노선에서만큼은 통일된 기조를 유지하고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한국 패싱' 우려까지 나오는 한반도 안보와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양국 간 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한국 정치 안정이 먼저…정책 공조는 그 다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홀에서 제47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후 가수 크리스토퍼 마키오가 미국 국가를 부르는 동안 거수경례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홀에서 제47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후 가수 크리스토퍼 마키오가 미국 국가를 부르는 동안 거수경례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한미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트럼프 2.0 행정부에 대응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 '국내 정치 안정'을 꼽았다. 트럼프 행정부와 굵직한 현안을 논의하려면 한국의 외교정책 기조에 일관성과 명확성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처럼 정치가 양 극단으로 나뉘어 있는 상황에서는 미국도 분명한 입장을 갖고 한국과 긴밀히 대화에 나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연구소 재단 핵 억제 및 미사일 방어 연구원은 "한미 간 긴밀한 공조와 한미일 안보협력은 (미국 입장에서도) 공통의 적인 북한과 중국을 억제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며 "트럼프 행정부도 지금의 한미공조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국가의 대외정책은 투명성과 일관성이 필수적"이라며 "당장 '북한은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우리 정부는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를 당파를 떠나 일관된 입장이 있어야 급변하는 정세에 대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미 대화에서 '한국 패싱' 없을 것"

특히 최근 전 세계 외교안보 관련 논의에서 한국이 소외된 채 대화가 진행되는 이른바 '한국 패싱' 우려가 나오는 것에 대해 한미 전문가들은 일단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관된 입장을 갖고 빠른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프레드 플라이츠 미우선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북미대화가 진행될 때도 한국과 긴밀히 대화했다"며 "리처드 그레넬 특사를 통해 (북한과 미국이) 일정 수준 대화를 진행할 수 있는데 대화를 하더라도 북한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시키고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미국은 한국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적극 대화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일 안보협력이 계속 강화되기를 바라고, 특히 조선업 분야에서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과의 협력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전봉근 한국핵정책학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를 통해 북핵문제를 풀려고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지금이라도 빨리 한미 간 핵문제를 담당하는 실무진들끼리라도 만나, 북미협상이 진행되더라도 어떤 식으로 대화를 해나갈지 단계적 비핵화 조치를 어떻게 이룰지에 대한 로드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가 일관된 북한 비핵화 방침을 세우고 이를 트럼프 행정부와 적극 소통해 북미대화 과정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곧 '청구서' 날아올 듯"

그래픽=이지원 기자

그래픽=이지원 기자


전문가들은 양극화된 정치를 뛰어넘어 하나의 목소리를 내면서 해결해야 할 급박한 현안으로 '통상문제'도 꼽았다. 트럼프 1기 행정부와 비교해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적자 규모가 500억 달러(약 72조 원) 이상 늘어난 만큼, 2기 행정부가 곧 한국에 대한 관세부과 및 대미투자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20일(현지시간)부터 미국의 주요 적자국인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 유럽연합(EU) 등을 언급하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원장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천연가스(LNG)를 수입해서 무역 흑자를 줄이는 등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민에게 자랑할 만한 사안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며 "지금 당장 조치를 취하지 못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이른바 '청구서'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와 여야가 초당파적으로 입장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직 외교장관을 지낸 한 인사도 "외교 채널에서는 평상시와 같은 소통(business as usual)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면서도 "우리 기업들이 대미투자 및 관련 사업을 선제적으로 제시해 관세 부과나 보조금 삭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일관된 목표를 설정하고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특징을 고려한 전략적 소통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국가와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기면서도 자신의 상대방도 자신의 격에 맞게 급이 높고 자기중심을 유지하는 지도자를 선호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무조건 응하는 자세보다는 제조업에서부터 방위비 분담금과 주한미군, 북핵 문제까지 우리의 입장을 내부적으로 통일해서 미국에 어떻게 서로 '윈-윈(win-win·상부상조)할 수 있는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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