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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없이 맞는 레벨2 트럼프 스톰… "불확실성이 브랜드인 트럼프 앞, 서두름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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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브랜드는 불확실성이다. 서두르지 말고 미국과의 협력 가능성과 기회를 착실하게 준비해야 한다."
여한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행정 명령에 줄줄이 서명하면서 광폭 행보를 시작했다. 불확실성을 무기로 삼은 그답게 예고했던 행동들을 일부러 비껴가는 모습까지 보였다. 예측 불가능을 앞세운 트럼프식 돌풍이 막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8년 전보다 복잡해진 대내 상황까지 더해진 대(大) 불확실성의 시대, 대(對)미 통상 전문가들은 서두르지 말고 차분하게 협상 테이블에서 꺼낼 카드를 정부·정치권·민간 기업 등 각계가 합심해 만들어 나갈 때라고 조언했다.
한국일보가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첫날부터 트럼프표 불확실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24일 평가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분야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 10% 이상의 관세를 매기고 중국에는 최대 60%까지 부과할 거라고 강조해왔다. 또 캐나다·멕시코·중국을 콕 집어 취임 첫날 관세 조치를 실시할 거라고도 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보편 관세 부과는 준비가 덜 됐다"며 '미국 우선 무역 정책' 각서에 서명해 무역협정을 4월까지 검토해 보고하라 했다. 캐나다·멕시코에도 말로만 2월 1일부터 관세를 내게 하겠다고 할 뿐이었다.
전문가들은 이 대목에서 트럼프의 불확실성이 진화했다고 봤다. 처음부터 '마라맛' 행동을 하기보다는 시장과 상대국들의 행동을 살피며 디테일을 채워 나가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 취임사에서 "우리 시민들을 부유하게 하기 위해 외국에 관세와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힌 것처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 하기 위해 관세를 수단으로 활용한단 방향성에는 변함없는 모습이었다. 즉 관세 폭탄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던질지를 두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여 전 본부장은 "무엇을 할지(일반관세)는 정했지만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지 시점·강도 등을 놓고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에 논의하는 듯하다"며 "1기에 비해 경험과 노하우가 있고 월스트리트 베테랑도 많아 국내 인플레이션 등 시장 반응을 살피며 강약·속도 조절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이 2022년 9월 9%대까지 치솟은 뒤 어렵사리 2%대로 떨어뜨렸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반감이 대선 승리 이유로도 꼽혀 고려가 필수다.
그러나 금세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연임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2년 뒤 중간 선거에서 이기려면 정책적 성과를 빨리 내야만 해 마냥 미룰 수 없단 것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도 "국경이나 전쟁 등 대외 이슈를 먼저 다루고 내각이 출범하면 한두 달 안에 통상 부분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환경도 좋다. 전 외교부 경제통상대사를 지낸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트럼프 1기의 교훈, 충성파로 꾸려진 참모진, 공화당의 의회 장악, 보수 성향이 강해진 사법부까지 더해져 협조를 잘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거래의 귀재인 트럼프 대통령은 'MAGA' 달성을 위해 여러 카드를 손에 쥐고 여러 나라와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때 관세는 물론 미 제조업 강화를 위한 투자 유치, 무역 협정 개정 등도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가 어떤 것을 내어주고 얻을 수 있을지를 두고 치열하게 전략을 짜고 있다.
다행히 한국은 멕시코·캐나다·중국에 비해선 뒷 순위로 밀린 듯하지만 문제는 리더십 부재 상황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1기 때도 한국은 탄핵 정국이었는데 이때와는 차원이 다른 위기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생각이다. 이름을 밝히기 꺼려 한 통상 전문가는 "외교는 내정을 반영하며 설사 정쟁이 있더라도 국경 밖에서는 한마음으로 임해야 하는데 지금은 여야의 생각 차가 크다"며 "정부도 영속적이지 않으니 어떻게 강단 있는 거래를 할 것이며 상대국은 그 거래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안타까워했다.
불안감을 느낀 기업들은 각자도생하듯 미국에 잇따라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다. 현대제철은 제철소, CJ그룹은 아시안 푸드 공장, LS전선은 해저케이블 공장 등 분야도 넓다. 하지만 이런 개별 투자는 위험성이 있다. 또 다른 통상 전문가는 "각자도생하다가 각개격파당하면 공멸"이라며 "간, 쓸개까지 다 내놓고 아무것도 얻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비관적 입장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혼란이 하루빨리 정리되고 민관이 힘을 모아 강력한 협상안을 고심해야 할 때라고 짚었다. 여 전 본부장은 "정치적 불확실성 제거가 최선"이라며 "경제, 통상 분야에서는 정부와 여야가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기업들은 긴밀히 조율해 화력을 최대한 끌어올린 뒤에 최적의 시점에 터트려 효과를 극대화시켜야 할 것"이라며 "특히 한국이 경쟁력도 있고 미국도 바라는 조선·군수·바이오·원전 분야가 유망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공포에 휩싸인 채 섣부르게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5인의 실무대표단을 미국 현지에서 꾸린 것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장·차관도 임명 전이고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도 아닌데 그들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라며 "의미 없는 파견"이라고 일갈했다.
최 고문은 "협상에서는 인내하는 만큼 대가가 있는 법"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 요구를 하기 전까지 전략과 전술을 정리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힘써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안감에 있는 패를 다 내보인다거나 겁먹은 모습을 보여줘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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