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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 전도사가 尹 방탄 선봉에... 윤상현의 기막힌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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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와 용'산'의 '공'복들이 '원'래 이래? 한국 정치의 중심인 국회와 대통령실에서 벌어지는 주요 이슈의 뒷얘기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불법계엄 사태가 부른 초유의 정국에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탄핵 찬반의 갈림길에 섰습니다. 그중 5선 중진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의 급격한 우클릭이 눈에 띕니다. 윤 의원은 당내 몇 안 되는 수도권 중진 중 한 사람인데요. 탄핵 정국 이전만 해도 당을 장악한 친윤석열계와 영남 기득권을 '암 덩어리'로 지칭하며 각을 세워왔습니다. 그러다 친윤 핵심에게서 "배에서 내리라"는 경고를 듣기도 했지요. 이런 비윤석열계·비주류 인사였던 그가 최근엔 체포 위기에 몰린 윤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한남동 관저 앞 시위에 앞장섰습니다. 심지어 지난 19일 새벽 서울서부지법 난입 폭력 사태 발생 직전 법원 담을 넘은 시위자들의 선처를 경찰에 요청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쇄신파'에서 '아스팔트 우파'로 급커브를 한 셈인데요. 변화 과정을 살펴봤습니다.
윤 의원은 윤 대통령을 사석에서 '형님'이라고 부른다고 지난해 한 언론 인터뷰에서 털어놨습니다. 그렇지만 친윤계 핵심과는 거리가 있었죠. '암 덩어리' 발언만 봐도 그렇습니다. 2023년 8월 윤 의원은 차기 총선에서 수도권 패배가 우려된다며 "국민의힘에는 (수도권 위기를 촉발하는) 큰 암 덩어리가 두세 개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당시 친윤계와 영남권 의원 위주로 꾸려진 김기현 지도부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죠. 친윤계가 발끈했습니다. 당시 당 사무총장이자 정권 실세였던 이철규 의원은 "타고 있는 배를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승선을 못 한다"고 윤 의원에게 경고장을 날렸습니다. '암 덩어리' 발언 논란은 이후 윤 의원이 사과를 하며 일단락이 됐죠.
하지만 윤 의원의 우려는 적중했습니다. 지난해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108석을 얻는 데 그쳐 참패했습니다. 특히 수도권 122석 중 고작 19석을 얻어 궤멸하다시피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수도권(인천 동·미추홀을) 5선 고지에 오르며 살아남은 윤 의원은 선거 참패로 침체된 당을 가장 먼저 흔들어 깨웠습니다. 잇달아 '보수 혁신 세미나'를 열고 당 쇄신에 앞장섰습니다. 지난해 5월 세미나에서는 “총선에서 대참패 했는데도 공동묘지의 평화 같은 분위기”라며 “(중국의) 모택동이 문화대혁명을 하면서 공산당 본부를 폭파하라고 하지 않았느냐. 국민의힘도 그런 강력한 의지를 갖고 창조적 파괴를 해야 한다”고 시원하게 일갈했습니다.
당 주류인 영남권 의원들에게는 '2선 후퇴'를 요구했는데요. 윤 의원은 당시 “당이 영남 중심이다 보니 공천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당 지도부나 대통령에게 바른 소리를 전달 못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당 안팎에선 '사이다 발언'이란 평가가 나왔습니다. 물론 영남권 의원들은 “선거 때만 되면 영남에 와서 표 달라고 애걸복걸하고, 무슨 문제만 생기면 영남 탓을 한다. 참 경우도 없고 모욕적”(대구 달서병 권영진 의원)이라고 반발했지만요.
그러다 윤 대통령 탄핵 정국이 들어서자 윤 의원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대통령 방탄에 누구보다 적극적입니다.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위기에 처한 윤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친윤계, 영남권 의원들보다 훨씬 열렬합니다.
"1년 후면 유권자는 다 찍어준다"는 발언이 신호탄이었습니다. 윤 의원은 지난달 7일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탄핵소추안 부결 이후 표결 불참의 역풍을 걱정하는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에게 "내가 박근혜 탄핵 반대해 봤다. 내일, 모레, 1년 후에 국민은 또 달라진다"며 "그다음에 무소속 가도 다 찍어줬다"고 안심시켰다고 공개했는데요. 유권자들은 쉽게 잊어버리기 때문에 민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도 괜찮다는 취지로 해석돼 비판 여론이 거셌습니다. 다만 해당 발언은 "우리가 다시 잘하면 유권자는 다시 돌아오고 1년 후면 달라 질 수 있다"는 뜻이었다는 게 그의 해명입니다.
이어 지난달 11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현안 질문에서는 불법계엄을 정당화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그는 “1997년 대법원 판례를 보면, 비상계엄을 고도의 정치행위, 통치행위로 보고 있다”고 주장해 야당의 거센 반발을 샀는데요. 실제 판례를 보면 대법원은 일관되게 '통치행위라도 헌법과 법률을 어기면 사법 심사 대상'이라고 판단하고 있어서 윤 의원의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는 반론이 많습니다. 윤 의원은 "12·3 비상계엄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에 대한 위헌성 여부는 헌법재판소에서 공정한 판결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소환 조사에 불응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체포영장 집행에 나서자 윤 의원은 관저 앞 시위의 최전선에 섰습니다. 지난 2일 시위에서는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체제 수호의 대명사”라며 “윤 대통령을 지키는 것은 결국 대한민국 체제를 지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수사를 받는 윤 대통령이 체제 수호자라는 역설적 주장에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했죠. 지난 11일 개신교 단체들이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열었을 때인데요. 윤 의원은 이번에도 마이크를 잡고 “우리는 어둠의 세력에 맞서서 빛의 세력을 끌고 가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고 외쳤습니다. 탄핵 찬성은 어둠의 세력, 탄핵 반대는 빛의 세력이라는 기막힌 세계관을 드러냈습니다. 지난 5일엔 아스팔트 우파를 대표하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전 목사는 그런 윤 의원의 모습이 흡족했던지 "잘하면 대통령이 되겠다"고 덕담을 건넸습니다. 이와 관련, 윤 의원은 본보에 "나는 감리교회 권사이고 국회 기독인회 회장을 맡고 있어서 기독교 목회자에게 언제나 깍듯하게 예의를 갖춘다"고 해명했습니다.
탄력을 받은 윤 의원은 질주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항의하는 시위대 수십 명이 지난 19일 새벽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한 폭력 사태 직전에 일부 시위대가 먼저 법원 담을 넘었는데요. 윤 의원은 "(월담자 10여 명이 경찰에서) 곧 훈방될 것"이라고 호언장담을 했습니다. 윤 의원은 이 발언이 이후 벌어진 난입 폭력 사태와 무관다고 해명했는데요. 그럼에도 그의 발언이 시위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줘서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5당은 "윤 의원이 폭도를 추종하는 듯한 행태를 벌였다"며 의원직 제명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윤 의원의 변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지난 22일 미국 출장 중이던 윤 의원은 한국일보의 질문에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답장에서 그는 "나는 변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보수 혁신과 탄핵 반대는 상충되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윤 의원은 "나는 지금도 보수 혁신과 통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탄핵 사태의 본질은 중도냐, 보수냐, 진보냐의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체제를 지키냐 못 지키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보수 혁신은 필요하지만, 이와 별개로 탄핵 반대는 "대한민국을 붕괴시키려 하는 좌파 사법 카르텔, 부정부패 선관위 카르텔, 종북 주사파 카르텔"로부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는 일이기에 병행 가능하다는 주장인 듯합니다.
물론 윤 의원은 "12·3 비상계엄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이 다르다고 '좌파 카르텔'로 규정해 적대시하는 인식은 "반국가 세력 척결을 위해 계엄을 선포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그것과 무척 비슷하게 보입니다. '폭력적·자의적 지배의 배제'를 요체로 하는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하는 것은 과연 누구일까요.
당내에서는 윤 의원이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출마하기 위해 몸을 푸는 것이란 해석도 나옵니다. 윤 의원은 "탄핵이 기각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조기 대선 운운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선 출마나 정치적 입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라고 해명했지만 이런 관측은 끊이지 않습니다. 한 대구·경북 지역 다선 의원은 "충성 지지층을 선점해 대선후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윤 의원은 차기 대통령 여론조사에서 아직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스팔트 우파는 한남동 관저 앞 시위에 한 번도 나온 적 없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데요. 이런 점을 감안하면 윤 의원의 여론조사 부진이 윤 대통령을 지키는 노력이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급격한 변신이 기회주의 행보로 비치기 때문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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