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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은 뒷전? 민주당은 웬만해선 그녀를 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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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와 용'산'의 '공'복들이 '원'래 이래? 한국 정치의 중심인 국회와 대통령실에서 벌어지는 주요 이슈의 뒷얘기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불법 계엄 선포 이전 더불어민주당이 집중적으로 화력을 쏟아부은 타깃은 김건희 여사였습니다. 지난해 5월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김건희 특검법)만 벌써 4번에 달합니다. 새 특검법이 발의될 때마다 수사 대상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서 '명태균 게이트',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등이 추가되며 눈덩이처럼 불어났었죠.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 8일 거부권에 막혀 돌아온 4번째 특검법이 재표결에서 부결되자, 김건희 특검법 추진을 잠시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김 여사는 민주당의 관심에서 멀어진 걸까요?
요즘 민주당은 당황한 기색을 애써 감추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불법 계엄 선포와 계엄군의 헌법기관 점령 시도를 '내란'으로 규정하고 이를 '종식'하는 데 당력을 집중해왔으나 오히려 지지율은 뒤집혔기 때문입니다.
추이를 보겠습니다. 지난달 3일 비상계엄령 선포 직후 민주당 지지율은 50%대까지 치솟았습니다. 당내에서는 "대세가 넘어온 것"이라는 낙관론이 퍼졌었죠. 실제 민주당에 입당하는 당원이 계엄 전과 대비하면 2~3배가량 늘었을 만큼 '계엄 특수'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1월 초중순부터 국민의힘 지지율이 조금씩 상승하더니 최근에는 공신력 있는 업체의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을 앞서는 결과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보수 세력이 과표집됐더라도 민주당에 유보적인 유권자가 많다"(초선 의원)거나 "탄핵 국면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중진 의원) 등 우려가 나옵니다.
민주당은 바로 이 지점에서 김건희 특검법 재추진을 망설이고 있습니다. 김건희 특검법을 다시 추진하면 '내란 종식'이라는 목표가 흐릿해질 수 있는 데다가, 강공 일변도의 이미지만 더해져 보수와 중도층의 이탈을 더 부채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흔들리는 지지율이 더욱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죠.
실제 최근 의원총회나 의원들 텔레그램 방에서는 "설 이후에는 민생 경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거나 "여론조사 지지율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등 지지율 역전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조국 전 대표도 부부가 같이 도륙 났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거센 저항을 받은 것 아니냐"며 "물론 그때와 사안은 다르지만 윤 대통령이 구속된 상태기 때문에 김 여사에 대한 압박까지 급하게 할 필요성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아예 포기한 건 아닙니다. 김 여사가 저질러 놓은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닌 만큼 단죄는 필요하다는 합의는 여전히 강력합니다. 다만 시기와 방법을 고민하는 상황입니다.
일단 내란 특검 출범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내란 일반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만약 실제로 거부권을 쓰면 민주당은 재표결 과정에서 또다시 국민의힘에서 8명의 이탈표를 끌어와야 하는 숙제가 생기게 됩니다. 이때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여론전을 펼치는 용도로 김건희 특검법을 꺼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명태균씨 공천개입 및 여론조작 의혹 등이 담긴 '명태균 게이트'와 관련한 수사 상황에 진척이 생기면 김건희 특검법이 더욱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습니다.
내란 특검이 출범하더라도 김 여사 특검법은 여전히 전면에 배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조기 대선 국면에서 '명태균 게이트'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명태균 게이트'는 김 여사뿐만 아니라 유력 여권 대권 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도 연루돼 있습니다. 2022년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에 있었던 국민의힘 의원들을 비롯 각종 정치권 인사들도 엮여 있고,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민주당은 이를 고려해 '명태균 게이트'만 따로 뽑아서 특검법을 발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명태균 게이트'에만 집중한 특검을 출범하게 되면 여권 인사들이 줄줄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대선 국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것이죠. 특검에서 발굴한 각종 의혹이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되면 여권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내란 특검'이 출범하지 않으면 김건희 특검법을 다시 압박 카드로 쓸 수밖에 없다"며 "'명태균 게이트'를 수사하는 방향으로 가게 되면 국민의힘과 김 여사가 악몽의 시간을 맞이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가장 든든한 방패막이었던 윤 대통령이 힘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김 여사는 과연 특검을 피할 수 있을까요. 김 여사를 향한 여러 의혹을 둘러싼 진상 규명 요구가 여전히 높은 만큼, 앞으로도 김 여사는 가시밭길의 운명을 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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