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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윤 대통령을 이렇게 만들었나

입력
2025.01.25 09:00
수정
2025.01.25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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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선언 1300여 일 만에 불법계엄
'전두환 미화'에 목소리 못 낸 측근들
많았던 조언 그룹... 극우 유튜버만 남아
승리만 좇은 보수, 견제 못한 언론 책임도

편집자주

여의'도'와 용'산'의 '공'복들이 '원'래 이래? 한국 정치의 중심인 국회와 대통령실에서 벌어지는 주요 이슈의 뒷얘기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2021년 6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2021년 6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습니다."

검사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인'이 되겠다고 선언한 이유입니다. 2021년 6월 29일 윤 대통령은 헌법 가치를 최전선에서 수호하겠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1,300여 일이 지난 지금 윤 대통령은 내란 수괴(우두머리) 등의 혐의로 구속됐고 탄핵 심판이라는 최후를 앞두고 있는 지경에 와 있습니다.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누가 윤 대통령을 이렇게 만들었는지를요.


전두환 미화 발언... "모두 깜짝 놀랐다" 그러나 누구도 문제 삼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을 망치고 있습니다. 여당은 12·3 불법계엄에 대해 '잘못은 했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혹은, '잘못은 했지만 야당도 잘못이 있다' 식의 입장입니다. 이는 절대적으로 보수의 가치와는 위배되는 것입니다. 법치를 기반으로 한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켜야 하는 게 보수주의자들입니다. 그러나 국민의힘 극소수를 제외하곤 불법계엄을 철저히 반성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고위공직자수사처 수사에 법적 결함이 있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을 앞세워 보수 집회 현장에 나갈 뿐, 불법계엄은 정당했다는 윤 대통령의 궤변에 상식적 비판을 내는 정치인은 드뭅니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면 곧바로 대선을 치러야 하니까요.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가 궤멸한 전례를 밟지 않겠다는 겁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전두환 옹호’ 발언과 SNS에서 ‘개 사과’ 논란을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당시 후보)이 2021년 11월10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는 모습. 광주=이한호기자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전두환 옹호’ 발언과 SNS에서 ‘개 사과’ 논란을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당시 후보)이 2021년 11월10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는 모습. 광주=이한호기자


국민의힘은 기회를 놓쳤습니다. 때는 윤 대통령이 정치 선언을 하고 몇 달 뒤인 2021년 10월 19일. 윤 대통령을 대선 전후 지근거리에서 봐온 복수의 정치인들은 최근 뒤늦게 자성의 목소리를 냅니다. 당시 부산 해운대구 갑 당원협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미화·찬양하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부분이 이제 그런 부분이 있지만, 그야말로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발언에 대해 한 여권 관계자는 이렇게 반성합니다. "보수 진영에서도 전두환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건 금기시해 왔다. 당시 발언을 다수가 문제라고 봤지만, 아무도 말리지 못했다."


수많았던 조언 그룹 → 원로 3인 → 보수 유튜버

윤 대통령이 불법계엄 선포 전 보수 유튜브 채널에 심취해 있다는 소문이 대통령실 안팎에 파다했습니다. 대통령실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취임 후 보수 신문의 사설을 링크로 보고하면 그것을 위주로 세상과 여론을 보는 듯했고, 시간이 지나면선 유튜브 채널로 여론을 파악하는 듯해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에게도 한때는 다수의 조언 그룹이 있었습니다. 대선 전에는 그 범위가 상당히 넓었습니다. 정치 선언을 한 직후에는 DJ 정신 및 호남정신 계승 차원에서 과거 민주당 계열의 원로들의 조언을 구하는 등의 노력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 당선 이후 조언 그룹은 대폭 축소됐습니다. 물론 대통령에게 광범위하고 무분별하게 조언이 닿는 것을 경계하는 차원이기도 했습니다.

취임 1년이 지나선 윤 대통령의 '멘토 그룹'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이종찬 광복회장, 정상명 전 검찰총장 등 3명으로 좁혀졌다는 말이 참모진 사이에서 나왔는데,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육군사관학교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독립기념관 관장 인사 등을 두고 이 광복회장과 각을 세웠습니다.

남은 건 보수 유튜버들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1월 1일 밤 지지자들을 '자유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애국시민'이라고 지칭하며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애쓰시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고맙고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극우 유튜버들을 대통령실 행정관이나 차관급 공직자에 임명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서부지법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청구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수색영장을 발부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한남동 관저 일대에 보수단체 회원들이 탄핵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서울서부지법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청구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수색영장을 발부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한남동 관저 일대에 보수단체 회원들이 탄핵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회자되는 "육사 갔으면 쿠데타" 증언

불법계엄 이후 '그럴 줄 알았다'는 취지의 윤 대통령 평가는 무의미합니다. 국면, 국면에서의 윤 대통령의 선택과 결정, 발언이 아쉬웠다고 평가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불법계엄 이전에 윤 대통령를 평가하거나 증언한 목소리에 집중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중 눈에 띄는 건 2023년 10월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의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 22차 공판기일에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나와 한 증언입니다. 한 전 부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었던 2020년 3월 19일 서울 서초구의 한 식당에서 대검 간부들과의 식사자리에서 "(당시 윤 대통령이) 만일 육사에 갔으면 쿠데타를 했을 것이다. 쿠데타는 검찰로 치자면 부장검사인 당시 김종필 중령이 한 것이고,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주장했다는 내용을 전했습니다. 전후 맥락을 알 수는 없지만, 국가 폭력에 대한 안일한 신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통령실 사정에 밝은 한 여권 관계자는 불법계엄 사태 이후 "계엄을 암시하는 격한 발언을 평소에 적지 않게 했다"고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보수 진영 다수가 대선 승리만을 위해 비판과 검증에 소홀했던 게 아닐까요. 통합과 화합의 자리여야 할 광복절 경축사(2023년)에서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는 반국가세력들이 활개치고 있다"며 분열을 조장했던 윤 대통령을 막지 못한 참모나 이에 부화뇌동한 일부 언론의 잘못도 작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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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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