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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실한 '환율 안정'

입력
2025.01.01 04:30

지난해 12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스마트딜링룸 전광판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관련 뉴스와 함께 원·달러 환율이 1,480원을 넘어서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스마트딜링룸 전광판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관련 뉴스와 함께 원·달러 환율이 1,480원을 넘어서고 있다. 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사실상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면서 무역 상대국들에 휘두를 직접적인 무기로 ‘환율’이 거론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환율조작국 지정’ 카드다.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의 비중을 감안할 때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돼 제재를 받게 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상당수 국가들엔 큰 부담이다.

상대적으로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큰 우리 입장에선 환율 안정이 그래서 중요하다. 하지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난달 27일 원ᆞ달러 환율은 한때 1,486.7원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6일(1,488.5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 밤에도 1,400원 남짓이던 원ᆞ달러 환율이 한동안 1,460원을 웃돌았다. 이 기간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가 계속 108대였다는 건 급격한 원화 약세가 정치적 불안정 때문이란 얘기다.

수출 주도형 국가라도 고환율을 반길 일만은 아니다. 일부 수출 대기업엔 유리한 게 맞지만, 원재료를 수입해 가공한 뒤 수출하는 대다수 기업은 다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환율이 1%만 상승해도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은 0.4%가 감소한다. 정부로선 고율관세에 대응할 정책적 기반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고, 국민들도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물가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특히 대미 해외직접투자(FDI)가 2023년 215억 달러(약 29조 원)로 세계 1위라는 점 자체가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가치외교’에 몰두하면서 최근 몇 년간 미국 투자를 크게 늘린 삼성전자ㆍ현대차ㆍLG에너지솔루션 등의 외화부채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어서다. 실제 증권가에선 외화부채가 6조 원에 달하는 LG엔솔의 경우 환율 상승만으로 분기 영업이익이 3,000억 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 심각한 건 ‘트럼프 2기’가 출범하면 강달러 현상이 상당 기간 지속될 텐데, 이미 원ᆞ달러 환율은 3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상당한 규모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대중 무역수지 적자 전환 등을 보태면 트럼프 2기의 통상 압박이 거셀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조 바이든 행정부조차 ‘2024년 하반기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중국ᆞ일본ᆞ베트남ᆞ독일 등과 함께 ‘관찰대상국’에 올려놓은 상태다.

사실 금융당국의 환율 안정책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구두 개입은 이미 별무효과임이 확인됐고, 외환위기의 공포가 남아 있고 트럼프 2기 출범 이후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선 외환보유고를 직접 시장에 푸는 것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낙원 NH농협은행 전문위원은 “웬만큼 큰 액수를 동원하지 않으면 환율 상승세를 꺾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적극적인 직접 개입은 자칫 환율 조작 논란을 부를 수도 있다.

다만 정치적 리스크라도 서둘러 줄여야 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달 23일 환율 급등의 이유로 “강달러 기조와 국내 정치적 요인이 반반”이라고 언급했다. 적어도 정치적 불안정성을 줄일 경우 급격한 환율 변동성을 일부라도 제어하며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으로서는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결론을 최대한 빨리 매듭짓는 게 절실하다.

양정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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