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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안 된다' 현수막 금지 번복…이래서야 선관위 믿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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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독립된 헌법기관 지위를 부여한 것은 공직선거의 공정성을 관리하고 책임지는 임무가 막중하기 때문이다. 선관위가 흔들려서 선거 절차와 결과의 정당성이 의심받으면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중차대한 시국에 선관위는 불신을 자초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관위는 어제 노태악 선관위원장 주재로 전체회의를 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판하는 현수막 게시를 선관위가 불허한 결정을 번복했다.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법문만 검토한 섣부른 결정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공신력과 권위를 선관위 스스로 허문 것이다.
선관위는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 지역구(부산 수영)에 조국혁신당이 제작한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 불참 정연욱도 내란 공범이다!'라는 문구의 현수막 게시는 허용했으나 정 의원이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됩니다!'라는 현수막을 거는 건 막았다. 윤석열 대통령 파면으로 조기 대선 실시 가능성이 큰 만큼 이 대표 비방은 공직선거법이 금지한 사전선거운동(낙선 운동)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선관위 논리였다. 반면 국회의원 선거까지는 3년이 남은 데다 ‘내란 공범’은 정치적 구호여서 위법하지 않다고 해석했다.
국민의힘은 “편파적 이중 잣대”라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파면을 결정할 것과 이 대표 또한 사법 리스크가 해소돼 대선 출마가 가능해질 것을 예단한 건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이러니까 선관위가 ‘부정선거’ 의심을 받는다”(나경원 의원)는 위험 수위의 비판도 나왔다. 국민의힘 반발에 하루 만에 결정을 바꾸면서 선관위 권위에 상처가 났다. 선관위는 "'이재명은 안 됩니다'를 단순한 정치 구호로 볼 여지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입장을 정반대로 바꾸었다.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를 계엄 명분 중 하나로 꼽으며 선관위를 침탈하려 했다. 그의 주장은 황당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선관위가 완벽에 가까운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해야 신뢰를 얻고 끊이지 않는 부정선거 음모론도 해소할 수 있다. 여야 정치권도 정략적인 선관위 흔들기를 자제해야 한다. 눈앞의 선거 결과에 일희일비하며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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