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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외교 멈춤, 재계는 눈물의 각자도생...내년 투자도 일단 접는다

입력
2024.12.19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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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LG, 현대차 잇따라 전략 회의
탄핵 정국 등 맞물리며 "최악 대비"
정용진 회장 등 직접 트럼프 접촉
2025년 투자 접고 몸집 줄이기 나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1월 1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연구소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팜비치=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1월 1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연구소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팜비치=AP 뉴시스


최근 탄핵 정국이 본격화하면서 가뜩이나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란 나라 밖 악조건을 맞닥뜨린 재계에는 경보음이 요란하다. 대내외적 복합 위기에 경제적 불확실성은 커지는데 기업들을 든든히 지원해줘야 할 정부 컨트롤타워가 실종된 탓이다. 국정 표류로 정부의 경제 외교가 사실상 '올스톱' 된 상황에서 대기업마저 대비 전략을 짜기 위한 눈물겨운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다.


기업들 잇따라 비상회의


1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1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기업들로선 곳곳이 지뢰밭이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들어섰지만 외교력 상실에 트럼프 2기를 맞이할 경제적 보호막 자체가 사라졌다. 주요 대기업들은 비상 대응에 나섰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부터 19일까지 사업 부문별 현황을 살피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갖는다. 반도체 사업 재정비 방안 등 긴급 경영 전략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회장은 예년처럼 회의에 나서지 않고 큰 방향성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20일 조주완 대표이사 사장 주재로 확대경영회의를 연다. 12일 LG그룹이 구광모 회장 주재로 사장단 협의회를 연 데 이어 시장이 여전히 불안하자 잇따라 대책 찾기에 나선 것. 조 사장은 17일 임직원과 가진 대화에서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시나리오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SK그룹도 각 계열사를 중심으로 내년 사업 계획 점검과 경영 위기 극복 방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은 12일부터 해외 권역본부장이 참석하는 회의를 열고 내년 경영 전략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 그룹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트럼프 당선자가 전기차 보조금을 없애고 무역 장벽을 높일 것이라고 예고한 만큼 대응책 마련이 발등의 불이다. 최근 제기된 유동성 위기설로 홍역을 치렀던 롯데그룹은 내년 1월 상반기 정례 VCM(옛 사장단회의)에서 경영 전략 등을 내놓는다.


각자도생 기업... 민간사절 역할도

정용진(왼쪽)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 1월 말 본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사진. 오른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 연합뉴스

정용진(왼쪽)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 1월 말 본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사진. 오른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 연합뉴스


이미 각국 정부는 대표 기업들을 활용해 대응에 나섰다. 여기에는 트럼프가 당선자 신분인 만큼 기업 등 민간을 통한 외교가 현재로선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일본도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을 통해 '미국에 1,000억 달러(약 144조 원) 투자' 같은 선물을 트럼프에게 안겼다. 하지만 미국의 주요 교역 파트너인 한국은 불법 계엄 사태와 탄핵으로 경제가 난타당한 탓에 이 대열에서 비켜나있다.

주요 그룹들은 총수가 직접 뛰거나 현지 대관 조직 확대를 통해 2기 트럼프 인사들과 접점을 늘리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트럼프 당선자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 리조트로 가서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만난다. 이번 방문은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이뤄졌는데 그는 올해만 세 차례 한국에서 정 회장과 만나는 등 두 사람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 회장이 내년 1월 20일 트럼프 당선자 취임식에 참석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접촉면을 넓히려는 재계의 물밑 작업도 활발하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대관조직 글로벌퍼블릭어페어스(GPA)는 미 현지 정부 및 관계자들을 만나 협의를 이어오고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호세 무뇨스 당시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사상 첫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로 뽑았고 올해 초 해외 대관 조직인 'GPO'(Global Policy Office)를 사업부급으로 격상시켰다.

기업 10곳 중 7곳 "내년 투자계획 못 정해"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래픽=신동준 기자


하지만 기업들은 당분간 잔뜩 몸을 움츠릴 추세다. 올해 내내 불확실성과 싸워온 기업들은 이미 투자를 접고 있다. 특히 탄핵 이후 조기 대선 국면까지 염두에 둬야 해 대규모 투자 계획은 언감생심이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기업 10곳 중 7곳(68%)은 내년 투자 계획을 세우지 못했거나 아예 투자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인수합병(M&A) 등 몸집도 줄이는 분위기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361곳의 올해 인수·합병(M&A) 투자 규모는 8조 5,808억 원으로 1년 전(14조 1,297억 원)보다 40% 가까이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정치 리스크가 경제를 짓누르는 현상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긴급 대책을 강조한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분석실장은 "정치적 공백이 큰 만큼 여야는 물론 정부 부처들이 나서 대외 주요국은 물론 국내 기업 등에 정책은 체계적으로 가동되고 있음을 우선적으로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아름 기자
인현우 기자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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