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관세 유예 돌연 취소
자동차·가전 부품까지 모두 25%
관보 게재 없이 홈페이지에만..."상무부 장관 인증"
자동차·가전·항공 업계에도 발등에 불 떨어져
함량 가치 따지기 어려운 중소기업은 더 큰 부담
정부 "대미 수출 중기 컨설팅·서류작업 즉시 도움"

12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모습. 뉴스1
철강·알루미늄이 사용된 파생 상품 중 일부는 관세 적용을 유예하겠다던 미국 정부가 조치 시행 세 시간을 앞두고 이를 갑자기 취소했다. 전면 부과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로써 관세가 새로 적용되는 철강·알루미늄 파생 상품은 166개에서 253개로 늘었다. 특히 철강·알루미늄이 다른 재료들과 뒤섞인 상품은 수출 업자가 함량 가치를 따져 수입 신고를 해야 해 대응력이 떨어지는 대(對)미 수출 중소기업들의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관세 조치 세 시간 전 홈페이지 발표

미국관세국경보호청(CBP) 홈페이지에 11일(현지시간) 게시된 철강 및 철강 파생제품의 수입 관세 가이드라인. CBP 홈페이지 캡처
1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오후 9시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은 홈페이지에 상무부의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관세 부과를 유예하기로 했던 87개도 관세를 내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철강·알루미늄과 함께 253개 파생 상품이 추가 관세 적용 대상이 됐다.
이번 발표는 매우 급박하게 이뤄졌다. 미국 정부는 12일 0시 01분을 기점으로 철강·알루미늄뿐만 아니라 철강·알루미늄으로만 구성된 파생 상품 166종을 추가 관세 적용 대상으로 분류하고 전체 가격 기준으로 25% 관세를 매긴다는 입장이었다. 대신 여러 재료로 만들어지는 자동차·가전 부품 등 87종은 함량 가치를 따져야 하는 탓에 적용을 유예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그 예외를 없애버렸다.
발표 과정도 예외적이다. 보통 서류의 법적 효력이 발생하려면 상대방의 수령이 우선이듯 관세도 관보에 올라오면 상대방에게 도달됐다고 본다. 하지만 이번 발표는 CBP 홈페이지에만 게시글로 올라왔을 뿐 관보는 아직 아니다. 다만 해당 게시글 서두에 "상무부 장관이 인증했음을 알린다"고 적혀있어 법적 효력이 없다고 보긴 어렵다는 게 통상 당국의 설명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87종에 대해 유예를 언급한 내용은) 5일 관보에 게재됐지만 이번에는 홈페이지에 올라왔다"며 "조만간 관보에도 올라올 걸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우리 산업계에는 분명한 악재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원장은 "파생제품 모두 미국 수요가 높고 한국 대미 수출량도 많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며 "(관세 부과 조치로) 미국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좋아지면 수출 기업들의 판매량이 줄어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소기업 부담 클 듯... 정부 "컨설팅 바로 시작"

게티이미지뱅크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했던 자동차 부품·가전·항공 업계 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즉시 관세 인상 적용이 된 가전 부품 품목을 점검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체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관세 적용이 예고되면서 관세 적용을 면제받는 반가공 형태의 철강 수출 등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전 원재료비에서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내외인데 그중에서도 관세 적용을 받은 건 제한적"이라며 "적용 품목과 비중 등을 점검하며 기존 공급사와 공급망 경쟁력 재고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대응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이다. 당초 예외 됐던 87종은 포함된 철강·알루미늄 함량 가치를 따지는 게 우선이다. 예를 들어 100원짜리 범퍼를 만들 때 10원어치 철강이 들어갔다면 이를 신고하고 철강에 대해 25% 관세를 내는 식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해당 제품에 얼마의 철강·알루미늄이 들어갔는지 계산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어떻게 계산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아 문제가 생기면 사업자가 책임져야 해 부담도 크다. 한아름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계산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은 아예 전체 가치(금액)를 기준으로 관세를 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즉 위험을 피하기 위해 제품 가격이 25% 오르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정부도 바삐 움직이고 있다. 우선 함량 기준 가치 증빙에 어려움을 겪는 대미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법률·회계 자문 및 통관 서류 작성 대행 업무를 즉시 지원한다. 산업부는 "파생 상품 추가 여부 등 미국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우리 업계와 긴밀한 소통 채널을 유지하겠다"며 "관련 정보도 충분히 제공하며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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