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우크라, 12일 사우디 회담
젤렌스키 "평화 협상 기틀 마련"
유럽 '우크라 강력 지원' 힘 싣기

안토니오 코스타(왼쪽 첫 번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의장이 EU 특별정상회의가 열린 6일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어깨를 감싼 채 머리를 맞대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 장면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 브뤼셀=AFP 연합뉴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다음 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종전 실무회담을 갖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회담이 파행으로 끝난 후 깊어진 갈등을 봉합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업고 미국과의 협상에서 조금이나마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평화 협정 기틀 마련"... '파국' 약 2주 만 회담
6일(현지시간)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는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회담 개최를 우크라이나와 조율 중"이라며 "(회담을 통해) 6개월간의 휴전을 비롯, 평화 협정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같은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서 "다음 주 우리(미국·우크라이나)가 의미 있는 회의를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회담 날짜는 11일, 장소는 사우디 항구도시 제다다. 미국은 지난달 러시아와의 고위급 회담에 나섰던 위트코프 특사,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대표단을 꾸릴 예정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0일 사우디를 미리 찾아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회동한다.
다만 양국 입장 차가 상당해 회담 성과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우크라이나가 광물을 내주는 대가로 요구한 전후 안전 보장에 대해 미국은 답을 주지 않았다. 도리어 '신속한 휴전'이라는 추가 조건까지 붙은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재추진 의지를 밝힌 광물 협정이 아직 체결되지 않은 이유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와의 대화에 동의해야 한다는 조건을 추가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우크라 강력 지원" 유럽 지지 확인
미국과 동등한 입장에 설 수 없는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지지가 협상력 강화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미국의 종전 구상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고자 영국·프랑스와 함께 종전 계획도 짜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파트너들과 함께 현실적인(practical) 제안을 준비 중"이라며 "첫 번째 우선순위는 해상·공중에서의 휴전이며 이것은 포괄적인 합의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전후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 방안도 담겨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우크라이나 평화 유지를 보장하거나 보장할 의향이 있는 국가들을 느슨하게 묶는, 이른바 '의지의 연합'을 구성 중인데 현재 약 20개 국가가 관심을 표명한 상태라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프랑스는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할 준비가 된 유럽연합(EU) 국가의 군 참모총장들을 불러모아 11일 회의를 연다. 미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프랑스 보유 핵무기로 유럽을 보호하는 '핵우산' 카드도 꺼내들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맨 앞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특별정상회의 회담장에 들어서고 있다. 브뤼셀=EPA 연합뉴스
EU도 우크라이나의 후원군으로 나섰다.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특별정상회의에서 친(親)트럼프·친러시아 성향 헝가리를 제외한 26개 회원국은 "유사 입장국 및 동맹들과 협력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치·금융·경제·인도·군사·외교적 지원을 강화하고 방공체계, 탄약, 미사일 등 우크라이나의 시급한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결의했다. EU 행정부인 집행위원회가 추진하는 '최고 8,000억 유로(약 1,252조 원) 규모 방위비 확대 방안'에 대해서도 잠정 합의가 이뤄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EU 방위비 일부를 우크라이나 방위 산업에 써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으로부터 '실질적 지원'뿐 아니라 '외교적 지원'도 받았다. 이날 EU 지도부 및 회원국 정상들은 정상회의에 참석한 젤렌스키 대통령을 커다란 박수와 뜨거운 포옹으로 맞이하며 격하게 환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혼자가 아니란 사실에 감사하다. 그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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