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외교부장 양회 기간 외교분야 기자회견
美에 "협력 선택하면 상호 이익과 윈윈 결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이 7일 베이징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미디어센터에서 외교 분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중국 외교수장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중국 '관세 전쟁'에 단호한 반격 의지를 밝혔다. 동시에 "협력을 선택하면 상호 이익과 윈윈(Win-win)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공존'도 강조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허 외교'에 휘말리지 않고 협상 공간을 만들기 위해 상당히 비판 수위를 절제하는 모습이다.
"미중 무역 관계 평등"… 트럼프 관세 직격
왕이 외교부장 겸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은 7일 중국 최대 정치 행사 '양회(兩會)'를 계기로 열린 외교 분야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 압박에 관한 질문에 "미국은 친절을 원망으로 갚아서는 안 된다"며 "이는 책임 있는 대국의 행동이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미국이 대중국 관세 부과 이유로 '좀비 마약' 펜타닐 대응 미흡 문제를 거론한 점에 관해서는 "중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고 철저한 마약 통제 정책을 시행하는 국가"라며 "미국에서의 펜타닐 남용은 미국이 스스로 직면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되받아쳤다.
왕 부장은 "관세 전쟁으로 미국이 얻은 것이 무엇이냐"고도 반문했다. 이어 "무역 적자가 확대됐는지 아니면 축소됐는지, 제조업 경쟁력이 올랐는지 아니면 떨어졌는지, 인플레이션이 호전됐는지 아니면 악화됐는지, 국민들의 생활이 개선됐는지 아니면 나빠졌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중국과 미국의 경제 및 무역 관계는 상호적이고 평등하다"며 미국의 '무역 적자' 주장을 에둘러 반박했다.
비판 수위 조절하며 관계 완화 여지도
왕 부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행보에 대해 "세계에 190여 개 국가가 있는데 모두 자국 우선을 강조하고 힘의 지위에 빠져 있다면 세계는 정글의 법칙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미중 협력이 상호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며 협상 가능성을 열어 뒀다. 그는 "중국과 미국은 광범위한 공통 이익과 협력을 위한 넓은 공간을 갖고 있다"며 "파트너가 될 수 있고, 상호 성공을 이루고 함께 번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90분 동안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단 한 번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성원티 연구원은 로이터통신에 "중국은 무역과 관련해 트럼프와의 관계 완화를 추구한다"며 "수사적 강도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해 (대화·협상을 위한) 여지를 만드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말했다.
왕 부장은 이날 미중 관계를 비롯해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 대만 문제, 남중국해 갈등 등 23개 외교 현안에 답변했다. 다만 한중 관계나 북한 핵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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