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이민 차단 협조했지만 부과 강행
동맹·우방 反美 자극… 반격·대체 ‘역풍’
유예 뒤 예외 허용… 수입차 ‘한 달 면제’

미국이 4일 캐나다에 부과한 25% 관세로 갈등을 빚고 있는 쥐스탱 트뤼도(왼쪽 사진) 캐나다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오타와(캐나다)·워싱턴(미국)=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의해 촉발된 ‘관세 전쟁’이 30년 넘게 자유무역 지대였던 북미 통합 경제권의 울타리를 허물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간 분쟁이 가열되는 와중에 멕시코는 다른 교역 파트너가 없는지 찾는 모습이다. 다만 미국은 자동차에 한정해 ‘25% 관세’를 1개월 동안 면제하는 등 향후 협상 여지를 열어 두기도 했다.
무색해진 동맹
미국과 캐나다는 트럼프발(發) 분쟁으로 동맹 관계가 무색해졌다. 일단 정상 간 신경전이 팽팽하다. 트럼프는 5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통화한 사실을 공개했다. 전화한 쪽은 트뤼도였다. 전날 자국에 부과되기 시작한 관세를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트럼프는 “캐나다와 멕시코 국경을 통해 들어온 펜타닐(합성마약) 탓에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그게 멈췄다는 확신이 없다”고 대답했다.
“다소 우호적이었다”는 게 트럼프가 소개한 통화 분위기다. 그러나 협상 결과는 결렬이었다. “상황이 나아졌다”는 트뤼도 주장을 트럼프가 “충분하지 않다”며 일축했다.
대화 시간은 짧지 않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캐나다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두 정상이 50분간 통화했다고 보도했다. 의제도 트럼프의 요약처럼 간단하지 않았다. 캐나다 당국자는 트럼프가 트뤼도에게 미국 생산자의 캐나다 유제품 시장 접근을 허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NYT에 말했다. 트뤼도는 미국이 캐나다산 특정 상품에 대한 관세를 없애거나 낮추면 캐나다도 선별적인 보복 관세 폐지·완화를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캐나다에선 미국 제품 불매 운동이 한창이다. 느닷없는 25% 관세만 국민을 자극한 게 아니다.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 후 트럼프는 누차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州)로 편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다.
트뤼도는 반(反)미국 여론에 힘입어 전날 곧바로 반격을 선언했다. 3주 내에 총 1,550억 캐나다달러(약 155조 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을 대상으로 25% 보복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SNS 엑스(X)에는 “캐나다인은 이성적이지만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가 이날 SNS 글에서 총리직 사의를 표명했던 트뤼도가 총선 날짜를 대답하지 못했다며 “그가 이 이슈를 이용해 권력을 유지하려 한다”고 주장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갈등 격화 속도는 빠르다. 곧장 국가 소송전(戰)으로까지 치달았다. 캐나다는 이날 세계무역기구(WTO)에 다툼을 해결해 달라며 분쟁 협의 신청을 냈다. WTO 제소 절차의 첫 단계다.
대안 찾는 우방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4일 멕시코시티 대통령궁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멕시코시티=AFP 연합뉴스
상대적으로 멕시코는 차분하다. 아직 맞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시한이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관세가 철회되지 않으면 일요일인 9일 대통령궁 앞 멕시코시티 소칼로 광장에서 보복 조치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시위를 독려한 것이다.
대안을 찾는 선택지도 있다. 셰인바움은 “미국의 관세 정책이 이대로 유지될 경우, 우리는 다른 무역 상대국을 찾아 나서야 한다”며 칠레와 무역 파트너십 관련 협의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마침 중국·러시아 주도 신흥 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ICS)’도 멕시코에 손짓하고 있다. 올해 의장국인 브라질이 오는 7월 6, 7일 리우데자네이루 정상회의에 셰인바움을 초대했다. 워낙 깊게 얽힌 터라 당장 미국을 떼어 내기는 힘들어도 대(對)미국 의존도를 줄이는 데 멕시코가 브릭스의 관심을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으로선 역효과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트럼프가 관세 부과를 당초 설정 시점(2월 4일)보다 한 달 뒤로 미루자 캐나다·멕시코는 마약과 이민자가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국경 단속을 강화하라는 미국 요구를 나름대로 이행했다. 하지만 대가는 강행이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안보 전문가 밴다 펠밥-브라운은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관세가 오히려 멕시코의 대미 이민 차단 협력 의지를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날 수입 자동차에 한해 한 달간 캐나다·멕시코산 대상 25% 관세를 면제한다고 발표했다. 부과 시기 유예 뒤 예외를 허용한 것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도 캐나다산 에너지 수입품에 대한 10% 관세는 철회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무원칙도 트럼프에 대한 반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멕시코 연방정부 안보 당국자는 WSJ에 “관세는 트럼프의 결정이 동맹·우방과의 관계보다 자신의 정치 기반에 더 집중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