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로 혈당 측정해 주사 공포증 해결
세계 3대 인명사전 등재된 세계적 레이저 공학자, '질병으로부터 해방' 겨냥
많은 사람들에게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주사 공포증(Needle Phobia, 니들 포비아)이다. 뾰족한 바늘만 보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기절까지 해 백신 접종 등을 할 수 없어 문제가 심각하다. 2021년 미국 미시간대학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16% 이상이 주사 공포증으로 독감 백신 접종 등을 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건강관리(헬스케어) 분야의 신생기업 엠비트로를 창업한 이영우(66) 대표는 주사 공포증을 없앤 획기적인 제품 '오티브'를 개발했다. 그가 7년간 개발해 2023년 선보인 이 제품은 당뇨 환자들을 위한 바늘 없는 혈당 측정기다. 바늘 대신 레이저로 피부에 미세한 틈을 내 피를 뽑아 고통이 전혀 없다. 인터뷰를 하며 체험해 보니 언제 채혈했는지 모를 정도로 느낌이 없다. 최근 오티브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받아 미국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서울 세종로 한국일보사에서 이 대표를 만나 주사 공포증 해결 과정을 들어 봤다.

이영우 엠비트로 대표가 7년간 개발한 주삿바늘 없이 피를 뽑는 혈당 측정기 '오티브'를 들어 보이고 있다. 오티브는 레이저를 이용해 피부에 미세한 틈을 내서 피를 뽑기 때문에 고통이 없다. 박시몬 기자
역발상으로 당뇨 환자의 주사 공포를 해결
레이저를 이용한 고통 없는 혈당 측정기는 역발상에서 나왔다. 원래 레이저 장치는 고출력으로 광선을 한 점에 모아야 해서 섭씨 1,500도 이상의 고온이 발생해 피부에 쏘이면 통증과 함께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이 대표는 이를 뒤집어 문제를 해결했다. "일반 레이저 장치의 절반에 불과한 100밀리줄(mJ) 저출력과 초점을 분산시키는 기술을 개발해 통증과 화상을 없앴죠. 이 기술에 국내외 12개 특허가 걸려 있어요."
저출력 레이저가 피부에 미세한 틈을 만들어 피가 나오면 1회용 장치(스트립)를 기기에 꽂아 인공지능(AI)으로 혈당을 측정한다. 오티브는 레이저 출력을 8단계로 조절할 수 있어 피부가 연약한 아기부터 굳은살이 박인 사람들까지 이용할 수 있다. 채혈부터 혈당 측정값 표시까지 10초도 걸리지 않는다. 채혈 정보는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를 통해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된다. 크기도 스마트폰 정도로 작아 휴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그는 하루에 몇 번씩 피를 뽑아야 하는 당뇨 환자들의 주사 공포를 해결했다. 덕분에 오티브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전시회 CES에 선보여져 큰 관심을 끌었다. "매일 약 1,000명이 전시관을 찾아와 체험했어요. 그중 주사 공포증 가진 사람들이 감탄하며 너무 좋아했죠."

이영우 엠비트로 대표가 레이저를 이용해 고통 없이 채혈하는 혈당 측정기 '오티브'를 시연하고 있다. 장치를 손가락에 대고 살짝 누르면 10초 이내에 AI가 측정한 혈당값이 기기 화면에 표시된다. 박시몬 기자
미국 무기업체 노스럽이 찾아온 이유
오티브는 지난해 12월 FDA 승인을 받아 미국 판매의 길이 열렸다.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의료기기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국내 인증을 받으면 우선 병원에 먼저 공급(B2H)하고 이후 일반 판매를 할 계획이다. "올해 말까지 총 5,000대를 공급할 계획입니다. 우선 국내 대형 제약사에서 2,000개 병원에 먼저 공급해요. 병원 공급 가격은 대당 25만~30만 원을 예상해요."
이 대표는 스트립 판매에 기대를 걸고 있다. 1통에 50장씩 들어 있는 스트립은 프린터 잉크처럼 소모품이다. "개인에게 월 5만 원 정도 이용료를 받고 2통의 스트립을 제공하는 인터넷 구독 서비스를 고려 중입니다. 경계성 당뇨까지 포함하면 국내 당뇨병 위험군이 2,000만 명이어서 시장은 충분해요."
이 때문에 미국 전투기 제조사 노스럽이 그를 다섯 번이나 찾아왔다. 세계 최대 레이저 무기업체이기도 한 노스럽은 레이저 출력용 핵심 소재인 희토류 어븀을 공급한다. "어븀은 중국이나 러시아산이 저렴하지만 미국의 중국 제재를 우려해 노스럽에서 받기로 했어요. 노스럽은 레이저 무기의 수요가 제한적인데 비해 혈당 측정기는 수요가 워낙 많아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달려 왔어요."
반려동물 혈당 측정기도 개발
여기 그치지 않고 이 대표는 레이저를 이용해 통증 없이 헤모글로빈 수치를 측정할 수 있는 '오티브H'도 지난해 말 개발했다. FDA 인증 절차를 밟고 있는 이 기기는 헌혈을 위한 사전 검사용 장치로 의료기관에 공급된다. "헤모글로빈이 부족하면 빈혈이 발생해 헌혈을 할 수 없어요. 이를 알기 위해 헤모글로빈 수치를 측정하는 장치죠."
반려동물용 무통 레이저 혈당 측정기도 개발해 동물병원에 공급할 예정이다. "집에서 기르는 개나 고양이는 야생동물에 비해 운동량이 부족해 당뇨가 심각해요. 동물병원에서 주사로 반려동물 귀에 있는 모세혈관에서 피를 뽑아 혈당을 측정하는데 반려동물이 거세게 저항해 사람이 다치고 주사에 찔려요."
매출은 지금까지 0원이다. 오로지 투자로만 버티며 기술 개발을 했다. 투자는 지금까지 현대퓨처넷 등에서 약 50억 원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부터 달라진다. "올해 계약 물량만 이미 약 60억 원이죠. 미국 의료기기 업체 ASI가 올해 오티브 1만 대를 구입하기로 했어요."

이영우 엠비트로 대표는 세계 3대 인명사전 '마키스 후스 후'에 등재돼 평생공로상을 받은 세계적인 레이저 공학자다. 아인슈타인이 소장을 지낸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에서 레이저 핵융합을 연구한 그는 가족력 때문에 당뇨병 극복을 위해 창업했다. 박시몬 기자
세계적 레이저 공학자의 아픈 창업 사연
원래 이 대표는 세계적인 레이저 공학자다. 경희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레이저 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아인슈타인이 연구소장을 지낸 세계적 연구기관인 독일의 막스 플랑크 생체물리학 연구소에서 레이저 핵융합 연구를 했다. 당시 연구업적을 바탕으로 그는 세계 3대 인명사전 '마키스 후스 후'에 등재되며 평생공로상을 받았다.
목원대 공대학장 등을 지내며 오랜 세월 강단에 선 그가 늦깎이 창업을 한 것은 그와 어머니가 앓고 있는 당뇨병 때문이다. "어머니께서 주사가 아파 혈당 측정을 자주 하지 못하는 바람에 합병증으로 치매가 왔어요. 당뇨 환자들의 생활이 망가지는 것을 보며 이를 막기 위해 창업을 결심했죠."
그는 오티브로 전 세계 시장을 바라본다. "세계 최대 약국업체 미국 CVS 등과 공급을 논의 중이에요. 또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7개국 연합에서 현지 공장 설립을 제의받아 검토 중입니다."
앞으로 그의 목표는 AI와 레이저를 이용해 모든 질병을 측정하는 기기 개발이다. "스트립 교체만으로 각종 질병을 측정하는 기기를 만들고 싶어요. 이를 통해 당뇨 합병증 등 다양한 질병을 막을 수 있는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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