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보도 평가

한국일보 뉴스이용자위원회가 7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사진 보도 평가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jonyyun@hankookilbo.com
한국일보 뉴스이용자위원회의 3월 회의는 그간 많이 다뤄지지 않았던 사진 보도를 주제로 삼았다. 위원들은 한국일보 사진 보도의 감성적 접근이 돋보이면서도 지나치게 자극적인 사진은 배제돼 있다고 평했다. 고품질 사진 기획에 한국일보의 강점이 있다는 평가의 한편 현장 취재 사진이 부족하다는 약점도 지적됐다. 7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회의에는 김경희 위원장을 비롯한 외부 위원 7명이 참석했고 지방 출장 중인 강민구 위원은 서면으로 의견을 전했다. 한국일보에서는 사내 위원인 김희원 뉴스스탠다드실장 외에 류효진 멀티미디어부장이 함께했다.
"사진 기획, 문제의식과 품질 좋아"
한국일보 사진 보도의 백미는 사진 기획들이다. 2014년 연재를 시작한 '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는 "사진과 글 모두 잘 만든 작품을 보는 느낌"(장민제 위원) "감각적인 사진과 스토리텔링, 유려한 문체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준다"(정지훈 위원) 등 호평 일색이었다. 권혜진 위원은 "지면에 실린 QR코드를 찍어 과거 사진까지 다 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하상윤의 멈칫'도 무거운 문제의식과 자세한 정보를 담은 사진설명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제주항공 참사를 다룬 1월 18일 자 기획은 "불에 탄 유류품 등 무게감 있는 사진으로 유가족의 충격과 아픔을 진정성 있게 담았다"는 평이고(장 위원) 접경지 소음 피해를 조명한 지난해 11월 23일 자 기획은 "고통스러운 얼굴 표정과 소음 수치 사진에서 수개월간 북한의 대남 방송에 시달려온 주민들의 고통이 부각됐다"(권 위원)는 의견이었다. '최주연의 스포 주의'에 대해서도 장 위원은 "영하 20도 비닐하우스에 살며 하루 10시간씩 일하는 이주노동자(2월 8일 자), 뜨겁고 숨 막히는 환경에서 일하는 급식실 노동자(2024년 10월 26일 자) 등 잘 드러나지 않은 우리 사회 곳곳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기획력이 뛰어나고 사진 품질도 좋다"고 칭찬했다.

'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1월 27일 자에 게재된 나뭇가지에 걸린 붉은 태양 사진. 2014년부터 연재된 사진 기획 코너는 감각적인 사진과 유려한 글로 호평을 받았다. 왕태석 선임기자
"1면 사진 상징적 의미 있어야"
1면 사진은 그날의 가장 중요한 사진 뉴스인데 그에 비해 상징성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지적됐다. 장 위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의회연설 장면이 실린 3월 6일 자 1면 사진을 다른 신문과 비교하며 "한국일보는 트럼프가 연설하는 무난한 사진을 사용했는데 타사는 △민주당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 연설에 반발해 퇴장하는 광경 △민주당 의원들이 'False' 'No Kings Live Here' 팻말을 든 모습 △한 의원이 야유하다 퇴장당하는 장면 등 트럼프에 비판적인 시선을 보여주는 사진으로 비교가 됐다"고 했다. 상징성을 잘 살린 사례로는 국회-정부 간 국정협의회가 무산된 사실을 전한 3월 1일 자 1면 사진 '국정협의회 무산 빈자리 덩그러니'였다. 정명화 위원은 "빈 테이블과 이를 비추는 카메라 여러 대를 사진에 담아 전 국민이 주목하는 중요한 회의가 무산된 상황을 효과적인 이미지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3월 1일 자 1면 사진. 국회-정부 국정협의회 무산 소식을 빈자리를 비추는 카메라들로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고영권 기자
또한 2월 27일 자, 3월 4~6일 자 1면에 연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하는 등 특정 인물과 사건에 너무 편중된 사진이 1면을 진부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있었다. 장 위원은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1면 사진은 탄핵과 트럼프에 너무 집중돼 있다"며 "적어도 3월 4일 자는 미·우크라이나 협정 관련 사진을 써도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설명을 보지 않으면 도대체 무엇인지 알아보기 힘든 사진이 1면 사진으로 가치가 있느냐는 반문도 나왔다. 하상응 위원은 2월 13일 자 1면 차세대 우주망원경 사진을 예로 들었다. 류 부장은 "1면 사진은 외신 포함 하루 6,000여 장의 사진 중 1장을 선택해 게재하는데 가급적 1면 톱기사와 연관된 사진을 쓴다는 기준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뉴스이용자위 지적을 더욱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사진과 설명, 정확한 사실 반영해야"

서울대 탄핵 찬반 집회를 나란히 비교한 2월 18일 자 지면. 탄핵 반대 집회가 외부 인사들이 조직한 사실을 드러내지 못하고 학내 갈등으로 조명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지적됐다.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은 사실을 극적으로 드러내지만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여러 위원들이 사진 취재와 편집, 사진설명에서 이처럼 사실을 오인하게 할 우려를 지적했다. ''탄핵 찬반' 두 쪽 난 서울대'(2월 18일 자)라는 제목을 달고 나란히 실린 두 장의 찬반 집회 사진에 대해 하 위원은 "사진을 보면 서울대 구성원들 간의 갈등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탄핵 반대 집회는 외부인에 의해 조직된 것이다. 학생들이 갈린 것처럼 보도한 사진은 사건의 본질과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김 위원장도 "탄핵 찬반 대학생 비율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반반으로 나뉜 듯 보이는 사진을 쓰고 그렇게 사진설명을 쓴 것은 팩트 왜곡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명화 위원은 '트럼프·젤렌스키 ‘정면충돌’'(2월 21일 자) 기사에 실린 두 인물의 사진에 대해 "트럼프와 젤렌스키가 SNS 등을 통해 상호비방했다는 기사인데 사진은 실제 대면한 것처럼 보여 오인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초등생 살해 여교사 기사에 실린 경찰 압수수색 사진(2월 20일 자)은 "사진만으로는 압수수색 정황을 알 수가 없어 독자의 이해를 확장하는 기능을 못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행사 사진의 경우 행사명이 드러나거나 참석 인물이 부각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사진설명에도 정확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담을 필요가 지적됐다. 김 위원장은 '텅 빈 의대 졸업식'(2월 21일 자) 사진의 설명에 "일부 대학이 집단휴학으로 졸업식을 취소했다고 썼는데 어느 대학교인지 취재해 정확한 팩트를 포함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위원은 사진기획인 '[이한호의 시공탐방] 빽빽하게 높이높이… 초고밀도? 마천루? 닭장 아파트!'(2월 22일 자)를 두고 "온라인에는 각 사진마다 정확한 정보가 쓰였는데 지면기사엔 사진설명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탄핵 집회 세대결 사진의 경우 참석자 규모가 비교되도록 전경 사진을 쓰거나 참석자 수치를 명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지훈 위원은 ‘[지구촌 오늘] 뮌헨안보회의 앞두고 트럼프 & 머스크 규탄 시위’(2월 14일) 사진설명 중 '나는 왕이 아니다'는 '나의 왕이 아니다(Not My King)'의 오역이라고 짚었다. 좋은 사진설명 사례로는 '[가만한 당신] “죽을 권리 아닌 존엄하게 살 권리” 마지막 비상구를 갈구하다'(2월 25일 자)가 꼽혔다. 김 위원장은 "사진설명만으로도 기사의 내용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한호의 시공탐방'이 실린 2월 22일 자 13면. 좋은 기획과 사진이었으나 지면에 사진설명이 빠진 것은 아쉽다는 의견이었다.
"현장 취재 많아야 생동감 느낄 수 있어"
한국일보가 직접 취재한 사건 현장 사진이 너무 적다는 아픈 지적도 나왔다. 통신사 제공이나 인터넷·영상 캡처 사진이 많아 현장감이 떨어지거나 품질이 고르지 못한 문제가 나타났다. 김 위원장은 "2월 27일 자 신문을 보면 5면에 가서야 비로소 사진에 한국일보 기자 이름이 나온다. 전체 28개면 가운데 4개면에만 한국일보 기자가 생산한 사진이 실렸다. 크게 실린 경북도지사 인터뷰(2월 28일 자)조차 제공받은 사진을 썼다"며 "한국일보 기자가 직접 찍은 사진이 생동감 있는 현장을 잘 전달할 수 있다. 현장 취재를 늘리기 바란다"고 말했다.
권 위원도 "한국일보의 앵글, 해석이 들어간 보도를 더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지면에도 유튜브나 인터넷에서 캡처한 사진들이 종종 실리는데 이미지가 고르지 못하고 해상도가 낮아 이 사진이 최선일까 싶은 경우가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재심으로 바뀐 판결 사진DB 업데이트를"
이 밖에 사진 편집, 사진DB, UI개선 등에도 다양한 제언이 나왔다. 우선 사진 위에 기사 부제 등 텍스트를 얹어 사진을 가리는 편집이 거슬린다는 의견이 있었다. 유 위원은 '[안창모의 논쟁적 공간] “제왕적 권력 탈피” 용산 이전… 집무실은 소통의 장소가 되었나'(2월 21일 자)를 예로 들면서 "사진의 4분의 1을 가리는 크기로 사진 위에 부제 텍스트가 배치돼 정작 중요한 용산 집무실 전체 구조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 위에 얹혀져 있는 부제를 기사 제목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사진설명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진 위에 부제와 사진설명이 얹혀있는 편집. 사진이 가려져 부각되지 않고 부제 또한 제목으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뉴스이용자위원들의 지적이 있었다.
정지훈 위원은 ’[사진 잇슈] 3∙1절 맞아 몰린 태극기 인파, 마비된 도심교통'(3월 1일) 중 특정 정치인을 적나라하게 비난한 팻말에 초점을 맞춘 사진을 놓고 혐오적 인식을 확산시킬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유 위원은 '아이는 여자가 낳는데… 수혜자 98%가 남성인 ‘출산크레디트’'(2월 7일 자) 기사에 남녀 사이가 찢어진 그래픽 사진에 대해 "관련 제도의 문제를 지적하는 수준을 벗어나 출산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나 젠더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 위원은 과거의 중대 사건이 재심으로 결과가 바뀐 사례들을 언급하며 "자료사진을 쓰면 과거의 판결 내용만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일보 사진DB에서 새로운 판결 내용을 사진설명에 추가하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강민구 위원은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독자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도록 뉴욕타임스의 '현대를 정의한 사진 25점'과 같은 인터랙티브 형식의 포토 갤러리를 제안했다. 하 위원도 "시사분야에 많은 사진이 양산되고 있으니 사진만으로도 인터랙티브 형식의 기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위원은 한국일보 홈페이지 메뉴 탭에 사진 카테고리를 추가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이 밖에 정지훈 위원은 온라인 지면보기에서 화면 확대를 손쉽게 할 수 없는 점,확대했을 때 전체 레이아웃이 커지고 좌우 스크롤바가 없어 이동할 수 없는 문제를 수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탄핵 정국 굵직한 기획 시리즈 돋보여"

전광훈 목사의 교회가 어떻게 탄핵 반대를 내세워 신도와 돈을 끌어모으고 있는지를 집중 해부한 '전광훈 유니버스' 기획 첫회 지면.

명태균씨가 여론조사를 악용해 정치에 개입한 의혹을 파헤친 '명태균 보고서' 기획 첫회 기사.
지난달 한국일보는 부정선거 음모론, 전광훈 목사,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의 실체를 파헤친 기획시리즈를 연이어 보도해 주목받았다. 권 위원은 "탄핵 국면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의 배후'(2월 10, 11일 자) 기획은 재미동포 애니 챈의 후원을 받는 유튜버와 보수 네트워크를 심층적으로 파헤쳐 음모론의 배후를 잘 드러낸 임팩트 있는 보도였다. 애니 챈 최초 인터뷰도 흥미롭게 읽었다"고 칭찬했다. 또한 '전광훈 유니버스'(2월 19~21일 자)에 대해 "탐사보도에는 ‘Follow the money’ 즉 돈의 흐름을 좇다 보면 진실이 보인다는 말이 있는데 이를 잘 보여준 기획"이라며 "기자가 직접 전광훈 지지 피라미드 조직 ‘자유마을’에 가입해 취재한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호평했다. 유 위원은 '명태균 보고서'(2월 25일~3월 4일 자) 기획과 관련해 "방대하고 복잡한 내용을 그래픽으로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 정치인들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여론조사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등 다양한 정치적 쟁점을 깊이 있게 다뤘다"고 칭찬했다.
초등생 살해사건 기사 중 '"작은 손으로 발버둥 친 듯" 하늘양 몸에 남아있던 '방어흔''(2월 13일)은 아쉬운 제목이었다는 언급이 있었다. 권 위원은 "제목이 다소 자극적이다. 범죄의 구체적 내용은 범죄 규명에 도움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자세히 묘사하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9기 뉴스이용자위원회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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