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는 진짜 협상 위한 벼랑 끝 수단"
"트럼프가 진짜 원하는 목적 찾아야"
"대만·유럽·일본도 위기는 마찬가지"
"반도체서 앞선 韓, 상대적 협상 유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일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2024 스탠리컵 우승 기념식에서 플로리다 팬서스 NHL 하키팀과 함께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25% 관세 부과 시행을 하루 앞둔 3일(현지시간) 전격 유예를 발표하자 우리 기업들은 혼란에 빠졌다. 두 나라에 생산 기지를 둔 기업들은 일단 발등의 불을 끈 셈이지만 냉탕 온탕을 오가는 관세 정책이 반복되면 불안정성이 커 글로벌 공급망 검토 등 장기적 그림을 그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 철강 등 부문별로 관세를 부과한다고 예고했는데 통상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각 관세 정책을 통해 거두려는 진짜 실리가 무엇인지 내막을 파악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4일 멕시코·캐나다에 생산 기지를 둔 국내 한 수출 기업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보류 발표에 "검토 시나리오 중 하나로 준비한 대로 미국 수출 물량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흥적인 데다 상대를 원하는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벼랑 끝 대치도 마다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정을 미뤄 볼 때 충분히 예견된 정책이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다만 (정책 적용) 몇 시간을 남겨두고 보류할 거라는 생각은 못 했다"며 "당장의 관세 부담은 덜었지만 이런 발표가 되풀이되면 미국이 언제까지 관세 유예를 이어갈지 알 수 없어 장기적 기업 운영에는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철강 등 산업 부문별 관세 부과 의지를 밝힌 상태라 일촉즉발 수준인 관세 전쟁의 위기감이 계속 높아질 전망이다. 이현익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트럼프의 관세 조치는 크게 ①미국 내 제조업 활성화 ②세입 증가 ③국방 등 다른 외교 협상의 무기용으로 쓰이고 있다"며 "멕시코·캐나다 관세는 ①미국 내 공산품의 수출 기지화 ②세입 증가 ③불법 이민과 마약 단속을 위한 외교 협상 카드인데 이런 패턴은 임기 내내 반복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철강 관세 정책 역시 비슷한 양상으로 미국 내 생산 기지를 늘려 고용과 세금을 늘리고 대(對)중국 반도체 통제 등 협상의 카드로 쓰일 수 있다는 뜻이다.
젠슨 황 만난 뒤 "반도체에도 관세" 예고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외신은 1월 31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비공개 면담을 했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AFP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각 관세 정책의 진짜 목적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메모리 반도체는 대체 국가가 적어 관세 인상이 곧 미국 내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대표적 품목"이라며 "자살골과 같은 반도체 관세 인상이 무엇을 겨눈 것인지 알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관세 인상의 명분으로 내건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 촉진을 위한 것인지 대선 기간 민주당에 후원금 96%를 몰아준 엔비디아 길들이기를 위한 행보인지 중국의 정보기술(IT) 굴기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뜻이다.
이 부연구위원은 "국내 반도체 산업은 관세 부과 조치로 장기적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대만, 유럽, 일본도 마찬가지라 반도체 공급망 전체를 놓고 볼 때 종합 반도체회사 2개를 가진 한국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협상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딥시크 쇼크로 인해 중국과의 전략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동맹 전략으로 한국은 매력적 선택지일 수 있다는 점을 돋보이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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