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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한국을 기다리지 않는다

입력
2025.01.27 00:00
22면
0 1
신기욱
신기욱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장

편집자주

재미학자의 입장에서 한국의 사회, 정치, 경제, 외교.안보등에 관한 주요 이슈를 다루고자 한다.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반도의 모습과 상황을 진단하고 미래에 나아갈 방향을 글로벌 시각에서 제시하려 한다.


시간 없는 트럼프, 유례없이 빠른 정책변화
한국은 고장난 '정치 시계'로 손놓은 6개월
경제·외교에서 국민합의 이끌 협의체 절실

'미국 (최)우선주의'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47대 미국 대통령. 백악관 홈페이지 캡처

'미국 (최)우선주의'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47대 미국 대통령. 백악관 홈페이지 캡처

지난 20일 도널드 트럼프가 47대 미국 대통령에 공식 취임했다. "미국의 황금기는 지금부터"라며 "그 어느 때보다 더 위대하고 강하고 훨씬 더 특별해질 것"이라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또한 "가장 강력한 미국 군대를 건설할 것"이지만 대외 개입은 최소화하겠다는 '미국 (최)우선주의'의 기조를 분명히 했다. 관세와 수입세, 외국의 원천에서 들어오는 모든 수입을 징수할 대외수입청 (External Revenue Service)을 설립하고, 멕시코만의 이름도 미국만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연설 직후엔 불법 이민, 연방정부의 고용 동결, 파리기후협약 탈퇴 등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이뤄진 조치 78개를 철회하는 데 이어 트럼프 2기 정부가 확고히 자리 잡을 때까지 추가적인 규제나 인력을 고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도 포함됐다. 21일엔 빅테크 자본으로 미국 내 인공지능(AI) 인프라에 5,000억 달러(약 710조 원)를 투자하는 이른바 '스타 게이트' 구상도 발표했다.

1기에 비해 트럼프는 더욱 자신에 찬 모습이었고, 미국 내 여론도 그다지 나쁘진 않다. 대놓고 표현은 못 해도 미국의 황금기를 만들겠다는 트럼프에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미국이 더 이상 세계의 경찰이 되거나 다른 나라가 이득을 보는 국제질서를 유지하기보다는 국익을 최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1기와 달리 트럼프는 프로페셔널보다는 충성파로 내각과 참모진을 채우고 자신의 정치·정책적 어젠다를 매우 거세게 밀어붙일 채비를 하고 있다. J.D. 밴스 부통령을 비롯해 피트 헤그세스(국방장관 지명자), 숀 더피(교통장관 지명자), 스테판 밀러 백악관 부실장과 같은 극우 성향의 '리틀 트럼프'들이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공화당이 장악한 상·하원과 보수화된 대법원 역시 트럼프 정책의 든든한 우군이다.

4년간의 절치부심 끝에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로서는 자신의 어젠다를 시행할 시간이 많지 않다. 2년 후의 중간선거는 여당에 불리하고 다시 대선에 출마할 수 없으므로 레임덕이 오기 전에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 4년 단임제 대통령인 셈이다. 취임 첫날부터 행정명령과 주요 정책안을 발표하며 엄청난 속도를 내는 이유이다.

이처럼 트럼프의 정치적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데 비해 한국의 시계는 거의 고장난 수준이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소추를 인용한다고 해도 선거를 치르고 새 정부가 들어서서 자리를 잡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린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여당 의원들이 "6개월간 주요 대한 정책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다지만, 마음이 급한 트럼프가 무역, 동맹, 북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한국의 정치 일정을 기다려 줄 리가 없다.

역사의 우연인가. 한국은 2017년에 이어 또다시 대통령 대행체제로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을 맞았다. 당시 탄핵수사를 주도했던 윤석열 검사가 대통령이 되어 탄핵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8년 전엔 비교적 질서 있는 탄핵과정을 거쳤고 경제도 양호한 편이었다면, 지금은 정치적 혼란과 리더십 부재 속에 대내외적 경제 상황도 어렵다. 급변하는 국제환경 속에서 한국은 주변화되고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보다 안정적인 정치 리더십이 확보될 때까지 6개월 정도 시한을 잡고 정부와 여야는 경제, 외교, 안보 분야의 국가적 주요 사안을 논의하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 트럼프 2기가 몰고올 '미국 최우선주의'의 파고는 1기보다 훨씬 높고 거칠다. 지금 당장 방파제를 잘 구축하지 않으면 나라 전체가 풍랑에 휩싸일 수 있음을 여야는 물론 국민 모두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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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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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dsheet 2025.01.27 02:46 신고
    그러니까 석열이 같은 자를 대통령으로 뽑지 말았어야 한다. 이래 저래 막대한 손실이다.
    2찍이들은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정신 좀 차려야 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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