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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이번 설엔 부모님 유튜브 계정 좀 정화해 드려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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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박모(52)씨는 설 연휴 집에서 쉬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부모가 있는 고향에 가기로 했다. "어머니 유튜브 계정의 구독 목록에서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 유튜버 좀 차단하려고요."
박씨는 탄핵 정국을 대목 삼아 돈벌이에 눈먼 극단 유튜버들의 선동과 거짓 주장이 심각한 수위라는 걸 깨달았다. 특히 지난 19일 서울서부지법 난입 폭력 사태 당시 일부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광기 어린 행동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어머니 친구분들이 어머니에게 보내는 영상들로 계정 알고리즘이 특정 성향에 치우친 걸 본 적이 있다"며 "이번 연휴에 어머니 유튜브를 점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 맞이한 설 연휴 기간에 가짜뉴스 및 음모론 콘텐츠로부터 부모를 지키겠다는 자녀들이 늘고 있다. 특정 유튜버 콘텐츠를 한 번 접하면 알고리즘으로 인해 엇비슷한 콘텐츠를 계속 추천해 확증 편향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자녀들이 명절에 부모의 유튜브 계정을 정화해야겠다고 결심하는 이유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와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유튜브 알고리즘 정화법'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특정 유튜버 목록과 함께 부모 유튜브 계정에서 △'채널 추천 안 함' 누르기 △'시청 기록 삭제' 등의 정보가 전해진다.
동물이나 연예 등 비정치적 콘텐츠를 추천해 알고리즘에 변화를 주려는 방법도 거론된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남모(50)씨는 "부모님이 고령이라 혈압 오를까 걱정돼 정치 얘기를 피했는데, 명절에 아버지 휴대폰에 내가 즐겨보는 예능 채널을 몰래 구독해 둘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이를 "숨은 효도"라 말했다. 갈등을 최대한 피하면서 부모를 보호할 수 있는 고육지책이란 얘기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익숙한 20대 사이에서도 조부모 휴대폰 유튜브를 살펴보겠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대학생 안모(26)씨는 "80대 할머니가 자동 재생이나 추천 영상을 주로 보시기에 알고리즘에 취약하다"며 "이번 명절에는 할머니가 계신 부산에 가서 유튜브 알고리즘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알고리즘 정화는 노인들보다는 10대 조카나 사촌 등에게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서부지법 난동으로 구속된 이들 중 절반 이상이 '2030세대'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10대 때부터 편향되고 선동적인 유튜브 콘텐츠를 보지 않도록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대학생 허모(24)씨는 "용돈도 줄 겸 사촌동생 앉혀 두고, 극단적 성향의 유튜브를 보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시도들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는 없다. 한국은 유튜브를 통한 뉴스 소비 비중이 높아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란 의미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뉴스리포트 2023 한국'에 따르면, 응답자의 53%가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소비한다고 답했다. 유승현 한양대 언론정보학과 겸임교수는 "국내에선 유튜브 중심의 뉴스 소비와 정치 이슈 소비가 결합되면서, 일부 강성 유튜버들이 허위 정보와 가짜뉴스를 확산시키고 있다"며 "유럽처럼 정치·시사 콘텐츠에 대한 플랫폼 가이드라인을 논의하고 이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연령별 리터러시(읽고 쓸 수 있는 능력) 교육을 강화하고 정치·시사 채널 팩트체크 활성화를 위한 공적 논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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