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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출범 초부터 ‘이민자 차단·추방’ 속도전… 군·검·경 총동원

입력
2025.01.23 20: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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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국경에 병력 최대 1만 명 투입
비협조 수사 압박… 보안관도 단속권
첫 33시간 460명 체포… “게임 시작”

미국에서 추방된 한 이민자가 22일 멕시코 티후아나의 엘차파랄 국경검문소에서 멕시코 국립이민연구소의 승합차를 탄 채 이동하고 있다. 티후아나=AP 연합뉴스

미국에서 추방된 한 이민자가 22일 멕시코 티후아나의 엘차파랄 국경검문소에서 멕시코 국립이민연구소의 승합차를 탄 채 이동하고 있다. 티후아나=AP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민자 차단과 추방을 위해 출범 초부터 속도전에 나섰다. 불법 이민 단속에 정규군과 검찰·경찰 등 연방정부의 군사력 및 공권력 자원을 총동원하며 물량 공세를 쏟아붓는 양상이다. “취임 즉시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작전을 개시할 것”이라던 공언이 현실화하는 셈이다.

미국엔 미국인만

로버트 살래세스 미국 국방장관 대행은 22일(현지시간) 성명에서 국방부가 이날부터 미 남서부 국경에 병력 1,500명을 파견한다고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들의 임무는 일단 국경 감시 활동 지원이지만, 장벽 건설을 도울 수도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국방부가 공개한 배치는 ‘초기 단계’일 뿐이며 남부 국경 투입 병력을 최대 1만 명까지 늘린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라고 행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경을 틀어막고 보겠다는 방침을 세운 듯하다. WP는 세관국경보호국(CBP) 고위 간부들에게 이날 배포된 문건에 전염병이 도는 국가를 통과했다는 이유를 들어 ‘이민자 입국을 차단하라’는 지시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미국 법무부도 가세했다. 연방정부의 불법 체류자 단속에 협조하지 않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선 수사에 착수하겠다며 지자체장이 민주당 소속인 일리노이주 시카고 등 ‘피난처 도시’들을 압박한 것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에밀 보브 법무부 차관 대행은 전날 법무부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연방법은 주와 지방 당국자가 합법적인 이민 관련 명령을 따르지 않거나 방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연방검찰청에 “그런 위법 행위 관련 사건은 기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이민 단속에 동원되는 법무부 산하 기관은 검찰만이 아니다. 이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벤저민 허프먼 국토안보부 장관 대행이 보낸 내부 문건을 입수해 “국토안보부가 마약단속국(DEA)과 주류·담배·화기·폭발물단속국(BATFE), 연방보안관청(USMS) 등 위험한 작전에 주로 투입돼 온 법무부 기관들에 이민 단속 집행 권한을 줬다”고 보도했다. 단속 인력 확충을 꾀하고 있다는 게 신문의 설명이다.

실적도 벌써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날부터 33시간 사이에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체포한 불법 체류자 수는 460명에 이른다고 폭스뉴스가 이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 ‘국경 차르(총책임자)’ 톰 호먼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피난처 도시들이 더 많은 감시 요원과 더 많은 체포를 보게 될 것이라며 “게임은 시작됐다(Game on)”고 말했다.

정부엔 ‘마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미 워싱턴 ‘캐피털원아레나’에서 열린 실내 대통령 취임 퍼레이드 행사에 참석해 행정명령 서명에 사용한 펜을 지지자들에게 던져 주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미 워싱턴 ‘캐피털원아레나’에서 열린 실내 대통령 취임 퍼레이드 행사에 참석해 행정명령 서명에 사용한 펜을 지지자들에게 던져 주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트럼프 집권 2기 출범 뒤 연방의회를 처음 통과한 법안도 불법 입국 뒤 강도나 절도 등 혐의로 체포·기소된 적이 있는 사람을 국토안보부가 구금하게 한다는 내용이다. 불법 입국한 베네수엘라인에 의해 지난해 2월 살해된 미국 여성 이름을 딴 ‘레이큰 라일리 법안’으로, 이날 연방 상하원에서 가결됐다.

추방 위기에 놓인 이민자들은 이제 기댈 곳도 없다. 법무부가 제공하던 무료 법률 지원이 끊겼고, 보호자 없이 구금에서 해제된 아동에게 법률대리인을 붙여 주는 서비스도 차단됐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난민 입국까지 봉쇄할 참이다. CNN방송은 국무부 메모를 인용해 망명 절차를 다 밟은 난민들의 항공편이 무더기 취소돼 약 1만 명의 미국행이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의 트럼프 선거 구호)’ 이념을 거부하는 진보 성향 공무원들 처지도 트럼프 행정부 출범 뒤 이방인이나 마찬가지다. 뉴욕타임스는 “연방정부 직원을 상대로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폐기 방침을 거부하는 동료가 있으면 신고해야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는 내용의 위협성 이메일이 보내졌다”고 전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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