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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때문에 형법 뒤져봐"... 국민들 열공하게 만든 법적 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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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때문에 기말고사 공부는 못 했지만 법은 알아갑니다."
12·3 불법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혐의 수사 및 탄핵심판이 이어지면서 법 공부를 시작했다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44년 만에 재소환된 계엄의 의미부터 내란죄 구성요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권한까지. 평소엔 접할 일 없는 생소한 법률이 내란 국면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형법을 인용해 토론하고, 서점가에선 헌법 관련 도서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10배 이상 폭증했다. 계엄 사태로 국민들이 '열공'한 법적 쟁점을 정리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최대 관심사는 '지금 한국에서 계엄 발령이 합법인가'였다. 계엄법상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 권한이 있지만 현재 상황이 '국가비상사태'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검색량을 집계하는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 4일 검색어 1~20위는 모두 계엄 관련으로 '비상계엄 뜻', '계엄령 선포되면' 등이 순위에 올랐다.
이번 계엄은 선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불법 계엄이라는 게 법조계 견해다. 계엄법에 따르면 비상계엄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돼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가능하다. 윤 대통령이 비상사태 근거라며 제시한 '검사 탄핵', '야당의 정부 예산 삭감', '부정선거 의혹' 등으로는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이번 계엄은 요건을 전혀 갖추지 못한 채 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 한 친위 쿠데타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검찰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의 공소장에서 "헌법상 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국회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포고령도 위법했다. 포고령 제1호 제1항의 내용은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것이다. 헌법과 계엄법 어디에도 국회와 정당의 정치활동을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계엄군이 국회 봉쇄를 시도했지만 "의원들의 계엄 해제 의결을 도와야 한다"며 국회로 달려간 시민들 덕분에 불법 계엄은 3시간 만에 해제됐다.
윤 대통령에게 적용된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도 관심이 쏠렸다. 현직 대통령은 내란, 외환죄를 빼곤 불소추특권을 갖기에 내란죄가 수사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주로 군사독재정권 시절 적용되던 혐의라 제6공화국(1987년 6월 항쟁 이후 출범한 정부 체제) 이후 태어난 1030세대는 생소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관련 판례로는 1997년 내란 우두머리, 내란목적살인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있다. 2015년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내란선동 유죄, 내란음모 무죄를 받았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이 중에서도 사형·무기징역·무기금고만 선고되는 중대 범죄다.
형법상 내란죄는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 등)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는 행위"로 규정된다. 수사 결과 검찰과 공수처는 윤 대통령 등이 헌법기관인 국회와 국회의원, 선거관리위원회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려고 했기 때문에 내란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봤다.
주요 피의사실은 △계엄군·경찰을 동원한 국회 봉쇄 △정치인 등 주요 인사 불법 체포·구금 시도 △국회 무력화 후 별도 비상입법기구 창설 계획 △선관위 자료 불법 압수 시도 등이 있다. "총을 쏴서라도 (의원들을) 끌어내라"라는 계엄군 진술까지 나왔지만, 윤 대통령은 "국헌문란 목적 없는 경고용 계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검찰의 내란죄 수사 권한'을 문제 삼았다. 검찰에서 윤 대통령 사건을 이첩받은 공수처가 체포를 시도하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불법 수사"라며 주장했다. 법적으로 명확하게 내란죄 수사권을 가진 건 경찰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수사권 조정을 거치며 검찰에서 경찰로 권한이 넘어갔다. 공수처는 처음부터 직접 수사 가능한 범위에 내란죄가 없었다.
하지만 검찰과 공수처는 직접 수사 개시 가능한 범죄의 '관련 범죄'로 내란죄 수사가 가능하다고 본다. 검찰은 '경찰관 범죄'의 관련 범죄(검찰청법 제4조 제1항)로, 공수처는 경찰 등과 공조수사본부를 꾸려 '직권남용'의 관련 범죄(공수처법 제3조 제2항)로 내란죄를 수사했다. 윤 대통령 측은 수사권을 문제 삼아 공수처 수사에 전혀 응하지 않았다.
다만 이들 수사가 합당한지는 기소 후 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까진 단정할 수 없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관련 범죄 수사는 직접 수사 개시 가능한 범죄부터 수사하다가 인지하면 이뤄지는 형태여야 하지만, 이번엔 처음부터 내란죄를 수사했기에 절차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만약 재판에서 수사권이 인정되지 않으면 불법적으로 수집된 자료는 재판 증거로 쓰일 수 없다는 '독과수 이론'에 따라 증거가 모두 폐기될 수도 있다.
영장 발부 과정에서 법원 관할 등 윤 대통령 측의 문제제기가 계속 있었다. 법원 관할권이란 각 법원이 해당 사건을 재판할 권한을 의미한다.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에서 체포·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것을 두고 윤 대통령 측은 전속 관할권 위반, '영장 쇼핑'이라고 반발했다. 공수처법에 따라 공수처 검사가 공소제기하는 사건의 1심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관할로 규정한 공수처법에 따라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어야 한단 주장이다.
하지만 공수처법은 "범죄지, 증거 소재지, 피고인의 특별한 사정 등을 고려하여 형사소송법에 따른 관할 법원에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의 주소지 관할이 서울서부지법이기에 영장 청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다만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어떤 '특별한 사정'으로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는지 밝히지 않아 혼란을 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체포·수색영장에 '군사상·공무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책임자 승낙 없이 압수와 수색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110조·제111조는 제외된다는 문구가 포함된 것을 두고도 논쟁이 있었다. 대통령경호처가 두 조항을 근거로 대통령 관저 압수수색을 막아왔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측은 판사에겐 법 조항 적용을 예외로 할 권한이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다수의 형법학자는 영장 내용은 '당연한 사실을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학계 다수설은 제110조·제111조가 물건의 압수수색에만 적용되고, 체포·구속할 사람을 찾는 수색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다. 따라서 윤 대통령 체포를 위한 수색엔 두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단 다수설을 판사가 확인했을 뿐이라는 해석이다. 윤 대통령 측이 청구한 체포적부심을 심사한 서울중앙지법도 체포 절차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여러 법적 논란을 남긴 채 윤 대통령은 26일 구속기소됐다. 그 과정에서 윤 대통령 일부 지지자들이 헌정사상 초유의 서울서부지법 난입 폭력 사태까지 일으켜 후유증도 적지 않았다.
차 교수는 "윤 대통령이 공수처 수사권 등을 문제 삼을 수는 있지만, 이를 사법체계 내에서 다투지 않고 장외 여론전을 통해 국민 갈등이 심각해진 건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헌법재판관 출신의 한 법조인은 "대통령이 헌정 질서를 무너뜨렸다는 이번 사태의 핵심"이라며 "윤 대통령은 법적·정치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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