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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출석 거부한 내란 청문회… 대통령 주장 조목조목 반박한 증인들

입력
2025.01.22 20:00
수정
2025.01.22 23:0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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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조사서 전날 헌법재판소 尹 변론 반박
"계엄문건 김용현이?"… 대기실에 없었다
'문짝 부수고' 발언, 곽종근 "분명히 사실"
홍장원 "수갑 채워 벙커에, 대한민국이 하면 안 돼"
野 "대통령 답변, 모두 다 거짓말 한다는 것"

국회에서 22일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서 안규백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등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고 있다. 뉴스1

국회에서 22일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서 안규백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등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고 있다. 뉴스1

내란 청문회에 핵심 증인 윤석열 대통령은 없었다. 그러자 다른 증인들의 발언이 모두 윤 대통령을 겨눴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서 윤 대통령이 주장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모두가 거짓이 아니라면 한 명이 거짓인 셈이다.

하루 만에 반박된 尹 헌재 증언

비상계엄 선포와 내란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위가 22일 첫 청문회를 열었다. 윤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에게 건넸다는 문건부터 따졌다.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상황에 대해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저녁 10시 20분부터 오후 11시 10분까지 계속 합참 전투통제실에 있었다”고 지적하자 김철진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은 “그렇다”고 확인했다.

이에 박 의원은 “윤 대통령이 '문건 지시'를 한 시간은 10시 43분으로 추정되는데, 김 전 장관은 그때 국무위원 대기실에 있지 않았다 ”며 “최상목 대행이 대통령으로부터 (문건을) 바로 받았다는 게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전날 윤 대통령이 “이걸 준 적도 없고 한참 있다가 기사에서 봤다"면서 "이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국방부 장관밖에 없다”고 강변한 것을 바로 반박한 것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본인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쪽지를 받은 것이 맞느냐”는 백혜련 민주당 의원 질의에 “맞다. 제가 앉자마자 건넸다”고 말했다.

계엄 당일 '끌어내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분명하게 제가 사실이라고 말씀 드린다”고 강조했다. 곽 사령관은 앞서 윤 대통령이 “국회로 이동 중인 헬기가 어디쯤 가고 있느냐”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전날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답했고, 윤 대통령 측은 “황당한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

홍장원(왼쪽)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뉴시스

홍장원(왼쪽)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뉴시스


홍장원 "尹 '싹 다 정리하라' 지시에 간첩단 사건인 줄"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지난달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일 10시 53분께 윤 대통령에게 "이번에 다 잡아들여서 싹 다 정리하라"는 전화를 받았는데 "그때 목적어가 없어서 누구를 그렇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엔 간첩단 사건인 줄 알았다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의 통화에서 이른바 ‘14명의 체포 명단’을 받은 뒤 정치인 체포지시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홍 전 차장은 조태용 국정원장과의 ‘사실상 대질 심문’에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홍 전 차장은 여인형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이른바 ‘14명의 체포 명단’을 받은 뒤 조 원장에게 “대통령께서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합니다. 방첩사에서 지금 이재명하고 한동훈을 잡으러 다닌답니다”라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조 원장이 “내일 아침에 얘기하시지요”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에 홍 전 차장은 “보고를 안 한 것이 아니라 보고를 거부하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조 원장은 오전에는 “저한테 보고하지 않았다는 말씀을 제 명예를 걸고 확인한다”고 부인했지만, 오후에는 “대통령한테 전화를 받았다는 보고는 밤에 있었다. 방첩사를 지원하라는 말씀이 있었다”고 말을 바꿨다.

홍 전 차장은 “저 대통령 좋아했다. 시키는 것 다 하고 싶었다”면서 “그런데 그 명단을 보니까 그건 안되겠더라”고 말했다. 그는 “편하게 가족들하고 저녁 식사하고 TV 보는데, 방첩사 수사관과 국정원 조사관이 뛰어들어서 수갑 채워서 벙커에 갖다 넣는 건 대한민국이 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며 “그런 게 매일 일어나는 나라가 하나 있다. 어디? 평양. 그런 일을 매일 하는 기관, 북한 보위부”라고 비판했다.

한병도 민주당 의원은 “어제 윤 대통령의 헌재 답변은 자기와 함께 일했던 국무위원, 군 사령관, 경찰청장 모두 다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계엄 이튿날인 지난달 4일 윤석열 정부 핵심 관계자 4인이 모인 '삼청동 안가 회동'을 이상민 전 행정안정부 장관이 소집했단 증언도 나왔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삼청동 안가 회동은 누가 모이자고 했느냐'는 질문에 "이상민 전 장관"이라고 답변했다. '무슨 얘길 했느냐'는 질문엔 "계엄 관련 얘기가 없을 순 없는데, 새로운 계엄(2차 계엄)을 생각한 건 없었다"고 했다. 당시 회동에 두 사람 외에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 이완규 법제처장 등도 참석했다.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서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이 증인 선서를 거부한 채 앉아 있다. 뉴스1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서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이 증인 선서를 거부한 채 앉아 있다. 뉴스1


'불출석' 尹엔 동행명령… 이상민 "증언 않겠다"

국정조사 특위는 윤 대통령을 비롯한 불출석 증인들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이에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 망신 주기"라며 "수용복 입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쇼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날 출석한 증인들의 성의 없는 태도에도 비판이 쏟아졌다. 이상민 전 장관은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증언하지 않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백 의원이 “모든 증언을 거부할 것이면 뭣하러 이 자리에 나왔느냐”고 따져 묻자, 이 전 장관은 “소환하셔서 나왔다”고 말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끝까지 내란수괴 윤석열의 오른팔로 남겠다는 선언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을 때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 전 장관의 증언 거부가 이어지자 안규백 위원장은 “국민을 위해 역사에 기록은 반드시 남겨야 되지 않겠느냐”며 증언을 촉구했다.

박성재 장관은 증인 선서 직전 “증언 거부권이 있다. 위증의 벌만 경고할 것이 아니라 증언 거부권에 대해서도 고지를 해야 한다”며 “개별 증인의 의사를 물어보지 않고 일괄적으로 증인 선서를 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안 위원장은 “어차피 앉아 계신 분들은 선서문이나 이런 약속을 제출하지 않은 분”이라며 일축했다.

박세인 기자
임주영 인턴 기자
권우석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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