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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휴전 직후 ‘복면 퍼레이드… ‘15개월 전쟁 버텼다’ 과시

입력
2025.01.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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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궤멸' 이스라엘 주장 반박하듯
소총 무장·복면 착용한 병사들 동원해
서로 '우리의 승리' 주장하는 이·하마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휴전 퍼레이드를 거행한 19일, 가자지구 중부의 데이르알발라에서 두 명의 하마스 대원이 하마스 문장이 그려진 깃발을 들고 차량 위에 서 있다. 데이르알발라=로이터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휴전 퍼레이드를 거행한 19일, 가자지구 중부의 데이르알발라에서 두 명의 하마스 대원이 하마스 문장이 그려진 깃발을 들고 차량 위에 서 있다. 데이르알발라=로이터 연합뉴스

가자지구 전쟁 휴전 협정 발효 직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복면 퍼레이드'를 벌이며 건재함을 자랑했다. 15개월간 이어진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도 조직이 살아남았음을 선전하고, 이번 휴전을 자신들의 승리로 포장하는 시도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하마스는 휴전 발효 당일인 전날 가자시티, 칸유니스 등 가자지구 내 여러 지역에서 퍼레이드를 벌였다. 행진에는 검은 복면을 착용하고 소총으로 무장한 병사들이 등장했다. 하마스는 같은 날 가자시티에서 있었던 인질(이스라엘인)·수감자(팔레스타인인) 교환식에서도 위장 무늬 군복과 복면, 전술조끼 등 통일된 복장을 착용한 병사 수십 명을 동원해 인질을 호송했다.

하마스가 보란 듯 퍼레이드를 벌인 데에는 2023년 10월부터 1년 3개월간 지속된 전쟁을 조직이 버텨냈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이번 전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사실상 가자지구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주장해 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스라엘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퍼레이드가 하마스의 피해를 감추려는 '선전'에 불과하다는 의견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공격) 전략이 먹히지 않았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이번 휴전을 서로 '우리의 승리'라고 평가한다. 하마스는 휴전 협상 체결 직후 "'하마스 박멸'을 내세운 이스라엘이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협상에 응했다"며 승리를 주장했다. 레바논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셰이크 나임 카셈 사무총장도 18일 휴전 협상 공식 타결 이후 "가자 전쟁 휴전은 팔레스타인인들이 보여 준 끈질긴 저항의 결과"라면서 '저항 세력(하마스)의 승리'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하마스 측의 피해가 그리 크지는 않다는 분석도 있다. 이스라엘은 이번 전쟁에서 하마스 전투원 1만7,000명 정도가 사망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극단주의·무력 분쟁 등을 분석하는 비영리단체 ACLED는 "하마스 대원 사망자 수는 최대 8,500명에 불과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토니 블링컨 전 미국 국무장관도 18일 언론 인터뷰에서 "하마스가 잃은 인원만큼 추가로 전투원을 모집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휴전을 맞았음에도 '본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취임 축하 영상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남은 인질들을 구출하고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통치를 종식시키겠다"며 "다시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위협이 되지 못하도록 만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마스 궤멸' 목표 달성을 위해 언제든 전쟁을 재개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이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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