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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온라인 커뮤니티·유튜버에 빠진 '2030 남성'... 어쩌다 '법원 습격' 선봉에 섰나

입력
2025.01.22 04:30
11면

현행범 체포된 46명 중 25명이 2030
온라인에서 똘똘 뭉쳐 오프라인으로
"과격해야 더 인정 받아" 심리도 원인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 서부지법에 지지자들이 진입해 난동을 부리고 있다. 뉴스1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 서부지법에 지지자들이 진입해 난동을 부리고 있다. 뉴스1

'1·19 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 가담자 상당수가 20, 30대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법원에 난입했다가 현행범 체포된 46명 중 25명이 '2030'이었다. 성별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당시 촬영 영상 등을 보면 대부분 젊은 남성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폭력 행위의 최전선에 선 배경엔 자극적인 선동을 퍼뜨리는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신고 집회에도 운집한 尹 지지자들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박시몬 기자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박시몬 기자

2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19일 서울서부지법 집회는 일종의 '게릴라성 모임'이었다. 그동안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인근에서 주로 열린 집회와 달리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지 않았고,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 등과 같은 주최 단체도 없었다.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 등 온라인 커뮤니티와 '젊은시각' '신남성연대' 등 보수 유튜버를 중심으로 "서부지법으로 모이자"는 소식이 알음알음 퍼졌고, 이런 채널들을 통해 정보를 주로 얻는 젊은 남성층이 합류한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유튜브가 젊은 남성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에서도 확인된다. △계엄령 선포는 대통령의 정당한 권한이고 △내란죄로 처벌하려는 건 야당이 만든 '프레임'이란 주장인데, 커뮤니티나 유튜브 논리와 판박이다. 서부지법 집회와 이날 헌법재판소 인근 서울지하철 3호선 안국역 집회를 모두 찾았다는 대학생 윤모(22)씨는 "비상계엄 권한도 법에 명시돼 있고 어떤 과정으로 계엄한 건지 (대통령이) 설명했는데도 (야당이) 내란죄 프레임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동질감 뭉친 집단을 자극"

19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하며 법원 담장을 넘어 들어온 청년들이 경찰에 붙잡혀 있다. 뉴스1

19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하며 법원 담장을 넘어 들어온 청년들이 경찰에 붙잡혀 있다. 뉴스1

그러나 폐쇄적 커뮤니티나 유튜브에 빠져 있다고 누구나 법원 유리창과 출입문을 부수고 영장 발부 판사를 찾아다니는 등 폭도처럼 변하진 않는다. 실제로 최근 한남동 대통령 관저나 헌재 인근 보수 집회에서도 젊은 남성의 참여도는 또래 여성들에 비해 훨씬 높았지만 '난동'으로 이어진 적은 없었다. 결국 집단을 통제할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극도로 흥분할 만한 상황(구속영장 발부)이 벌어지자, 과격 행동에 나선 것 아니냔 얘기가 나온다. 당시 촬영 영상을 보면 한 유튜버가 후문 쪽 경찰과 대치할 당시 격앙된 목소리로 "밀어, 밀어!"라고 외치며 폭력 사태를 주도하려는 모습이 보인다. 이종명 성균관대 글로벌융합콘텐츠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30이 손쉽게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은 온라인 커뮤니티"라며 "더 극단적인 행위를 통해 인정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휩쓸렸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2030 남성들이 현실에서 느끼는 열패감에 정치권이 불을 붙인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분노의 감정을 가지고 있던 청년들에게 대통령이 '끝까지 싸우겠다'는 메시지를 주는 등 정치권이 되레 갈등을 조장한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특임교수는 "불투명한 미래로 인한 심리적 동요에 그들끼리의 유대감, 대통령 및 극우 유튜버들의 추동까지 복합적으로 결합된 결과"라며 "특히 '부정선거를 내가 타파해야 된다'는 뒤틀린 인식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최현빈 기자
김나연 기자
전유진 기자
문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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