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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세제부터 여행 가방까지···같은 물건이라면 '친환경 인증' 제품 찾아 사용해봐요

입력
2025.01.22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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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표지 인증제도 지속적 품목 확대
주방세제·인쇄용지·여행가방 등 다양
자원순환·에너지효율성 등 평가 기준
'친환경 마크' 소비로 기후행동 실현

편집자주

기후위기가 심각한 건 알겠는데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일상 속 친환경 행동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고요? 열받은 지구를 식힐 효과적인 솔루션을 찾는 당신을 위해 바로 실천 가능한 기후행동을 엄선해 소개합니다.

지난 1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여행용 가방들. 앞으로는 여행용 가방에서도 친환경 마크를 확인할 수 있다. 송주용 기자

지난 1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여행용 가방들. 앞으로는 여행용 가방에서도 친환경 마크를 확인할 수 있다. 송주용 기자

'민족 대명절' 설 연휴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달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31일까지 휴가를 쓴다면 최장 9일 동안 연휴를 즐길 수 있습니다. 여행업체 마이리얼트립은 올해 설 연휴 해외 항공권 예약이 지난해 연휴보다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는데요. 연휴 기간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입니다.

해외여행을 갈 때 반드시 챙겨야 하는 필수품은 여행용 가방입니다. 앞으로는 환경부가 시행하는 환경표지 인증제도를 활용해 여행용 가방을 구매할 때도 일상 속 기후행동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지난해 말 여행용 가방을 비롯해 전기레인지와 제습기, 자동차용 매트 및 용품, 일반음식점 및 위탁급식 서비스, 문화시설 등 6종을 환경표지 인증 대상에 추가했기 때문이죠.

친환경 마크 제품 1만8000개 달해

1992년 도입된 환경표지 인증은 쉽게 말해 친환경 성능을 국가가 인정해주는 제도입니다. 제품을 만들 때 일정 기준 이상 재활용 소재를 사용했거나 소비과정에서 다른 제품보다 유해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제품에 '친환경 마크'를 붙여줍니다. 환경표지 인증을 받은 제품을 사용하면 자원순환이나 오염물질 정화를 위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건데요. 소비자 입장에서도 친환경 마크가 붙은 제품을 구매하면 쉽고 간편하게 친환경적 소비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환경부는 155개 제품군에서 1만8,400여 개 제품에 친환경 마크를 붙여줬습니다. 주방세제부터 인쇄용지, 일반조명용 발광다이오드(LED) 전구, 의자, 수도계량기 등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많은 물건이 환경표지 인증 대상입니다. 여행용 가방은 지난해 말부터 인증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인쇄용지와 복사기, 프린트기는 물론 개인용 노트북 등이 환경표지 인증 대상입니다. 노트북 제품은 삼성전자와 LG전자, HP 등 국내외 업체들의 다양한 제품이 친환경 마크를 획득했습니다. 집 안에서는 수도꼭지와 샤워헤드, 대변기, 비데 등이 인증 대상입니다. 페인트와 벽지도 친환경 마크를 받을 수 있는데요. 새집증후군 같은 화학적 질병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마크에 대한 관심도 커졌습니다. 환경표지 인증은 제품군에 따라 '유해물질 감소'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기 때문이지요.

대형마트에서 친환경 인증 제품 찾아봤더니

지난 17일 서울 시내 한 대형 할인마트에서 구매한 주방용 세제. 친환경 인증 마크가 붙어있는 것을 확인했다. 송주용 기자

지난 17일 서울 시내 한 대형 할인마트에서 구매한 주방용 세제. 친환경 인증 마크가 붙어있는 것을 확인했다. 송주용 기자

집 근처 한 대형마트에 가서 환경표지 인증 제품을 직접 구매해보기로 했습니다. 주방에서 사용하는 세제와 세탁용 세제, 전구가 필요해 해당 물건들을 중심으로 인증 제품을 찾아봤습니다.

우선 주방용 세제는 환경표지 인증 제품이 꽤 많이 구비됐습니다. 진열된 제품 중엔 오히려 친환경 마크가 붙지 않은 제품을 찾는 것이 어려울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환경부는 지난해 말 기준 주방용 세제 838개 제품에 환경표지 인증 마크를 부착했습니다. 주방용 세제는 소비자의 손에 직접 닿기도 하고 식기와 과일을 닦는 용도로 사용되다 보니 친환경 인증이 곧 제품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제도의 긍정적 효과가 잘 나타난 사례인 거죠.

순조로울 것 같던 환경표지 인증 제품 쇼핑은 세탁용 세제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인증을 받은 세탁용 세제는 113종이 있는데 마트에선 도통 제품들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친환경 마크가 부착된 세탁용 세제는 대부분 국내 중소업체 제품군인데 마트 진열대는 온통 외국계 브랜드가 점령하고 있었는데요.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 전략을 세우다 보니 자연스레 환경표지 인증 제품들이 밀려난 것으로 보였습니다.

전구 판매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수많은 LED 전구 중 친환경 마크가 붙어있는 물건을 찾아보긴 어려웠습니다. 분명 1만7,000개 넘는 LED 전구가 환경표지 인증을 받았는데도 말이죠. 제품을 하나하나 뒤집어가며 인증 제품을 찾다가 결국 점원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친환경 마크가 붙은 LED 전구를 사고 싶다"고 말했지만 점원도 환경표지 인증을 획득한 제품이 진열대에 있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습니다. 환경표지 인증 제품을 찾지 못해 차선책으로 에너지 소비를 80%까지 줄여준다는 전구 제품을 구매했는데요. 제품군에 따라 환경표지 인증 제도의 유용성이 달라지는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친환경 인증 제품에 힘 실어주는 소비 필요

이처럼 환경표지 인증제도는 몇 가지 개선해야 할 지점도 있습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2023년 말 내놓은 연구보고서를 통해 환경표지 인증 절차를 더 표준화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현행 환경표지 인증 제도는 제품을 생산한 기업이 인증 신청서를 제출하면 정부가 평가 기준에 따라 심사를 하는 구조인데요. 규모가 영세한 기업 입장에선 친환경 마크를 달기 위한 적극적 투자를 망설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신청 절차를 더 간소화하자는 주장입니다. 또 환경표지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영업비밀이 노출될 수도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주문했습니다.

무엇보다 마트에서 확인한 것처럼 아무리 친환경 마크를 부여받았다 해도 시장에서 소비자 선택을 받지 못하면 매대에 진열조차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환경표지 인증 제품에 대한 홍보 마케팅 지원 방법을 고민해봐야 할 지점인 거죠.

환경부는 생활밀착형 제품군에 인증 마크를 부착해 친환경 제품 소비를 늘리겠다는 계획인데요. 환경표지 인증 제도를 더 확장시키기 위해선 소비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합니다. 소비자가 일상 속에서 환경표지 인증 제품을 더 적극적으로 찾을수록 녹색 기업은 성장하고 친환경 마크를 달기 위한 혁신 경쟁도 치열해질 것입니다. 그래야 친환경 마크를 단 제품들의 설 자리가 넓어지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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