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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목·쇠파이프 들고 "빨갱이 판사 잡아라"… 새벽 3시간 '무법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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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흥분한 40여 명의 지지자가 법원을 점거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2021년 1월 6일 미국에서 발생한 '의회 의사당 폭동' 사태와 유사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경찰이 구축한 저지선을 뚫은 지지자들은 법원 청사 창문을 깨고 내부로 진입해 각 층을 오르내리며 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아다녔다. 진압복(신체 보호복)을 입은 경찰기동대가 투입돼 상황이 마무리되기까지 3시간이 걸렸으며, 이 과정에서 폭력 사태를 저지하려던 경찰과 기자, 시민들도 여럿 다쳤다.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는 19일 오전 2시 50분쯤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발부 소식은 9분이 지난 오전 2시 59분쯤 언론에 공지됐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며칠 전부터 서울 마포구 법원 청사 부근을 지키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결과를 기다리던 지지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격한 분노와 흥분이 번지다 오전 3시쯤 순식간에 법원 후문이 뚫렸다. 지지자 수십 명이 제지하는 경찰들을 몸으로 밀어내고 경내로 진입한 것이다. 일부는 담을 넘기도 했다.
경찰 병력이 40여 명 정도 되는 지지자에게 일격을 당한 건 후문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한 탓으로 풀이된다. 후문을 통하거나 담을 넘은 시위대는 법원에 진입해 닫혀 있던 정문 셔터를 올리고, 그 앞을 지키고 있던 경찰 스크럼을 뒤에서 공격해 무너뜨렸다. 이들은 막아서는 경찰을 포위해 방패 등 진압 도구를 빼앗고 도리어 폭행했다. 시위대는 오전 3시 21분쯤 법원 정문과 창문을 깨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들의 손에는 경찰로부터 탈취한 방패를 비롯해 플라스틱 의자, 소화기 등이 들려 있었다고 한다. 각목과 쇠파이프를 쥔 채 경내를 배회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시위대는 건물 안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하고 벽과 창문을 계속 부수며 난동을 부렸다. 영장심사 법정이 위치한 청사 3층 유리문을 소화기로 깨려는 시도도 있었다. 일부 지지자들은 5~7층에 위치한 판사 개인 집무실을 수색하듯 돌아다니며 영장을 발부한 차 부장판사를 찾았다. "판사X 나와라" "빨갱이 판사 잡자"고 위협적으로 고함치며 문을 열어젖히거나, 문이 잘 열리지 않자 발로 차서 망가뜨렸다. 난입한 지지자들이 사건 파일이 들어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컴퓨터를 파손하고 물을 붓는 영상도 공개됐다. 다만 차 부장판사는 언론 공지 전 경내를 빠져나가 당시 법원 안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3시 30분쯤부터 대규모 기동대가 투입되며 시위대를 건물 내부에서 끌어냈으나, 경내 대치는 1시간 넘게 이어졌다. "우리가 평화시위 하니까 우습냐" "빨갱이 법원은 없어져야 된다"며 궤변과 욕설을 쏟아내던 시위대는 깨뜨린 타일 조각을 던지고 소화기를 뿌려 경찰들의 시야를 차단하며 저항했다. 오전 4시쯤에는 경찰이 세워둔 바리케이드(저지선)를 끌고 와 그 위에 쓰레기 벽을 쌓거나, 법원에 주차된 오토바이 5, 6대를 겹겹이 세워 기동대 진입로를 차단했다.
여기에 법원 바깥에선 지지자 수십 명이 쇠파이프로 법원 담장을 치며 "탄핵 무효"를 외쳤다. 태극기를 몸에 두른 채 담 위로 기어오르는 이들까지 뒤엉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일부 지지자들은 취재진 얼굴을 폭행하고 현장 상황을 기록한 카메라 메모리를 빼앗았다. 행인을 "프락치"라고 몰아 집단 폭행하는 일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 곳곳에는 깨진 유리조각과 건물 외벽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이 널브러져 있었고 핏자국도 보였다.
경찰은 진압복에 경찰봉을 든 기동대 1,400여 명을 투입한 끝에 오전 6시쯤 경내에서 버티던 시위대를 다 끌어내며 상황은 정리됐다. 경찰은 이날 새벽 법원에 집단 침입한 46명을 입건하고 오전 7시 13분 수사전담팀 구성을 발표했다.
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에 대한 전조는 전날부터 있었다. 18일 오후 2시 윤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에 직접 온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지지자들이 이 일대로 몰려들기 시작해 3만6,000여 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운집했다. 오후 1시 51분쯤 윤 대통령을 태운 법무부 호송용 승합차가 도착할 때 지지자들의 흥분은 극에 달했다. "윤석열"을 외치며 오열하거나, 팔짱을 낀 채 드러누워 정문을 막았고 경찰을 폭행하다 연행되기도 했다. 오후 3시쯤 불어난 인파에 경찰 방어막이 붕괴되며 지지자들은 정문 바로 앞과 마포대로 10개 차로를 무단 점거한 채 불법 집회를 이어갔다. 일부 지지자들은 오후 7시 30분쯤 윤 대통령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끝난 뒤 서부지법 청사를 나서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량을 포위해 습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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