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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에서 다시 봐요 아빠"… 제주항공 참사 눈물의 합동 추모식

입력
2025.01.1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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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20일 만에 무안공항서 합동 추모
진도 씻김굿으로 희생자 넋 위로
마지막 편지 보내며 이별의 길 배웅
"참사 원인 조사 투명한 공개를"

18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합동 추모식에서 진도 씻김굿 보존회가 지전춤으로 추모 공연을 하고 있다. 무안=뉴시스

18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합동 추모식에서 진도 씻김굿 보존회가 지전춤으로 추모 공연을 하고 있다. 무안=뉴시스

"앞으로 내세를 믿어보려고요. 아빠가 세상에서 사라진 게 아니라 조금 일찍 가셔서 먼저 간 진돌이랑 찍찍이랑 놀면서 우리 올 때까지 기다리신다고 생각하려고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179명의 넋을 기리는 합동 추모식이 18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엄수됐다. 참사 20일 만이다. 희생자 유가족들은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며 눈물을 쏟아냈다.

유가족과 국토교통부가 주최하고 전남도, 광주시, 무안군이 주관한 합동 추모식에는 유가족 700여 명을 비롯해 정부, 국회, 지자체 관계자 등 1,500여 명이 참석했다. 추모식은 진도 씻김굿을 시작으로 묵념, 헌화·분향 순으로 진행되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박사(薄紗) 고깔을 쓰고 흰 상복을 입은 무녀들은 무명 매듭을 풀며 망자들의 한을 위로했다. 매듭이 한 꺼풀씩 풀릴 때마다 장내에서는 통곡 같은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희생자 179명의 이름과 함께 공항 1, 2층 계단에 남겨진 추모 메시지를 송출하는 헌화식 때도 유가족들은 오열했다. 슬픔을 참지 못한 유가족들은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며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아버지를 잃은 딸 윤모씨는 "무안공항에 도착했던 그날 아직 사망자 집계도 안 됐는데 유족이라고 해서 몇 번이나 심장이 내려앉았는지 모른다"며 "울음소리 가득한 공항에서 제발 구출된 두 분 중 한 분이 아빠이길 빌고 또 빌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행을 못 가게 할 걸 얼마나 많은 후회를 했는지 모른다"면서 "부끄럽고 쑥스러워 그동안 말은 못했지만 서른 살 넘은 딸에게 늘 공주라고 불려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하늘에 있는 아빠에게 전했다.

아내와 딸을 떠나보낸 김모씨는 "아내를 장례식장으로 옮기기 위해 인도 확인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그 순간 딸의 시신 인도가 가능하다는 문자가 왔다"며 "10분 먼저 아내랑 떠났으면 홀로 남겨졌을 딸이 엄마와 같이 가려고 새치기를 한 것 같아 딸에게 미안했다"고 했다. 이어 아내와 딸에게 "하늘나라에서도 떨어지지 말고 같이 지내다가 아빠가 갈 때 꼭 같이 나와달라"고 부탁했다.

박한신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18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 추모식에서 분향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무안=뉴스1

박한신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18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 추모식에서 분향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무안=뉴스1

유가족들은 참사 원인의 투명한 공개도 당부했다. 박한신 유가족 대표는 "희생자들의 한을 풀고 싶다"며 "자신들이 왜 죽었는지도 모르고 돌아가신 분들에게 참사의 사고 원인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그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합동 추모식에 참석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철저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필요한 개선책을 조속히 마련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며 "이 과정에서 모든 조사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유가족 여러분께 소상히 알려드릴 것"이라고 답했다.

유가족들은 참사 수습을 도와준 자원봉사자들과 공무원, 경찰관 등에게 단체로 감사 인사를 전하며 추모식을 마무리했다. 박 대표는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신 국민 여러분과 전국에서 모이신 수많은 자원봉사자, 소방관, 경찰관, 공무원분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또 무안군과 전남도, 광주시를 비롯한 지자체와 국토부를 비롯한 관계 기관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여러분들이 저희에게 주신 은혜 잊지 않고 평생을 간직하고 보답하면서 살겠다"고 덧붙였다.

무안=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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