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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만드는 나의 맞춤 양복

입력
2025.01.15 19:00
25면

편집자주

패션 기획 Merchandiser이자 칼럼니스트 '미키 나영훈'이 제안하는 패션에 대한 에티켓을 전달하는 칼럼입니다. 칼럼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여 근사한 라이프 스타일과 패션을 만드는 데 좋을 팁을 편안하게 전해드립니다.

NIKE FIT 애플리케이션. 나이키 제공

NIKE FIT 애플리케이션. 나이키 제공

패션 산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입니다. 기계가 발달했지만, 사람이 공정에 상당 부분 개입해야 합니다. 때문에 과거 한국에 공장을 두고 물품을 생산하던 기업들이 중국을 거쳐 지금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파키스탄까지 진출해 공임을 낮춰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의 발전은 이런 노동집약적 생산 시스템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패션 기술 전문기업 ‘틴커’는 지난 1월 6일 생성형 AI 기반 패션모델 이미지 서비스 '젠톤(Genton)'을 출시했습니다. 실제 모델이 없어도, 의류 사진 한 장만 있으면 다양한 착장 이미지를 손쉽게 생성하는 서비스입니다. 원래 이 정도 업무량이면 모델, 사진, 의상 관계자 등 최소 3명의 전문 인력이 필요합니다. 그만큼 AI를 통해 엄청난 시간과 비용 감축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일명 ‘스마트 제조’라고 불리는 이 제조 방식은 AI와 로봇 기술을 활용해 패턴 제작, 재단, 봉제 과정을 자동화해 생산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절감합니다. 이미 티셔츠, 반바지, 모자 등 단순한 상품부터 점퍼, 재킷 등 까다로운 공정의 상품까지 적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스마트 제조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재고 관리' 부분에서 최고의 효율성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의류 제작에 필요한 원자재, 부자재를 일일이 확인해 발주하는 기존 시스템은 어쩔 수 없이 ‘잔여물’이 발생합니다. 이는 대부분 폐기물로 간주돼 버려지는데, 이 양이 전 세계적으로 상당합니다. 하지만 AI 스마트 제조 시스템은 효율적으로 원자재를 사용, 폐기물 양을 크게 줄입니다. 이는 제작 원가도 줄여 기업의 이윤에도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Unspun 사이트 캡처

Unspun 사이트 캡처

또 언스펀(Unspun)이라는 미국 텍스타일 이노베이션 기술 기업은 'VEGA'라는 3D 직기를 통해 고객에게 맞춤형 청바지를 생산합니다. 재고 없이 온디맨드 생산을 실현하고 있는 회사로, 고객이 온라인에서 다양한 컬러와 핏을 골라 주문하면 이에 맞춰 생산해 배송까지 하는 시스템입니다.

패션 유통·물류 시스템의 변화

패션 산업에서 물류 시스템은 매우 중요합니다. 공간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필요한 재고를 충분히 보유하고 판매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매장에 맞는 크기의 상품 재고가 없어 바로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AI를 통한 물류 최적화 시스템이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사람이 각 매장의 재고를 확인했던 것을 AI가 대신함으로써 배송 시간 단축은 물론, ‘재고가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을 미리 방지합니다.

그래서 언제든지 고객에게 상품을 배달할 수 있는, 24시간 닫지 않는 온라인 매장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나이키는 'NIKE FIT'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고객의 발 크기와 모양을 스캔, 가장 적합한 크기의 신발을 제공합니다. 직접 매장에 방문해 신발을 신어볼 필요가 없습니다. 여기에 24시간 AI 챗봇 시스템은 상품에 대한 궁금증을 즉시 해결해 줍니다.

앞으로는 디지털 쇼룸과 메타버스도 본격 등장할 예정입니다. 고객이 미리 설정해 놓은 자신의 온라인 아바타에 다양한 컬러와 사이즈의 상품을 입혀본 뒤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특히 ‘반품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캐주얼 브랜드의 반품률이 약 20% 수준임을 고려하면, 이 시스템의 발전은 패션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입니다.

다만, 이 서비스는 아직 시간이 좀더 필요해 보입니다. 최근 국내 일부 기업이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아바타에 대한 이질감 △옷을 직접 만져보고 구매하려는 의류 상품의 특성 등으로 인해 아직 확장하진 못하고 있습니다.

나영훈 남성복 상품기획 MD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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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훈남성복 상품기획 MD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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