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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부대가 성조기를 든 이유

입력
2025.01.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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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시위대가 지난 6일 한남동 대통령 관저 주변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AP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시위대가 지난 6일 한남동 대통령 관저 주변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AP 연합뉴스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회는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를 끄는 것이 성조기와 ‘Stop The Steal’(도둑질을 멈춰라)이란 영문 구호, 그리고 빨간 모자인 모양이다. 윤 대통령 체포와 탄핵을 반대하는 일명 태극기 부대의 정체성을 파악할 수 있는 상징적 요소다. 이는 지난달 초 윤 대통령의 불법 계엄을 저지한 이후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를 요구하던 여의도 시위대가 들고나왔던 ‘야광 응원봉’과 대칭을 이룬다.

□ 미국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를 지지하는 미국 시위대(MAGA)와 태극기 부대가 매우 유사하다는 데 주목한다. CNN은 태극기 부대의 붉은 모자가 트럼프 대선 구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의 한국판으로 보인다고 했다. MAGA도 성조기를 들고 다닌다. ‘Stop The Steal’은 선거부정을 확신하는 MAGA의 구호다. 그 둘 유사성은 윤 대통령 지지 한국 보수주의가 미국 보수주의 및 복음주의와 강력한 유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 영국 일간 가디언은 태극기부대에 미국은 동맹국 이상의 의미이자, 이상향(ideal)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성조기는 시위대가 현재 위협받고 있다고 느끼는 넓은 의미의 문화적 정신적 질서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태극기부대 일원인 70대 남성의 “트럼프가 한국을 올바른 궤도로 되돌리는 데 도움을 주기 바란다”는 말도 소개했다. 미국을 ‘기독교에 바탕을 둔 민주주의 신성한 수호자’로 여기는 이런 태도는 특정 교회를 중심으로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 미국 뉴욕타임스는 태극기부대와 MAGA가 공통으로 선거 부정을 확신하는 원인을 추적한다. 윤 대통령과 트럼프는 의회 사법부 언론에 자리 잡은 ‘불순세력’이 대통령을 방해하고 선거를 조작해 부당하게 권력을 행사한다고 지지자들을 선동한다. 한국에서는 극우 유튜버의 영향력이 강한데, 한국인의 53%가 유튜브로 뉴스를 보며, 이는 46개국 평균 30%보다 월등히 높다. 이 신문은 “12·3 불법 계엄은 세계 최초로 알고리즘 중독이 촉발한 반란일 것”이라고 전했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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