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박정훈 항명 무죄에도… '외압 수사' 탄력은커녕 손 놓은 공수처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항명죄로 재판에 넘겨졌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9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박 대령이 채 상병 사건 조사 과정에서 각종 외압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는 중단된 상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2·3 불법계엄 수사에 전력을 쏟으면서 채 상병 사건에선 손을 놓은 탓이다. 고발장 접수 후 17개월간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수사를 매듭지을 적기를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군사법원이 이날 박 대령의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언급한 내용 중엔 박 대령을 향한 상부의 부당한 지시를 암시하는 대목들이 있다. 재판부는 박 대령이 2023년 8월 초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김계환 당시 해병대 사령관의 경찰 이첩 중단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혐의와 관련해 "장관 지시는 보고서와 다른 내용으로 기록이 이첩될 수 있도록 수정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면서 "정당한 명령이라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대령이 '이종섭 전 장관에게 사단장이 형사처벌 대상이냐는 질문을 받았다'는 거짓 인터뷰를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이 전 장관보다 박 대령 주장이 신빙성이 높아 보인다"며 무죄 판결했다.
재판부가 특히 '윗선에서 경찰 이첩 보고서에 담긴 내용을 축소하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박 대령 주장을 일부 받아들인 만큼, 공수처 수사를 통해 '윗선이 어떤 지시를 왜 했는지' '그 지시가 위법한 것인지' 가려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하지만 당장 수사 진척을 기대하긴 어렵다. 채 상병 사건 수사를 책임지는 이대환 수사3부 부장검사와 차정현 수사4부 부장검사를 포함해 공수처 수사 인력 전체가 계엄 수사에 투입돼 있기 때문이다.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까지 차질을 빚고 있어서 수사가 언제 마무리될지도 불투명하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채 상병 수사를 끌어온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공수처는 2023년 8월 박 대령으로부터 외압 의혹 고발장을 접수했고, 지난해 초·중순 국방부 등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강제수사에 돌입하면서 속도를 내는 듯했다. 하지만 이 전 장관 등 윗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흐름이 끊긴 모양새다. 지난해 7월 이후엔 4개월간 소환 조사도 없었다. 공수처가 검·경에 계엄 사건을 이첩받으면서, 채 상병 수사는 더욱 뒷전으로 밀리게 됐다.
박 대령 항명 사건 1심 판결까지 나오면서, 공수처를 향한 압박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계엄 국면에서 채 상병 수사에 집중하는 선택지도 있었는데, '주목받는 사건을 수사하려고 막힌 사건을 제쳐뒀다'는 비판을 자초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