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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대령 항명 무죄… 핵심은 ‘VIP 격노·외압’이다

입력
2025.01.10 00:10
27면

9일 군사재판에서 무죄를 받은 박정훈 해병대 대령이 판결 선고 직후 어머니 김봉순씨와 얼싸안고 있다. 뉴시스

9일 군사재판에서 무죄를 받은 박정훈 해병대 대령이 판결 선고 직후 어머니 김봉순씨와 얼싸안고 있다. 뉴시스


해병대원 순직 사건 조사와 관련한 항명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대령이 어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군형법상 항명죄는 ‘정당한 명령’에 따르지 않은 것을 말하는데, 군사법원은 해병대 사령관에게 ‘사건 이첩 보류’를 지시할 정당한 권한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2023년 8월 박 대령이 이끌던 해병대 수사단은 사단장·여단장·대대장·중대장 등에게 채모 상병 사망 책임이 있다고 판단, 간부 8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종섭 당시 국방장관이 해병대 사령관을 통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그럼에도 박 대령이 사건기록을 경찰에 넘기자, 국방부가 직접 되찾아온 뒤 박 대령에게 항명 혐의를 적용했다.

그해 10월 국방부 검찰단의 기소로 시작된 군사재판에선 항명보다는 오히려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수사 외압 의혹이 더 도드라졌다. 대통령과 국방장관의 통화, 대통령실과 국방부 간 통신이 확인되면서 ‘VIP(대통령) 격노설’이 설득력을 얻었다.

이번 1심 결과로 채 상병 사건 본질은 ‘박정훈의 항명’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수사 외압 쪽에 더 가까울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당시 ‘대통령 전화→군 수뇌부와 대통령실 연락→사건의 극적 변화'라는 패턴이 매번 관찰되는 등 윤 대통령의 직접 개입을 의심하게 하는 단서가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기자회견에서 격노설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인명사고가 나서 장관에게 질책성 당부를 한 것”이라며 자신의 개입을 사실상 부인했다. 그러나 명태균 스캔들이나 비상계엄 사건에서 나타난 윤 대통령의 말바꾸기를 보면, 이 해명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채 상병 사건에서도 윤 대통령 직접 조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번 판결은 비상계엄 사태에서 군의 대응에도 큰 시사점을 준다. 아무리 군인이 명령에 살고 죽는다지만, 정당한 명령이 아니면 애초에 따를 의무가 없다는 점이 군사법원 판결로 재확인됐다. 영장을 거부하는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병력을 동원하란 지시를 따르지 않을 근거가 분명히 있고, 불법 계엄 조치를 두고 군 지휘관들이 ‘명령에 따랐다’는 것만으로 면죄부를 받을 수 없다는 걸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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