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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된 윤석열 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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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같은 현실이다. 주말인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앞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2’의 O·X 투표장을 방불케 했다.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십니까?” 찬성한다면 O, 반대한다면 X. 선택은 둘 중 하나. 초록색 트레이닝복 대신 방한 담요를 휘감은 수만 명이 투표를 마쳤다. 10차선 도로는 반으로 갈렸다. 구호를 외치는 함성 뒤로 K팝이 흐르고 찬송가가 울려 퍼졌다. 전 세계에 생중계된 탄핵 집회 뉴스는 역대 최고 시청 시간을 기록한 드라마만큼 흥행했다.
다툼의 양상도 드라마를 닮았다. 드라마에선 매 게임이 끝난 뒤 게임 중단 여부를 묻는 O·X 투표에서 갈등이 고조된다. 상금을 올리려는 '찬성파' O와 목숨을 부지하려는 '반대파' X가 살벌하게 대립한다. 첫 게임 후 단 한 표였던 격차는 투표가 거듭될수록 벌어진다. 치솟는 상금에 '한 판 더'를 외치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진다.
현실도 다르지 않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가 갈등 증폭의 도화선이 됐다. 대통령이 버틸수록 갈등은 첨예해진다. 탄핵을 반대하는 X는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인간띠를 만들었다. 탄핵을 찬성하는 O는 영장 집행을 촉구하며 얼어붙은 아스팔트 위에서 차디찬 밤을 꼬박 지새웠다. 미뤄진 영장 집행은 탄핵이 무효라는 X의 목소리를 돋웠다.
드라마도, 현실도 무법천지로 치닫는다. 드라마에서 게임을 계속하려는 O는 규칙을 어기고 X를 기습한다. O의 기습을 눈치챈 X는 O를 제압하고 게임을 만든 가면 쓴 자를 공격한다. O·X 투표는 중단됐다. 피비린내 진동하는 게임장에서 피붙이조차 믿지 못하는 혼란 속에 참여자들의 불안은 극에 달한다.
현실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탄핵에 반대하는 X는 윤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내란죄 수사가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수사를 멈추라 한다. 탄핵에 속도를 내기 위해 윤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 혐의를 철회한 O를 역공한다. 법 해석과 적용은 O·X 투표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법적 절차마저 찬반으로 나뉘면서 대중은 혼란의 도가니에 갇혔다. 드라마와 닮은 현실에 드라마를 만든 감독조차 "무섭고 슬프고 섬뜩하다"고 고백한다.
이제 결말이다. 올해 시즌3 공개로 끝나는 드라마의 결말은 정해졌다. 하지만 드라마가 된 현실은 끝나지 않았다. 윤 대통령 탄핵은 절차에 따라 결정될 수 있는가. 대통령이 한순간에 무너뜨린 민주주의는 복원될 수 있는가. 현실의 결말은 국민에게 달렸다.
드라마를 복기한다. O를 제압한 X(이정재)가 O에 총구를 겨눈 X를 막으며 소리친다. "우리가 이러자고 총을 뺏은 게 아닙니다. 이러면 우리도 저 가면 쓴 놈들과 다를 게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가면 쓴 놈들을 찾아 게임을 끝내고 죗값을 치르게 할 겁니다."
O의 적(敵)은 X가 아니었다. 국민을 혼란에 빠뜨린 내란의 장본인이 있다. 그에게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 드라마에서 상금과 목숨의 양자택일로 게임 참여자들을 끔찍한 살인으로 내몰았던 가면 쓴 자처럼. 자신의 안위와 민주주의를 맞바꿔 법치를 파괴하려는 내란 피의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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