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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용은 상상의 존재일까, 실재였을까

입력
2025.01.09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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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콜럼버스의 인어

1493년 1월 9일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만났다고 기록한 인어는 아마도 매너티였을 것이다. pexels 사진

1493년 1월 9일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만났다고 기록한 인어는 아마도 매너티였을 것이다. pexels 사진


고대인들이 창조한 ‘용(드래곤)’은 순수한 상상의 산물일까, 실재(경험)가 반영된 존재일까. 누구도 확언할 수 없을 저 물음에 과학자 칼 세이건은, 생명의 기원이 그러하듯 무에서 창조된 것은 아니리라 짐작했다.

대형 파충류는 중생대 말부터 현저히 줄긴 했지만 호미닌과 그 선조들의 시대에도 아예 없지는 않았다. 세이건은 ‘에덴의 용’에서 트롤이나 거인 등 상상의 존재가 그 시대의 유전적 문화적 기억의 산물은 아닐지 자문하며, 어쩌면 그것이 인류의 꿈과 동화, 신화의 공통된 기원일 것이라 짐작했다. 오래된 토탄 습지를 배회하다가 어마어마한 크기의 동물 뼈 화석을 발견한 어느 고대인은 그 뼈가 저 오래된 기억의 물증이라 여겼을지 모른다.
모든 신화와 전설이 어쩌면 그렇게, 태고의 기억과 경험으로 시작되고 부풀려지고 다듬어졌을 것이다. 동양 고대 전설의 해태와 봉황, 인도 신화 속 반인반조의 존재 킨나라, 그리스 신화의 켄타우로스와 이집트 스핑크스 등등. 상상의 괴물이 유난히 바다에 많은 까닭도 바다가 더 거대한 미지와 공포의 공간이었기 때문이었다는 사실로 해명될 수 있다. 신드바드의 거대 거북 아스피도켈론, 하루에 고래 7마리씩 먹어 치우던 포악한 세이린 등은 그들이 아니면 납득할 수 없던 재난과 희생, 공포에 대한 인류의 이성적 해답이었을 것이다. 세이건은 공포가 고대 인류의 뇌 진화에 기여했으리라 짐작했다.

물론 그들에게 저들은 대체로 실재였다. 1492년 8월 인도 항로를 개척하고자 스페인 팔로스 항을 출항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선단은 이듬해 1월 9일 오늘날 도미니카공화국 인근 해역에서 3마리의 인어를 만났다. 콜럼버스는 항해 일지에 “사람 얼굴을 하고 있긴 했지만 그림에서 보던 아름다움에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모양새였다고, 담담하게 기술했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콜럼버스의 인어들이 수생 포유동물 매너티(manatee)였으리라 짐작한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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