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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된다 기뻐하던 모습 선한데"... 외신도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사연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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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주항공 2216편 참사' 희생자 유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이 외신을 통해서도 소개되고 있다. 조만간 손주를 본다는 소식에 뛸 듯이 기뻐했던, 태국 여행을 간다고 하면 자녀가 괜한 걱정을 할까 봐 조용히 다녀오려 했던 60대 아버지를 허망하게 잃은 30대 아들의 얘기였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그는 불운의 항공기 충돌 때까지 부친의 탑승을 몰랐다'라는 제목으로 온라인판에 게시된 서울발 기사에서 제주항공 참사 유족 오모(37)씨의 사연을 보도했다. 이 기사는 1일 발행된 NYT 신년호 지면에도 '충돌 사고 이후에야 그는 아버지의 탑승 사실을 알게 됐다'는 제목으로 실렸다.
NYT에 따르면 전남 목포의 한 은행에서 일하는 오씨가 아버지(64·사망)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부친이 친구 7명과 함께 태국 방콕으로 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태국 여행 사실 자체는 알지 못했다. 자녀들의 괜한 걱정을 우려한 부친이 이를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 중 충돌 사고를 일으켰다는 뉴스가 언론에 보도된 직후에도, 그는 아버지의 탑승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나중에 아버지 친구들의 전화를 받고 나서야 알게 됐다고 한다.
오씨는 아버지의 생전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며 애통해했다. 지난달 초 아내의 임신 소식을 알리며 '여자아이인 것 같다'고 전했을 때를 언급하면서 그는 "아버지가 기뻐하시는 나머지 '눈물이 나올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고 회상했다.
오씨는 아버지가 여객기 사고에 휘말렸다는 얘기를 듣자 급하게 공항으로 향했다고 했다. 그러나 주검으로 변한 아버지를 확인하는 데에는 한참이 걸렸다. 참사 이튿날 자정 무렵, 첫 호출을 받고 안치소로 향했지만 몇 시간을 기다려도 "착오가 있었다.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관계자 말에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다시 무안공항을 찾고 나서야 아버지의 유해 일부를 확인했다.
시신의 다른 부분을 찾는 동안, 오씨는 아버지를 떠나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일단 부친이 목포에서 운영하던 가게 문은 닫았다. 그러나 장례식이 걱정이다. 희생자 대다수가 전남 지역에 거주하던 터라, 화장터 등 지역 내 장례 시설이 턱없이 부족할 수 있어서다. 그는 아버지의 휴대폰 속 연락처를 확인할 수 없어 이 소식을 어떻게 부친 지인들에게 전해야 할지도 막막하다고 했다.
오씨 본인도 온전한 일상 회복이 가능할지 불투명하다. 지금은 일단 회사를 쉬고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출근해야 하는데 평소처럼 고객을 대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오씨는 "모든 일이 끝나고 직장으로 돌아갔을 때, 어떻게 하면 (은행) 손님들에게 계속 미소를 지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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