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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복국과 롯데리아의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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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역사적 사건·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어떤 상징이 되고는 한다. 체르노빌은 원자력 재앙이고 톈안먼은 좌절된 민주화다. 워터게이트는 미국 워싱턴의 5성급 호텔 이름인 동시에 권력자가 자멸한 정치 스캔들의 대명사다. 1972년 미국 대선에서 리처드 닉슨 선거캠프는 이 호텔에 차린 경쟁 후보의 선거본부에 도청장치를 설치했다 들켰다. 닉슨 대통령은 선거에서 이겼지만 도청장치를 몰랐다고 거짓말한 게 2년 만에 들통 나 사임했다.
□ 한국엔 '초원복국' 사건이 있다. ‘성공했으나 역사에 수치를 남긴 정치적 작당 모의’로 요약할 수 있겠다. 1992년 대선을 앞두고 부산 대연동 복어요리집에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과 부산 기관장들이 모였다. 지역감정을 부추겨 영남 표를 김영삼 민자당 후보에게 몰아주자고 결의했다. “우리가 남이가” “안 되면 영도다리에 빠져 죽자” 같은 대화 내용이 도청으로 까발려졌지만 “관권선거보다 불법 도청이 더 문제”라는 보수진영의 되치기로 영남 표가 똘똘 뭉쳤고 결국 김영삼 정권이 탄생했다.
□ 이번엔 롯데리아다. ‘파이브가이즈’ ‘쉐이크쉑’ 같은 미국 고가 브랜드의 진격에도 건재한 국민 햄버거 프랜차이즈.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경기 안산시 집앞 롯데리아로 전·현직 군 인사들을 불러 계엄 계획을 짰다. 아무나 드나드는 패스트푸드점에서 국가 전복을 모의했다는 의외성과 “햄버거부터 먹고 하자고 해서 햄버거부터 먹었다”는 참석자 진술의 어이없음이 만나 폭발적 반응을 일으켰다. ‘계엄도 식후경’ ‘내란 버거’ ‘나라 집어삼킨 맛’ 같은 밈과 패러디가 쏟아졌다.
□ 왜 롯데리아였을까. 노상원 입맛이 소박해서? 성추행으로 불명예 전역해 군인연금을 박탈당한 그가 복요리를 사기엔 돈이 없어서? 2013년 통진당 내란음모 사건에서도 롯데리아가 모의 장소로 등장한 걸 보면 도청과 추적을 피하려 했다는 해석이 맞는 것 같다. ‘햄버거 회동’이란 말은 웃기지만 웃고 말 일이 아니다. 희화화는 계엄의 잔혹성을 가린다. 햄버거 아닌 떡볶이나 마라탕을 먹었다 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위임받은 권한으로 국민을 '사살'하고 '수거'하려 했다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이 일으킨 내란 사건의 본질이란 사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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