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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회 투입 특전사에 "담 넘으면 돼"... 수방사령관 "명령 아닌 조언"

입력
2024.12.20 17:00
수정
2024.12.2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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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공수여단장에 국회 진입 방법 알려줘
수방사 거부로 '계엄군 헬기' 진입 지연 등
당일 동선 내세워 '계엄 사전 모의' 부인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4일 새벽 무장 계엄군이 국회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4일 새벽 무장 계엄군이 국회를 나서고 있다. 뉴스1

12·3 불법계엄 사태 당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함께 국회에 투입된 이상현 육군특수전사령부 제1공수여단장에게 "담을 넘으면 (국회 진입이) 된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 전 사령관의 이 같은 '지시'가 '국회 무력화 작전'을 적극 진행시킨 정황으로 보고 있지만, 이 전 사령관 측은 "명령이 아닌 단순 조언일 뿐이었다"는 입장이다. 또 계엄 선포 불과 몇 시간 전에 송별회에 참석하는 등 당일 행적을 근거로 계엄 모의 의혹도 부인하고 있다.

2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계엄령이 발동 중이던 4일 오전 0시쯤 이 전 사령관은 국회 진입 방법을 묻는 이 여단장에게 전화로 "담을 넘어가면 된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현장은 시민들과 군인, 국회 관계자들이 뒤섞여 국회 내부 진입이 쉽지 않았다. 이 여단장이 이미 경내에 진입한 수방사 측에 진입 방법을 물어보자, 이 전 사령관이 이같이 답했다는 것이다. 당시 국회에는 1공수여단 260여 명, 수방사 200여 명이 투입됐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이 전 사령관 지시에 따라 1공수여단이 국회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사령관은 그러나 특전사령부 소속인 이 여단장과는 지휘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지시한 게 아니라 조언한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우리도 진입이 어려워 담을 넘어 갔으니, 비슷하게 하면 될 것"이라고 방법을 알려줬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전 사령관 측은 "출동 목적이 국회 봉쇄가 아닌 외부 위협으로부터 국회를 방어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발령한 계엄이라, 불법이라고 의심하지 않고 일단 출동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 전 사령관은 사전에 계엄 발령을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계엄군의 '국회 무력화 작전'이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707특수임무단 등 병력을 태운 헬기가 예정보다 늦은 3일 오후 11시 47분에 국회 경내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비행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헬기 진입을 수차례 불승인한 것은 이 전 사령관이 이끄는 수방사였다. 이 전 사령관 측은 "계엄을 미리 알았거나 이에 동조했다면 왜 헬기 진입을 막았겠느냐"고 말했다.

이 전 사령관은 계엄 선포 당일 자신의 행적도 검찰에 제시했다. 그는 계엄 당일 저녁, 부부 동반으로 부하의 전출 환송회에 참석했다. 이후 다음 날 예정된 조찬기도회에 오기로 한 이들에게 고맙다는 전화를 돌리다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출동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수방사의 핵심 병력인 제1경비단 제35특수임무대대의 절반가량은 계엄 전날 강원 인제에서 진행된 육군과학화전투훈련에 보낸 상태였다.

다만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과 '사령관 3인방'의 세 차례 회동에 이 전 사령관도 참석했다는 점을 근거로, 사전 모의 여부를 따져보고 있다.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은 "마지막 회동에서 대통령이 계엄을 언급했다"는 입장을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보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전 사령관은 "수방사 특임대의 위험수당 도입을 건의했을 뿐 계엄 모의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결국 윤 대통령과 사령관 3인방 회동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밝히는 게 수사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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